주간동아 797

2011.07.25

뽀로로, 김정일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1-07-25 0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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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로로, 김정일
    어른 나라 대통령이 ‘이명박’이라면 어린이 나라 대통령은 ‘뽀로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뽀로로는 애니매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인공 이름입니다. “노는 게 제일 좋아”라고 노래 부르는, 앙증맞은 녀석이죠. 별명은 ‘뽀통령’입니다. 어린이 세상 대통령이란 뜻이라네요. 뽀로로 캐릭터 상품을 사주느라 지갑이 얄팍해진 엄마, 아빠가 많다고 해요. 미국, 유럽에서도 어린이를 몸 달게 합니다. 110개국에 수출합니다. 녀석은 머리가 크고 몸집이 작습니다. 2등신, 정확하게는 1.9등신이죠.

    명색이 대통령이란 녀석이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할 뻔했습니다. 사람이 굶는데도 체제 유지에만 혈안인 김정일 집단 탓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6월 20일 발표한 ‘대통령 행정명령 13570 시행령’에서 북한산 완제품뿐 아니라 북한의 부품, 서비스, 기술이 들어간 제품의 미국 수입을 막았습니다. 선민을 외쳐도 갈 길이 먼데, 선군을 떠들면서 핵무기나 만드는 집단을 혼내주겠다는 겁니다.

    뽀로로는 출생 비밀을 갖고 있어요. 한국의 EBS가 아빠, 북한의 삼천리총회사가 엄마입니다. ‘뽀롱뽀롱 뽀로로’ 시즌 1·2 104편 중 18편의 밑그림 작업에 삼천리총회사가 참여했어요. 한국, 북한이 세계가 반할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합작해낸 거죠. 쾌거라고도 일컬을 만한 일입니다. 엄마 잘못 둔 탓에 ‘미국 여행’을 못할 뻔한 뽀로로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른 수입 금지 품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미국 정부가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수출역군 뽀로로’뿐 아니라 남북한 모두에게 잘된 일입니다.

    뽀로로, 김정일
    뽀로로 수입 금지 소동 탓에 개성공단이 들썩였습니다. ‘대통령 행정명령’대로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더라도 개성공단 생산품이 역외가공 적용을 받지 못할 수 있어섭니다. ‘한국산’이 아니라 ‘북한산’으로 수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국 수출 시 역외가공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주장해요. 북한은 한국 제조업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기회의 땅입니다. 김정일 집단은 행태를 언제쯤 바꿀까요. 한국 정부는 어떤 정책을 구사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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