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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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불났다

식품기업들 “차세대 성장동력” 앞다퉈 진출 … 제약업체는 떨떠름한 시선으로 경계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1-03-14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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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불났다
    어릴 적 어머니는 매일 아침 비타민 2알을 챙겨주셨다. 당시 비타민은 유일무이한 ‘만병통치약’이었다. 입병이 나도, 두통이 있어도 비타민 2알만 먹으면 싹 낫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당시 비타민제는 건강보조식품(현재 건강기능식품으로 명칭 변경), 즉 약이 아닌 식품이었다.

    현재 30대 중반 기자의 식탁에는 종합비타민제뿐 아니라 클로렐라 제품, 홍삼 진액 등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이 놓여 있다. 냉장고에도 녹즙과 석류 원액, 위와 장에 좋다는 유제품, 다이어트와 피부에 좋다는 각종 제품 등이 들어 있다. 언젠가부터 명절 선물은 홍삼 제품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참살이 열풍이 불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과 욕구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중장년 및 노년층뿐 아니라 20, 30대 젊은이도 건강 문제에 엄청난 관심을 쏟는다. 각박한 사회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수면 및 운동 부족 등으로 몸과 마음이 허약해졌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해 2조3000억대 시장 규모

    건강기능식품은 2002년 8월 공포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정의되는 기능성 식품을 말한다. 건강 증진에 유용한 영양소 또는 기능 성분을 사용해 만든 ‘식품’으로 ‘의약품’과는 다르다. 과거엔 건강기능식품의 상당 부분을 제약회사에서 만든 비타민제가 차지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다양화됐다. 대표주자는 ‘정관장’(한국인삼공사)으로 대표되는 홍삼. 하지만 각종 성분을 갖춘 수많은 종류의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도 매해 꾸준히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에 따르면 2007년 9181억 원, 2008년 1조887억 원, 2009년 1조2000억 원 규모다. 관련 업계에서는 규모를 좀 더 크게 추정한다. 2009년 2조 원이 넘어섰고, 2010년 2조3000억 원에 이른다는 것. 업계 1위는 2010년 84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정관장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양대 식품기업인 대상과 CJ제일제당(이하 CJ)을 비롯해 동원F·B(이하 동원), 한국야쿠르트(이하 야쿠르트) 등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어 급속도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것. 이들 업체는 건강기능식품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대상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는 ‘대상웰라이프’다. 대상웰라이프는 창업주인 임대홍 회장이 1990년대 초부터 지병인 당뇨를 치료하기 위해 클로렐라를 꾸준히 먹은 후 혈당수치가 떨어지는 효과를 보자, 이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임 회장의 ‘특명’에 따라 구성된 기술팀이 일본에서 클로렐라 배양 기술을 익혀 온 후 5년여의 연구개발 결과 1996년부터 클로렐라 제품을 생산했다. 대상 클로렐라가 히트를 치자 1999년 대상에서 별도의 건강사업본부가 생겼고, 2002년 대상웰라이프 브랜드가 탄생했다.

    대상웰라이프는 대표 상품인 클로렐라 외에도 홍삼, 비타민, 오메가3, 녹즙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그 결과 2010년 대상 전체 매출의 10%에 이르는 1065억 원을 벌어들였고, 2011년 매출 목표는 1350억 원이다. 대상웰라이프 이광승 본부장은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건강기능식품에 식품업계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대상처럼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은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만큼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상웰라이프는 현재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2002년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든 CJ도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CJ 건강식품사업부인 ‘CJ뉴트라’는 하나의 성분 또는 제품에 주력하는 게 아니라 ‘한뿌리’(인삼·홍삼 건강음료), ‘이너비’(피부 보습을 위해 먹는 화장품), ‘전립소’(전립선 건강식품), ‘팻다운’(다이어트 제품), ‘닥터뉴트리’(맞춤형 영양보충제) 등 5대 빅 브랜드를 선정해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는 게 특징. 2010년 1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1년에는 1400억 원 달성이 목표다. CJ뉴트라 관계자는 “CJ 전체 매출의 3% 미만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5대 빅 브랜드가 서로 다른 특성과 효능을 가진 만큼 개별 브랜드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 마케팅을 펼쳐 매출 극대화와 시장 선점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불났다

    대상 웰라이프 클로렐라(왼쪽)와 CJ뉴트라 이너비.

    동원은 2007년 ‘천지인 홍삼’ 브랜드로 홍삼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관장이라는 절대강자가 있고 농협 ‘한삼인’ 등 경쟁업체가 많은 상황인데도 이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그럼에도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내놓을 자신이 있기 때문. ‘천지인 홍삼’은 자연건조, 전통발효, 초고압 공법을 자랑한다. 동원 천안공장 이용기 공장장은 “인삼 고유의 성분을 최대한 끌어내 농축액의 품질을 높였다”며 “특히 향이 진하고 맛이 부드럽다”고 했다. 2010년 매출은 170억 원인데, 이는 2009년 대비 80% 성장한 수치. 또 동원은 미국의 건강식품 업체 GNC와 제휴를 맺어, 독점 수입 및 판매한 결과 4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1년에는 천지인 홍삼으로만 38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불났다
    춘추전국시대 누가 웃을까?

    2010년 톱스타 고현정이 광고해 화제를 모은 비타민제 ‘브이푸드’와 홍삼 제품 ‘천산맥’을 론칭한 야쿠르트도 “발효유 전문 기업에서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전환, 성장하게 할 동력이 바로 건강기능식품”이라고 천명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발효유 및 음료 제품군 중심의 연구소를 건강기능식품센터로 확대, 개편한 야쿠르트는 지난해 건강기능식품으로 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엔 무려 100% 성장인 1000억 원 매출이 목표다. 이 밖에 풀무원과 롯데제과, 삼양사 등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같은 식품기업의 진출에 대해 제약사 등 기존 업체들은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식품기업들이 강력한 유통망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3만여 개에 이르는 건강기능식품 관련 회사 중 대부분은 중소기업인데, 이들 기업은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도 식품 대기업의 OEM 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식품기업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오히려 오랫동안 어마어마한 자본을 들여 연구, 개발한 제품을 중소업체가 베껴 낮은 가격으로 팔아 우리가 피해를 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들 기업의 관계자들은 “더 많은 고객에게 더 좋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유통망과 자본력이 있는 식품기업이 이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식품기업의 진출은 중소기업의 자리를 뺏거나 착취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 및 기술력(중소기업)과 자본 및 유통망(식품기업)의 결합을 통해 상생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 또 “일반식품이든 건강기능식품이든, 같은 먹을거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 제품 및 연구와의 시너지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기업이 중심이 돼야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어내는 데 유리하다”고 보는 주장도 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하나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에서 직접 만든 제품보다 수입 제품의 비중이 크고, 수출 역시 미미하다. 또 정관장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선도업체가 없는 상황. 이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식품기업의 진출로 어떻게 달라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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