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2

2011.06.20

면삽지·물망터·황금곰솔 삽시도 3대 보물 아십니까?

서해 보령 삽시도

  • 글·사진 양영훈

    입력2011-06-24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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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삽지·물망터·황금곰솔 삽시도 3대 보물 아십니까?

    1 거멀너머해수욕장 남쪽 갯바위에서 바라본 진너머해수욕장. 2 밤섬선착장 주변에 있는 갯벌에서 조개를 잡는 주민.

    삽시도(揷矢島)는 하늘에서 바라보면 화살[矢]을 꽂아놓은[揷] 활처럼 생겼다고 한다. 충청도에서는 안면도, 원산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하지만 면적은 3.78k㎡, 해안선 길이는 11km에 불과해 도보로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서두르지 않아도 한나절만 자분자분 걸으면 섬 구석구석을 다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처음 찾은 사람에게 삽시도는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술뚱선착장이 있는 웃말과 밤섬선착장이 있는 밤섬마을 사이에 제법 널찍하고 반듯한 논밭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삽시도의 3개 마을 가운데 가장 큰 웃말에는 초등학교, 발전소, 보건소, 경찰초소 같은 공공기관과 정미소, 교회, 발전소, 민박과 펜션, 식당, 슈퍼마켓 등이 몰려 있다. 게다가 넓지 않은 마을길에는 이곳 주민들의 자동차와 소형 트럭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닌다. 언뜻 어느 시골의 면 소재지처럼 번화해 보인다.

    웃말의 술뚱선착장에서 초등학교와 발전소 앞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하나 넘으면, 선착장과 마을이 있는 동쪽 해안과는 판이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산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는 거멀너머해수욕장에 당도한 것이다. 인적이 뜸한 해변에는 갈매기만 오락가락하고, 아득한 수평선 위로는 작은 고깃배가 천천히 떠간다.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은 의외로 단단하다. 경사도 아주 완만해 한참을 걸어야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바다는 썰물 때마다 한없이 멀어졌다가 밀물 때면 솔숲 턱밑에서 출렁거린다. 그래도 수심이 얕은 편이어서 피서철에는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마음 놓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서쪽 해수욕장치고는 바닷물도 아주 투명하다. 얕은 물에서 손가락만 한 새끼 복어가 헤엄치는 모습이 마치 수족관에서 노니는 양 선명하게 들여다보인다. 이런 특징들은 진너머해수욕장, 밤섬해수욕장 등 삽시도 해수욕장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거멀너머해수욕장 남쪽에 있는 길이 100m쯤의 갯바위지대를 통과하면 진너머해수욕장이 나온다. ‘당너머해수욕장’으로도 불리는 이 해수욕장의 풍경, 분위기는 거멀너머해수욕장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백사장 길이가 100m가량 짧아서 좀 더 아늑한 느낌이 든다는 점, 그리고 해수욕장 뒤편에 거멀너머해수욕장보다 훨씬 더 높은 언덕이 있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다. 이 언덕에는 해당화를 비롯한 야생화가 철따라 끊임없이 피고 진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바다 저쪽에는 호도, 녹도 등의 섬들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다. 해질녘이면 그 섬들의 하늘과 바다를 현란하게 채색하는 해넘이와 저녁노을이 장관을 이룬다.

    삽시도의 서남쪽 해안으로는 ‘수루미해수욕장’으로도 불리는 밤섬해수욕장이 자리한다. 다른 두 해수욕장에 비해 찾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 성수기인 피서철에도 한가롭고 오붓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진 모래밭을 호미로 뒤적거리면 어린아이의 주먹만 한 조개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평소 인적이 뜸한 밤섬해수욕장의 주인은 검은머리물떼새다. 파도가 드나드는 모래밭을 부산스럽게 들쑤시며 먹이를 잡아먹는다. 종 자체가 천연기념물 제326호로 지정됐을 정도로 희귀한 검은머리물떼새는 원래 겨울철새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서천 유부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서해의 여러 섬에서 번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로는 텃새로 자리 잡았다. 이 새는 환경 변화에 워낙 민감해 서식환경이 조금만 나빠져도 금세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곤 한다. 그러므로 검은머리물떼새가 사는 곳은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면삽지·물망터·황금곰솔 삽시도 3대 보물 아십니까?

    1 진너머해수욕장의 모래밭에 숨은 맛조개. 2 인적 드문 밤섬해수욕장에 날아든 검은머리물떼새. 3 삽시도의 3개 보물 가운데 하나인 면삽지.

    삽시도에는 3개의 보물이 있다. 면삽지, 물망터, 황금곰솔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 면삽지와 물망터는 썰물 때만 만날 수 있다. 면삽지는 진너머해수욕장 남쪽의 무인도다. 밀물 때는 뚝 떨어져 혼자 있다가 썰물 때 좁은 모래톱을 통해 삽지도와 연결된다. 면삽지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는 작은 해식동굴이 자리하는데, 그 안에는 맑고 시원한 약수가 솟는 샘터가 있다. 물 빠진 면삽지 주변의 얕은 바다와 갯바위에서는 조개, 해삼 같은 해산물을 맨손으로도 쉽게 잡을 수 있다. 예전에는 면삽지에 가려면 썰물 때에 맞춰 진너머해수욕장 남쪽의 갯바위지대를 조심스레 통과해야 했다. 그러다 몇 해 전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방제작업용 찻길이 개설된 덕에 지금은 들어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면삽지에서 다시 암석해안을 끼고 돌아가면 삽시도의 또 다른 보물인 물망터를 만난다. 밀물 때는 바닷속에 잠겼다가 썰물 때마다 깨끗한 샘물을 뿜어내는 신비의 샘이다. 삽시도는 옛날부터 물맛 좋기로 소문난 섬이었다. 특히 음력 칠월칠석날에 여자들이 물망터 샘물을 마시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면삽지·물망터·황금곰솔 삽시도 3대 보물 아십니까?

    맛깔스럽게 차려낸 삽시도 한 민박집의 백반.

    삽시도의 마지막 보물인 황금곰솔은 곰솔(해송)의 돌연변이종이다. 사시사철 푸른 빛깔을 띠어야 할 솔잎이 온통 황금색이다. 우리나라에는 세 그루만 자생할 정도로 희귀한 소나무라고 한다. 황금곰솔을 보려면 먼저 밤섬해수욕장 서쪽 끝 솔숲에 자리 잡은 금송사라는 암자를 찾아가야 된다. 거기서 멀지 않은데도 길 찾기가 간단치 않다. 암자에서 정확한 길을 다시 확인한 뒤에 길을 나서야 헤매지 않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실제로 본 황금곰솔은 황금색이 별로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주민의 말로는 해질 무렵에 봐야 진짜 황금색을 띤다고 한다. 그래도 ‘세계적인 희귀 소나무여서 학술적으로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안내판의 설명글을 읽고 나면, 그곳까지의 다리품이 헛되게 느껴지진 않는다.

    여/행/정/보

    ●숙박

    태창비치하우스펜션(041-932-6925), 동백하우스(011-408-3738), 펜션나라(041-931-5007), 바다타운(010-8300-4321), 버디하우스펜션(011-203-2921), 삽시도통나무펜션(017-403-3643), 해돋는펜션(041-935-1617), 청해펜션(041-932-3769), 모닝펜션(041-932-3648), 글로리펜션(041-932-0768) 등 펜션과 시설 좋은 민박집이 많다.

    ●맛집

    해돋는펜션식당(041-935-1617) 등 상설식당이 많다. 대부분 생선회, 김치찌개, 해물탕 등을 내놓는다. 음식 맛과 가격도 비슷한 편이다. 대부분의 민박집에서는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차려준다. 펜션을 이용할 경우에는 식사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교/통/정/보

    ●대천↔삽시도

    대천여객선터미널에서 삽시도, 장고도, 고대도를 거쳐 가는 신한해운(041-934-8772)의 카페리호가 평일에는 하루 3회(07:30, 13:00, 16:00), 주말과 휴일에는 하루 4회(10:40 추가) 운항한다. 피서철에는 증편되며, 안면도의 영목항에서도 삽시도행 카페리호가 하루 1회(16:30) 출항한다. 대천에서 삽시도까지는 약 40분 걸린다. 삽시도에서는 물때에 따라 윗말선착장과 밤섬선착장을 번갈아 이용하기 때문에 삽시도에서 승선할 경우에는 어느 선착장에 배가 도착하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섬 내 교통

    택시나 정기 노선버스가 없다. 자동차를 배에 싣고 가거나 두 발로 걸어 다녀야 한다. 민박집에 연락하면 배 시간에 맞춰 차를 갖고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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