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3

2011.06.27

하이브리드車 질주냐 전기車 대추격전이냐

차세대 친환경 ‘그린 카’ 최후 승자 놓고 총력전

  • 장진택 자동차전문기자 thetrend@naver.com

    입력2011-06-27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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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리드車 질주냐 전기車 대추격전이냐

    (왼쪽)BMW 1시리즈 하이브리드차. (오른쪽)쉐보레 볼트.

    자동차에 쓸 석유가 얼마 남지 않았다. 혹자는 앞으로 40년만 쓰면 바닥난다 말하고, 누구는 60년은 너끈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화석연료 생산이 정점을 찍고 하강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업체는 기름 덜 먹는 자동차를 앞다퉈 연구하고 있다. 연료를 조금씩 태우는 희박 연소 기술, 연료를 연료실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 압축한 공기를 사용하는 터보 시스템 같은 처방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기술을 한 단계 뛰어넘는 친환경 자동차 개발도 활발하다. 그러나 그 개발 방법은 자동차 선진국마다 조금씩 다르다. 유럽은 클린 디젤엔진으로, 일본은 엔진 옆구리에 전기모터를 붙이는 방법으로, 미국은 전기자동차(이하 전기차)를 만들어 연료를 아끼고 환경을 보전하는 방법으로 개발에 나섰다.

    이 가운데 기선을 제압한 것은 일본 자동차 회사 도요타다. 1990년대 중반 하이브리드 기술을 발표한 것. 엔진 옆에 전기모터를 붙여 연료 절감을 꾀한다는 게 도요타 기술의 핵심이다. 마침내 도요타는 1997년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세상에 내놓았다.

    유럽 업체도 하이브리드차 출시

    하이브리드車 질주냐 전기車 대추격전이냐

    도요타 프리우스.

    하지만 자동차 업체의 반응은 싸늘했다. 유럽 업체들은 “차는 1대인데, 동력원이 2개”라면서 “비효율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배터리 내구성을 의심하는 저널리스트가 적지 않았고, 배터리의 중금속 오염을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그럼에도 프리우스는 굳세게 달렸다. 누가 뭐래도 당시 출시된 자동차 가운데 휘발유가 가장 적게 들고, 배기가스도 깨끗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셀러브리티가 환경을 생각하는 실용적인 자동차를 타기 시작하고 원유값도 오르면서 프리우스가 인기를 끌었다. 이후 몇몇 자동차 회사가 도요타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등장했고, 한때 “설계 자체가 비효율을 상징한다”고 비웃던 유럽 자동차 업체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세상에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 기술은 전기차로 가는 과도기로서만 의미 있다”고 말한다. 궁극의 자동차는 전기차, 꿈의 자동차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이하 수소차)다. 전기차로 바로 갈 수 없는 기술력 탓에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가 득세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하이브리드는 한마디로 임시 처방전”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에서 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했을 때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그들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 하이브리드보다 힘 좋고, 기름 덜 먹고, 구조 또한 간단한 클린 디젤엔진 기술을 확보했던 것이다.

    하이브리드車 질주냐 전기車 대추격전이냐
    지금은 ‘초보 수준’의 그린 카

    지금까지 출시한 디젤 자동차 가운데 연비가 가장 좋은 것은 BMW 3시리즈 이피션트다이내믹스 에디션이다. 폭스바겐 제타 1.6 블루모션은 경유 1ℓ로 22.2km를 달릴 수 있다. 혼다 인사이트의 23km, 도요타 하이브리드의 29.2km보다 연비가 나쁘다고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클린 디젤엔진이 승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휘발유보다 경유가 200원가량 저렴한 데다 경유가 고효율 연료라서 후련한 가속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처럼 언덕이 많은 도로 환경에서는 가속력 좋은 디젤엔진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당분간은 클린 디젤엔진이 하이브리드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리라고 예측하는 전문가가 많다.

    클린 디젤엔진을 얘기하면서 검은 연기를 내뿜는 오래된 ‘디젤 트럭’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당시 디젤엔진과 지금 디젤엔진은 연료만 같을 뿐,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디젤엔진은 움직임이 둔하고 배기가스가 더러웠지만, 지금 디젤엔진은 터보 기술, 직분사 기술, 고압 분사 기술, 초미립자 필터 기술을 버무려내 날렵하면서도 깨끗하다.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 냄새를 물씬 풍기는 쉐보레 볼트를 내놨다. 볼트는 전기모터의 힘으로 움직이는 순수 전기차로, 전원에 플러그를 꼽아서 충전한다. 한 번 충전하면 70km 정도를 갈 수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출퇴근 거리가 50km 이하라는 계산을 토대로 한 것이다.

    70km 넘게 달려 배터리 힘이 약해지면 자동으로 엔진에 시동이 걸린다. 하지만 이 엔진은 바퀴와 연결된 것이 아니다. 충전을 위한 것으로 ‘엔진’보다 ‘발전기’라고 부르는 것이 적확하다. 발전기라는 이름대로 크기가 모터사이클 엔진처럼 작다. 가속할 때, 감속할 때, 신호대기로 서 있을 때 ‘부아아앙~’ 하면서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런 식으로 충전하면서 달리면 최대 500km까지 갈 수 있다. 기존 자동차가 휘발유를 가득 채웠을 때 달릴 수 있는 주행 거리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GM은 볼트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세웠다. 전기 충전방식도 110v, 220v, 240v 등 다양하다. 보닛 속에 달린 소형 발전기에도 휘발유, 경유, 알코올, 바이오디젤 등 다양한 연료를 넣을 수 있다. GM은 조만간 한국 시장에도 볼트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파트가 많은 한국 시장은 충전 설비를 공동 비용으로 새로 갖춰야 한다는 점이 한계다.

    전기차에 ‘그린 카’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전기 역시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하기 때문이다. 단, 전기차가 기존 자동차보다 화석연료를 덜 태우고 환경을 지키는 방법인 것만은 분명하다.

    요약하면, 지금 시중에서 팔리는 그린 카는 모두 ‘초보 수준’이다. 디젤엔진이 어떻게 진화할지, 하이브리드가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궁극적으로 전기차가 승리하리라는 전망은 있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전기차에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은 전기가 가장 깔끔하고 효율적인 에너지라고 주장한다. 전기차에는 자동차라고 하면 떠오르는 배기음과 석유 냄새가 없다.

    ‘부우우웅’거리며 가슴을 뭉클하게 하던 배기음을 내지 않는 자동차를 상상해보라. 뭔가 옆구리가 허전하지 않나. 이런 이유 때문에 전기스포츠카 업체인 미국 테슬라는 인공적으로 배기음을 들려주는 스피커를 자동차에 달았다. 모기 소리를 내며 질주하던 전기스포츠카에 휘발유 엔진이 내는 소리를 집어넣은 것이다. 포르쉐 GT 배기음,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배기음 등 취향대로 골라 즐길 수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그린 카 종결자가 수소차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수소차는 먼 미래의 얘기다. 폭발에도 안전한 수소탱크 개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수소차로 넘어가기 전 과도기에 잠시 유행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장수하는 이유다.

    바이오디젤 의무화

    식물성 원료에서 추출…72%가 수입이라 고민


    하이브리드車 질주냐 전기車 대추격전이냐
    폐식용유나 쌀겨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에 알코올과 촉매제인 수산화나트륨을 섞은 뒤 80℃ 고온에서 가열하자, 맑고 투명한 액체 상태의 바이오디젤이 분리된다. 바이오디젤은 이름 그대로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 연료다. 분자 내 산소를 포함한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는다. 이런 이유로 독일에선 1990년대부터 자동차용 경유에 바이오디젤의 혼합 사용을 의무화했다.

    우리나라도 2012년부터 2%의 바이오디젤 혼합을 의무화하도록 법제화(Renewable Fuel Standard ·RFS)를 추진했다. 정부는 지난해 제2차 바이오디젤 중장기보급계획에서 단기적으로 동물성 바이오디젤의 상용화, 폐식용유 수거율 확대, 해외 농장 개척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 차세대 바이오디젤 연료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로선 바이오디젤의 원료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현실이 고민거리다. 현재 바이오디젤 원료의 수입률은 72%에 달한다. ‘에너지 자립화’라는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에 식량 자원을 에너지로 사용한다는 지적까지 더해지면서 정부의 고민이 커졌다. 동물성 유지를 사용하자는 주장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고, 실제 정부안에서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사료값 인상이라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현재 주유소에서 일반 경유를 넣으면 그 속에 바이오디젤 2%가 섞여 있다. 애초 정부는 2020년까지 혼합 비율을 해마다 0.5%씩 늘려 BD7(혼합율 7%)을 달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원료 수급, 면세를 이유로 잠정 유보한 상태. 2012년에 RFS를 시행하더라도 현재 수준인 2%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바이오디젤 사업에 대기업과 정유 계열사가 속속 참여했다. 현재 SK케미칼과 GS바이오에 이어 삼성석유화학도 출사표를 낸 상황이다. 특히 정유사들은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만큼 경유 판매에서 손해를 본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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