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3

2011.06.27

은퇴자들 거리 곳곳 고소한 꼬치 튀김 소리

오사카 츠텐가쿠

  • 고경일 ko777@smu.ac.kr

    입력2011-06-27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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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자들 거리 곳곳 고소한 꼬치 튀김 소리
    오사카 번화가인 난바(難波) 남동쪽에 있다. 지하철 사카이스지센(堺筋線) 에비스초(惠美須町)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오면 상점가고, 길을 따라 들어가면 츠텐가쿠가 보인다. 1개당 100엔(1300원) 하는 갖은 꼬치가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가 고소하다. 츠텐가쿠 정상에 오르는 엘리베이터 요금은 600엔. 7~8월 성수기와 주말에는 대기 시간만 1시간이 걸린다.

    츠텐가쿠(通天閣)는 오사카(大阪)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알려져 있으나 번화한 도심에 사는 나니와(오사카의 옛 지명)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츠텐가쿠는 환락가로 개발한 ‘신세계’와 ‘루나 파크’의 상징으로, 1912년에 세워졌다(당시 64m).

    1943년 화재가 발생해 헐었던 츠텐가쿠를 1957년 다시 세웠다. 우리가 지금 보는 탑으로 높이는 103m. 이 일대는 고령화 사회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60, 70대 노인의 약속 장소다. 쿠시카츠(くしカツ·커틀릿꼬치) 거리가 발달하면서 츠텐카쿠 주변은 튀김 요리 명소로 거듭났지만, 오사카의 상징이라고 하긴 어렵다. 나니와 사람의 정서를 담은 서민적 상점가의 상징 정도로 봐야 할 듯하다.

    정남 방향에서 바라본 츠텐가쿠를 그렸다. 왼쪽의 복어 요리점 츠보라야(づぼらや·직역하면 흐리멍텅집). 복의 형상을 한 초롱이가 그림에서 액센트다. 건너편 꼬치집 앞에 앉은 ‘빌리켄’(Billiken·미국에서 건너온 행운을 부르는 신)도 시장통과 잘 어울린다.

    대중 연극을 올리는 극장, 성인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할아버지로 붐빈다. 파친코에서 수다를 떠는 할머니들이 곱게 늙은 모습이다.



    * 카투니스트 고경일(상명대 만화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은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학구파 작가. 일본 교토세이카대 만화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풍자만화를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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