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9

2011.01.03

금통위원, 낙하산만 기다리는 신세

1명 빈자리 채우지 못하고 해 넘겨 … 통화정책 흔들 한은 독립성에 큰 상처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1-03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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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위원을 조속히 임명해라.”

    2010년 12월 10일 한국은행 노조는 “금통위원 임명이 지연되고 있는데 그 이유가 특정 현직 관료를 임명하는 게 부담스러워 퇴직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함이거나, 낙선 인사에 대한 배려를 위한 것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사태”라며 “제대로 된 금통위원을 조속히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런 외침에도 아랑곳없이 공석이 된 금통위원 임명은 해를 넘어갔다.

    금통위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 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정책결정기구로, 한국은행 총재 및 부총재를 포함해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금통위원은 비록 차관급 자리지만 통화정책의 향방과 금리 결정에 표결권을 행사하는 중요한 자리. 하지만 2010년 4월 박봉흠 전 금통위원이 임기를 마치면서 생긴 자리가 8개월째 공석 상태다. 그동안 금통위에 빈자리가 생긴 것은 13번. 지금까지는 대부분 한 달 안에 후임이 채워졌으며 길어도 두 달이 넘지 않았다.

    다른 경제부처 인사 뒤에나 결정될 듯

    금통위원이 1명 부족함에 따라 매달 열리는 금통위 회의 진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11월 22일 예정된 금통위 본회의는 의결정족수(5명)를 채우지 못해 일주일 연기됐다. 당시 김중수 총재와 강명헌 위원이 해외출장을 가느라 참석하지 못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던 것이다. 더 큰 우려는 6명 위원의 의견이 정확히 반으로 갈리는 경우다. 정원 7명이 모두 채워진 상태일 때 3대 3으로 의견이 맞서면 금통위 의장인 한국은행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금리 방향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반면 6명인 상태에서는 ‘가부 동수’가 돼 안건이 부결된다.



    이런 우려에도 금통위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금통위 의장을 겸임하는 한국은행 총재와 총재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국은행 부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5인의 위원은 각각 한국은행 총재,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종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 보니 (한국은행 총재로서도) 딱히 뾰족한 방안이 없다”고 털어놨다.

    공석 기간이 길다 보니 시중에선 억측이 난무한다. 한때 정치권과 금융권에선 6·2 지방선거 후 낙선자를 챙긴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어 G20 정상회의 개최에 따른 논공행상 자리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구체적으로 이창용 G20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갈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유야무야됐다.

    현재 금통위원 인사는 다른 경제부처 인사와 맞물리면서 후순위로 밀린 상황. 그러다 보니 금통위는 안팎으로부터 낙하산 인사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받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통위원이 차관급이다 보니 1월 초 개각 때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이 정해진 후에야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통위원 공석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은행은 독립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한국은행은 2010년 4월 김중수호(號)가 출범한 직후부터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 결과 ‘기재부 남대문 출장소’란 말부터 “통화정책을 보려면 한국은행이 아닌 청와대의 입을 바라봐야 한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처럼 긴 공석은 전례도 명분도 없다. 무기력한 한국은행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다”며 한탄조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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