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7

2017.05.10

르포

쓰레기 지옥, 한강공원을 어찌하리오

방문객 얌체짓, 난립한 노점, 취객도 문제…음식물쓰레기 별도 처리시설 마련 시급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05-08 11: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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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마지막 주말부터 시작되는 연휴 때문인지 한강시민공원으로 가는 길은 여느 주말보다 더 붐비는 듯했다. 한강시민공원 인근 주차장은 나들이객의 차로 가득 차 있었다. 한강변의 자전거도로도 인파 탓에 마치 자동차도로처럼 정체돼 있었다. 지하철역 입구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쪽으로 나오는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3번 출구에는 출근시간 지하철역만큼이나 사람이 많았다. 나들이객만으로도 꽉 차는 좁은 인도에 배달음식 전단을 나눠주는 사람들까지 몰려 있었기 때문.



    “시원한 강바람 맞으러 왔는데 악취가 웬 말”

    따뜻한 날씨에 한강을 찾는 사람이 늘자 한강에 버려지는 쓰레기양도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일부 시민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도 많지만 각종 음식점에서 나눠주는 전단이나 공원 진입로의 길거리 음식점 등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이에 서울시가 늘어난 쓰레기를 줄이고자 수시로 단속 중이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강시민공원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쓰레기는 전단이었다. 치킨, 피자 등 각종 식당의 배달 전단이 공원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다. 특히 여의나루역 3번 출구에서 한강시민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은 바닥에 버려진 전단들 탓에 계단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인근 잔디밭에도 여기저기 전단이 버려져 있었다.

    물론 전단 수거함과 쓰레기통이 있었지만 살포되는 전단 양을 감당하지 못해 수거함은 이미 넘쳐 있었다. 데이트를 나온 이영진(28) 씨는 “전단이 공원을 너무 더럽히고 있다. 배달앱 등 전단이 아니어도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은데, 굳이 인건비와 인쇄비를 들여가며 전단을 배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소풍을 나온 서울 마포구의 신모(25) 씨는 “지지난해부터 나들이철마다 한강을 찾고 있는데, 매번 한강변을 메운 전단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고 말했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전단 배포는 사실 법으로 금지돼 있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3조와 제6조에 따르면 일부 도시 내 공원에서는 전단을 포함한 각종 광고물의 설치 및 배포가 금지돼 있다. 따라서 한강시민공원에서도 전단을 나눠줄 수 없다.

    하지만 한강시민공원 입구 노릇을 하는 여의나루역은 공원이 아니라 영등포구 관할 구역이다. 여의나루역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것은 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한강시민공원 관계자는 “여의나루역에서 받은 전단 대부분이 한강시민공원에 버려지는데 법상 규제할 방법이 없어 전단 배포를 막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단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한강시민공원을 찾은 시민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다. 나들이객이 전단으로 배달시켜 먹고 버린 음식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물론 먹고 남은 음식을 그 자리에 두고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공원 이용객은 대부분 50m 남짓 간격으로 설치된 그물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넣는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처리하는 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쓰레기통 주변은 각종 음식물이 뒤섞여 악취가 난다. 서울 영등포구의 임모(32) 씨는 “모처럼 연휴를 맞아 친구들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러 나왔는데 각종 음식물 냄새 때문에 불쾌하다”고 말했다.

    겨울이 가고 날씨가 풀리면 한강시민공원에 쓰레기가 증가하는 일은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다. 지난해 한강시민공원의 쓰레기 배출량은 2월 112.4t에서 3월 311.6t로 2.5배 늘었고 4월과 5월에는 각각 448.6t, 560.2t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매년 한강 쓰레기 문제로 시민의 불만 목소리가 높다. 현재 관련 대책을 논의 중이다. 상반기에 발표하고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흡연에 고성방가까지

    공원을 찾는 일부 나들이객이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아 시민이 불편함을 겪는 일도 생긴다. 한강시민공원은 전체가 금연구역이지만 다리 밑이나 기둥 뒤 등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어김없이 담배 연기가 솟아올랐다. 가족과 한강시민공원에 나온 서울 관악구의 이모(32·여) 씨는 “공원은 금연구역인데도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도 함께하는 공간인 만큼 공원 측에서 신경 써서 단속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원 내 과도한 음주도 문제다. 맥주 한두 캔으로 목을 축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간혹 취객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2013년에는 20대 취객이 한강에 투신했다 구조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한 30대 취객이 공원 매점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6월 서울 시의회에서 한강시민공원 등 공원 내 음주를 금지하는 조례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현재 조례안은 의회에 계류 중이다.

    흡연, 음주 관련 민원도 날씨가 풀리는 3월부터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기준 한강시민공원 관련 민원은 1월 59건, 2월 88건에서 3월에는 176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후 4월 297건, 5월 397건, 6월 445건 등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증가세는 날이 추워지는 11월이 돼서야 117건으로 잦아들기 시작한다.

    한강시민공원을 아끼는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공원을 편안하게 이용하려면 단속과 처벌 전에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학생 김지은(23·여) 씨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집 가까이에 있는 한강시민공원을 찾아 동네 친구들과 맥주 한 캔씩 마시곤 하는데,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거나 시비가 붙어 고성이 오가는 모습을 간혹 목격한다. 모두 함께 이용하는 공원인 만큼 과도한 음주는 자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강시민공원 인근 주민인 이모(45) 씨는 “주말에 공원에 나가 보면 인도 한쪽을 꽉 채운 노점과 여기저기 쓰레기 악취 때문에 불쾌한 경우가 많다. 한강시민공원은 서울시민 모두의 것이지만, 그 근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한강공원 관계자는 “봄을 맞아 쓰레기 무단 투기나 흡연, 과도한 음주를 수시로 단속하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민관협동 단속에 나서는 등 한강시민공원 관리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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