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6

2011.05.09

전쟁법 적용 여부 새로운 논란 불러

오사마 빈 라덴 사살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1-05-09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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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법 적용 여부 새로운 논란 불러

    미국 오바마 대통령(왼쪽 두 번째)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9·11테러의 배후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의 작전으로 사살됐다. 빈 라덴은 미국이 10년 가까이 계속해온 테러와의 전쟁에서 적대 세력의 정점에 있던 인물이다.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 무장 세력인 알카에다의 수장이 된 그는 ‘대범하게도’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한 9·11테러를 주도했으나 끝내 사살되는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법적인 설명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죽음’엔 국제법적으로 상당 기간 풀기 어려운 문제가 숨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살인죄는 엄하게 처벌한다. 하지만 전쟁 중 상대 전투원을 사살한 것은 정당화된다. 전투원을 많이 죽인 사람은 오히려 포상을 받는다. 그게 바로 전쟁의 속성이다. 전쟁은 인간의 역사 속에 항상 존재했다. 전쟁을 하더라도 필요 이상의 고통과 피해를 피하려고 제정한 것이 바로 ‘전쟁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전쟁 중이라도 상대의 전투 행위와 관련 없는 민간인, 인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재는 보호해야 한다. 전투 의지가 없는 전쟁 포로를 살상해서도 안 된다. 이 법을 위반한 사람이나, 인도에 관한 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범한 사람은 전범재판을 받아야 한다.

    전투원은 상대 전투원을 타격할 수 있는 특수한 지위에 있다. 다만 전투원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복장을 해야 한다. 군복을 입어야 한다는 의미다. 민간인 복장을 하거나 상대 군복으로 위장한 사람은 전투원이 될 수 없다. 만일 이를 어기다 체포되면 전쟁 포로로 대우받지 못한다. 살인범이 돼 상대의 재판 절차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

    전쟁은 국가 간 물리력의 충돌이다. 이 때문에 국가 내에서 벌어지는 내전(內戰)은 전쟁이 아니다. 내전에선 전쟁 포로가 있을 수 없다. 체포된 사람은 내란죄 같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일 뿐이다. 테러범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라는 조직체와 직접적 관계가 없기 때문에 전쟁 포로로 대우받기 어렵다. 역시 해당 국가의 국내법에 따라 처벌받을 뿐이다. 테러범은 소말리아 해적과 다를 바 없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식적인 군사작전을 수행해왔다. 알카에다 또는 탈레반에 대한 조치는 테러범을 체포하고 이를 처벌하는 국내법(여기서는 미국연방법)이 아니라, 국제법인 전쟁법 적용 대상이라고 한다. 전쟁 중이 아니면 상대 조직 지휘부를 공격하는 것은 요인암살에 해당돼 정당한 행위가 아니다. 비공식적인 비밀작전을 벌일 수 있겠지만, 원칙적으로는 상대 지휘부를 체포해 사법 절차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전쟁이라고 하면 이렇게 공격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9·11테러로 3000여 명에 달하는 인명 손실과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종래의 테러와 비교해 그 규모가 너무 컸다. 미국은 이를 전쟁으로 규정하고, 알카에다를 상대로 한 전쟁을 수행해왔다. 그런데 테러와의 전쟁은 그 상대가 국가가 아니고, 정규군도 없으며, 전장(戰場)도 없고, 전쟁 시작도 종전 시기도 언제라고 말하기 어렵다. 미국이 주장하는 새로운 전쟁 개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국가적 조직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마찰과 위협이 전쟁 수준에 도달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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