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0

2011.06.07

장수사회 최후 안전판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라

연금에 대한 편견

  •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1-06-07 0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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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사회 최후 안전판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라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아직 연금 가입은… 글쎄요.”

    누구나 공감하지만 아무도 선뜻 하지 않으려는 것이 노후 준비다. 더욱이 당장 생활비를 줄여 연금저축 금액을 늘리라면 내켜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려는 기업에서 근로자의 60% 이상이 퇴직금을 중간 정산 받았다고 한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 더는 중도에 퇴직금을 찾아 쓸 수 없기 때문에 제도 도입 전 일시에 찾아버린 것이다. 이처럼 어찌 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당장 눈앞의 과실을 포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먼 미래 일로만 여겼던 고령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542만 명이나 된다. 이는 총인구 4858만 명의 11.3%에 해당한다. 길 가다 부딪치는 사람 10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셈이다. 예비 고령자도 만만치 않다. 55~64세 인구가 약 500만 명이나 된다. 대한민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이런 절박함 때문인지 최근 연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1955~63년생, 현재 712만 명 생존)의 은퇴가 본격화한 2010년부터 각종 연금에 가입한 사람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009년 말 3만6000명에 불과하던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는 3배 가까이 늘어나 올 2월 말 10만 명을 넘어섰다.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도 2009년 말 약 1120건에서 2010년 말 2020건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 한 해 각종 연금의 성장이 고무적이긴 하지만, 은퇴를 앞둔 전체 고령자 수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성장을 지속하려면, 연금에 대한 오해와 편견부터 씻어야 한다.

    사람들이 연금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는 연금의 불확실성 때문이다.‘지금 생활비를 줄여서 내는 연금을 나중에 제대로 받을 수나 있을까?’‘일찍 죽으면 낸 돈도 다 받지 못할 텐데!’라는 불안한 마음이 미래에 받을 연금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다. 어찌 됐든 고령화라는 험난한 파고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연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연금에 대한 편견부터 바꿔야 평안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 연금은 승산 없는 도박이다?

    No ▶ 장수사회는 연금 승률을 높여놓았다

    연금은 오래 사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따라서 평균수명이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엔 사람들이 연금을 싫어하는 것이 당연했다. 누가 지는 게임을 계속하겠는가. 이러한 연금에 대한 편견은 근대 연금의 기원과도 관련 있다. 19세기 말 독일을 통일한 비스마르크는 당시 유행하던 사회주의에 국민이 넘어가지 않도록 유화정책의 일환으로 1889년 노령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이 연금은 근로자가 70세부터 수령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데, 당시 독일 남성 근로자의 평균수명이 45세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연금에 대한 불신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연금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 승률이 높아졌다. 우리나라만 해도 평균수명이 남성 76세, 여성 83세에 이르고 있다. 의학기술 발달까지 고려한다면 60세부터 연금을 수령해도 20~30년간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장수사회에서 연금은 승산 없는 도박이 아니라, 오래 사는 위험을 제3자에게 이전해 개인과 가정을 보호하는 방패 같은 구실을 한다.

    ☞ 연금상품은 수익률이 좋지 않다?

    No ▶ 연금 수익률은 수명에 따라 결정된다

    연금은 각종 수수료가 많아 적금이나 펀드보다 수익률이 낮다고 생각한다. 사실 연금상품은 초기에 각종 수수료를 많이 떼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에서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낮다. 하지만 이는 연금을 중간에 해지한 환급금을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할 경우에 해당하는 얘기다. 연금의 본래 목적은 노후에 종신토록 생활비를 수령하는 데 있다. 따라서 연금 수익률도 얼마나 오래 사는지에 달렸다. ‘사과는 사과끼리 비교하라(Apple to apple)’는 말이 있다. 연금을 적금이나 펀드와 비교하면서 어떤 것이 수익률이 더 좋으냐, 나쁘냐 하는 것은 사과를 배와 비교하면서 어떤 과일이 더 맛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 연금은 나중에 가입하면 된다?

    No ▶ 일찍 가입할수록 이익이다

    평균수명이 더 길어지리라 예상한다면 바로 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이득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 보험사는 연금을 지급해야 할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의 사망률과 생존율을 근거로 작성한 경험생명표를 기준으로 연금수령액을 결정한다. 경험생명표는 3~5년에 한 번씩 수정하는데, 최근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경험생명표가 한 번 바뀔 때마다 같은 금액을 저축하더라도 받게 되는 연금은 5~10%씩 줄어든다.

    연금 수령액은 연금을 가입할 당시 경험생명표에 따라 결정하므로, 지금 가입하는 것과 나중에 가입하는 것은 수익률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만일 연금 가입을 10년 뒤로 미룬다면 그 사이 경험생명표가 2~3회 바뀔 테고, 그럼 연금 수령액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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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금은 각종 제약이 많아 불편하다?

    No ▶ 그래야 돈이 모인다

    국민연금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가입해야 하고, 중도에 찾아 쓸 수 없으며, 60세가 넘어야 매달 또는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도 일단 가입한 후에는 퇴직할 때까지 찾아 쓰기 어렵다.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개인연금 또한 중간에 해지할 경우 세제상 불이익을 받도록 돼 있다. 일반 연금이나 변액연금도 가입 초기에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적을 뿐 아니라, 가입 후 10년 이내에 해지할 경우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연금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장수사회 최후 안전판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라
    하지만 역으로 이런 제약 때문에 연금을 중간에 해지하지 않고 오래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에 노후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은 쉽게 찾아 쓸 수 있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불편해서 찾아 쓸 수 없었던 연금이다.

    *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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