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7

..

스포츠

삼성 라이온즈 리그 제왕에서 천덕꾸러기로

도박 연루 선수 방출 및 선수단 운영비용 감소로 전력 누수 커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입력2017-05-08 11:23:48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로마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KBO리그의 왕조 삼성 라이온즈의 추락 속도는 2시즌도 되지 않아 1위에서 최하위로 떨어질 만큼 빠르다.

    삼성은 2010년 정규리그에서 2위를 기록했고 플레이오프(PO)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인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은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기록했으며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전성기 시절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위로 급격히 추락했고, 이번 시즌에선 꼴찌를 달리고 있다. 2010년부터 따지면 ‘2→1→1→1→1→1→9→10위’다.  



    에이스 떠나고, 가는 선수 잡지 못해

    2017시즌 삼성은 KBO리그 최초 시즌 100패 팀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이라는 이름은 1982년부터 한국 프로야구에서 부의 상징이었고, 언제나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던 명문 구단이었다. 어쩌다 삼성이 리그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를 듣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을까. NC 다이노스 외국인 선발투수 제프 맨쉽은 3월 31일 2017시즌 개막부터 4월 30일까지 홀로 6승을 따냈다. 같은 기간 KIA 양현종과 LG 트윈스 류제국은 각각 5승을 기록했다.

    삼성은 4월 29일 SK 와이번즈와 홈 경기에서 8연패의 늪에서 벗어나며 시즌 4번째 승리를 거뒀다. 팀 전체 승수가 다른 팀 투수 1명이 쌓은 승수보다 적다. 삼성은 20번이나 패했다. 팀 승률은 0.167(4승20패2무)로 리그에서 유일한 1할대 팀이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이 패한 팀은 2015년 kt 위즈다. 1군 데뷔 시즌이던 그해 kt는 기존 팀들과 큰 전력 차로 52승91패  1무를 기록했다. 시즌 승률은 0.364였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삼성의 승률은 2015년 kt보다 훨씬 낮다. 또한 역대 프로야구 시즌 최저 승률인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0.188(15승65패)보다도 낮은 실정이다. 시즌 종료까지 승률이 3할을 넘지 못하면 사상 처음으로 100패 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삼성의 전력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팀 방어율은 5.87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5점대다. 팀 타율은 0.259로 전체 9위다. 삼성의 급격한 추락은 2015시즌 종료와 함께 시작된 전력 이탈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불펜 에이스 안지만이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투자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 계약 해지되면서 팀을 떠났다.

    앞서 마무리투수 임창용도 불법 해외원정 도박으로 벌금형을 받아 방출됐다.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와는 재계약에 실패했다. 주축 타자 박석민과 최형우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해 연이어 정든 팀을 떠났다. 좌완 에이스 차우찬과도 잔류 계약에 실패했다.

    지난해 삼성은 불펜진 붕괴와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로 9위로 추락했다. 1위만 해오던 팀의 충격적인 몰락에 구단은 사령탑 교체에 나섰다. 삼성은 4차례나 우승컵을 안긴 류중일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김한수 타격코치를 새 감독으로 임명했다. 김 감독은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주장으로, 외유내강형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올해 삼성은 지난 시즌보다 전력 누수가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FA시장에서 최형우, 차우찬을 동시에 뺏기며 선발투수 우규민과 내야수 이원석을 급히 수혈했지만 투·타 전력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당시 현장에서는 “김한수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미래의 감독감으로 불렸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너무나 어렵다. 차라리 경험이 풍부한 외부 리빌딩 전문가를 감독으로 영입했더라면 팀 미래와 차기 감독감이던 김 감독의 커리어에도 더 좋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구단의 어려워진 주머니 사정

    김 감독이 마주한 상황은 무척이나 가혹하다.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가 시범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김상수, 박한이의 부상도 이어졌다.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는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며 영입한 우규민도 5경기에서 방어율 5.25로 시즌 출발이 신통치 않다.

    최형우의 공백과 러프의 부진은 타선 전체에 악영향을 미쳐 공격력도 눈에 띄게 약화됐다. 이승엽과 구자욱이 홈런 4방씩을 날리며 분전하고 있지만 타율은 여전히 2할대 중반이다.

    게다가 류 전 감독이 지난해부터 크게 우려하던 타자 친화적인 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직각 외야는 삼성 투수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삼성은 최근 3년간 거포 타자가 급격히 줄어들어 홈구장에서 홈런 적자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부터 제일기획이 삼성 라이온즈의 대주주가 됐고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팀 전체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그동안 삼성전자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전폭적 지원으로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지만, 제일기획은 스포츠구단의 자생력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의 선수단 운영비용은 2015년 423억 원에서 지난해 329억 원으로 100억 원 가까이 줄었다. 

    투자액이 대폭 줄었는데도 저비용-고효율을 실현할 수 있는 신예 발굴에는 뚜렷한 성과가 없어 팀 성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치용 KBS N 스포츠 야구해설위원은 “공격, 투수진 모두 전력 누수가 크지만 수비가 나빠진 것도 문제다. 1~2점 차 패배가 많은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레나도가 5월 말 복귀해 선발 로테이션이 자리 잡으면 3할대 승률로 올라설 수도 있다. 그러나 현 상태라면 3할 승률을 기록해도 순위는 최하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

    삼성의 퇴조는 구단이 2015년 제일기획으로 넘어갈 때부터 예상됐으나 그 속도가 모두의 전망을 뛰어넘었다. 저비용으로 성공하려면 같은 처지인 두산과 넥센 히어로즈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즉 전략적인 스카우트, 유망주 집중 육성 및 과감한 기용이 조화를 이루는 삼성만의 새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