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1

2011.01.17

서북해역사령부 창설 동작그만!

합참만 제대로 해도 얼마든 응징 가능…북 도발 과잉대응 혹은 책임회피용

  • 이정훈 동아일보 논설위원 hoon@donga.com

    입력2011-01-17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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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북해역사령부 창설 동작그만!

    1 신형 대포병 레이더 ‘아서’. 2 다연장로켓포(MLRS) 발사 모습. 3 K-9 자주포

    국방부가 최근 새로 창설하겠다고 밝힌 ‘서북해역사령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서해 5도 방어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서북해역사령부 창설은 국방부가 연평도 포격전을 계기로 마련한 국방 개혁안의 일부. 국방부가 서북해역사령부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연평도 포격전 당시 작전 통제와 명령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즉,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 문제였다는 뜻이다.

    과연 국방부의 주장처럼 우리 군은 서북해역사령부와 같은 통합사령부가 없어서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다’다.

    먼저 해군 2함대부터 따져보자. 해군 2함대는 평상시 백령도 해병대 6여단과 연평도 해병대 연평부대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다. 북한군이 공격해오면 연평부대를 지원해주거나 바로 북한군을 응징했어야 할 조직이다. 그러나 2함대는 전방에 있던 함정을 오히려 후퇴시켰다. 북한군이 함정을 향해 지대함 미사일을 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2함대가 북한군의 지대함 미사일 사거리 밖에서 북한군 포대가 있는 개머리 해안이나 무도를 때릴 함대지 미사일을 실은 함정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2함대는 연평도 포격전 때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2함대를 작전 통제하는 해군작전사령부(이하 해작사)도 연평부대를 지원했어야 할 조직이다. 해작사는 함대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KD-Ⅱ와 KD-Ⅲ(이지스)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구축함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함대지 미사일을 탑재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역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조직 있었음에도 꼼짝 없이 당해



    2함대와 해작사를 작전 통제하는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는 육군과 공군까지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합참은 서북 5도가 북한군 수중에 들어가 수도권 방어가 힘들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서북 5도 방어용 ‘서풍계획’을 만들어놓았다. 이 계획의 핵심은 공군기를 띄워 서북 5도를 공격하는 북한군을 초토화하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전이 있던 날, 공군은 이 계획이 펼쳐질 것에 대비해 공대지 미사일인 SLAM-ER을 탑재한 F-15K 등을 출격했으나 합참은 발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런 점으로 미뤄보면 연평 포격전 당시 해군 2함대와 해작사, 합참 3조직 중 어느 한 곳만이라도 제대로 대응했다면 그렇게 당하지는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3개 조직이 모두 국방부가 주장하는 서북해역사령부로 기능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서북해역사령부 창설의 실효성을 두고 일각에서 “합참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서북해역사령부를 창설하려는 것 아니냐” “옥상옥(屋上屋)이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서북해역사령부의 창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합참이 제 기능을 못하는 이유를 밝히고 그 대책을 찾는 게 오히려 현명한 방법이다. 합참은 평시 작전통제권과 대북 응징능력까지 보유한 우리 군의 최고사령부다. 연평도 포격전은 전형적인 평시 작전에 해당한다. 하지만 당시 합참은 평시 작전통제권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합참이 이런 지적에 대해 제대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당수의 군 전문가는 연평도 포격전에 무참히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합참이 교전 규칙에 얽매여 청와대 하명을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교전 규칙은 정전(停戰)체제를 지키면서 북한군 도발에 대응하도록 한 작전 예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정전체제 유지’다. 북한군 도발에 과잉 대응해 확전이 일어나 정전체제가 무너지면 이에 책임 있는 지휘관은 문책을 면치 못한다. 따라서 우리 군 지휘관들은 상부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동급(同級) 무기로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에 따라 군 내부에선 동급 무기로 대응하다 확전되면 책임 추궁을 당하지 않지만, 상위 무기로 대응하다 확전되면 큰 책임을 진다는 인식과 함께, 상위 무기로 대응하는 것은 그에 걸맞은 상위 부대가 결심해줘야 한다는 관념이 생겨났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일 합참은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를 상위 부대로 봤다고 한다. 청와대가 전투기를 이용한 대응을 결심해줄 것을 기다리다가 시간을 다 보냈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왜 청와대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곧바로 대응 결정을 내리지 못한 걸까. 합참은 평시 작전통제권이 있지만, 평시 작전 사항 중 가장 중요한 6가지는 한미 합의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한미연합사에 위임해놓았다. ‘연합권한 위임사항(Combined Delegated Authority·CODA)’으로 분리된 6가지 사항은 ‘전쟁 억제와 방어를 위한 한미 연합 위기관리’ ‘전시 작전계획 수립’ 식으로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다. 문제는 해석이다. 우리 군에서는 ‘평시에 전투기를 동원해 북한 지역을 때리는 것은 연합권한 위임사항’으로 해석하는 이가 많다.

    연평도 포격 당일 청와대에서는 군과 관련된 몇몇 인사가 대통령에게 이를 거론하며 “한미연합사(미군)의 동의 없이 전투기 공격을 허가했다 확전되면(전면전이 일어나면) 우리가 큰 책임을 지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견문발검(見蚊拔劍) 고사 아는지

    이번 연평도 포격전에서 드러난 우리 군의 맹점은 전체 작전을 통제할 새로운 사령부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작전 계획을 잘못 짜놓았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우리 군이 만약 ‘전투기를 이용한 응징은 한미연합사가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연합권한 위임사항’이라고 판단한다면 애초에 이를 평시 작전계획에 넣지 말았어야 한다. 아니면 ‘서해 5도가 공격당하면 평시일지라도 전투기로 대응한다’는 것에 대한 양해를 사전에 미군 측으로부터 받아놓았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여의치 않다면 차선책으로 동급 무기를 증강해놓았어야 한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대치하는 해병 6여단과 연평부대에 장사정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문제다. 합참은 두 부대에 지상에서 적과 마주한 육군부대와 똑같이 포를 배치했다. 장사정포보다 북한 땅까지 날아갈 수도 없는 60mm와 81mm 박격포, 105mm 견인포를 더 많이 배치한 것. 해병대는 이런 맹점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105mm 이하 포를 155mm 자주포인 K-9으로 바꿔주거나 K-9 세력을 증강해달라고 그동안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합참은 유사시 전투기를 동원해 지원하겠다며 이를 묵살해왔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사람들은 북한군 상륙에 대비해 서해 5도를 요새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서해 5도를 요새화하는 것은 ‘비용 대 효과’ 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서해 5도에는 K-9 같은 장사정포와 북한군의 동태를 감시할 수 있는 정찰용 무인기(UAV), 그리고 북한군이 포탄을 쏜 위치를 잡아내는 TPQ나 아서(Arthur) 같은 대포병(對砲兵) 레이더를 다수 배치해놓았다가, 북한군이 포격을 가해오면 정확한 다연장로켓포 사격 등으로 무력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6여단과 연평부대를 작전 통제하는 해군 2함대가 자체 전력으로 두 부대를 지원해줄 수 있도록 2함대에 함대지 미사일을 탑재한 함정을 배치해줘야 한다. 그리고 공군 전투기를 이용한 작전도 펼칠 수 있게 해준다면 서북해역사령부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 필요가 없어진다.

    연평도를 공격한 북한 해안포는 공격용 무기가 아니다. 해안포는 상대가 상륙하기 위해 해안으로 접근해오는 것을 막는 전형적인 방어용 무기다. 북한이 방어용 무기를 휘둘렀는데 서북해역사령부를 만들고 서해 5도를 요새화하자는 것은 북한 위협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견문발검’(見蚊拔劍·모기 보고 칼을 뽑는다는 의미)하는 과잉 대응이고, 제대로 대응 못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동일 수 있다. 연평도 사태의 분석과 대응은 냉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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