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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記·충·천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

2007년 2월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당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10명이 화마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건 1년 뒤 그들을 추모하는 목소리가 꽤 크게 들리더니 4주년인 올해는 잠잠합니다. 기자도 그들의 죽음을 까마득히 잊고 살았습니다. 10명이 죽었지만 철저히 기자와 상관없는 죽음이었습니다.

여수 화재사건을 다시 떠올린 것은 한 외국인 노동자 단체로부터 “살아남은 14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죽음은 비록 잊었지만 산 자의 목소리는 꼭 듣고 싶었습니다. 그중 3명을 만났습니다. 지난 4년간 그들이 보낸 시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정부는 지옥불에서 살아남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1000만 원 주고 중국으로 보내거나, 멀쩡해 보인다는 이유로 곧장 다른 보호소에 가두는 무자비함을 보였습니다. 이 중에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들이 보호소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떠돌며 겪은 고초는 기사에 담지 못할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던 그들이 기자에게 되묻기 시작했습니다. “언제쯤 병이 나을 수 있나” “우리 이야기를 당신이 전하면 달라질 수 있나” “우리의 요구가 지나친가” 등. 질문을 던지는 데 익숙한 기자는 정작 그들의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못했습니다. 그들은 그간의 경험에 비춰 자신들이 다시 잊힐 운명임을 잘 아는 듯했습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
‘잊힐까 두렵다’, 연평도 주민에게도 그 생각이 읽혔습니다. 어느새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발한 지 석 달이 지났습니다. 연평도 주민들은 조바심을 내고 있습니다. 복구 진척 속도는 더딘데 연평도 밖 사람들의 관심은 빠르게 식는 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연평도 주민은 우리 국민이란 공감대가 아직 남아 있어 다행입니다. 그들의 얼굴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겹쳐졌다면 기자의 ‘오버’일까요? 우리 국민 연평도 주민도 잊지 말아야겠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딱한 사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간동아 2011.02.28 776호 (p11~11)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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