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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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셜론 전자거미줄 숨소리까지 무차별 포식

美 국가안보국, 전화와 e메일 하루 17억 건 처리

  • 주성민 군사전문 자유기고가 bluejays@kebi.com

    입력2010-08-16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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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셜론 전자거미줄 숨소리까지 무차별 포식
    날렵한 디자인의 대함 크루즈 미사일 C-802는 상당히 치명적인 무기다. 미사일은 관성항법장치와 자동유도장치로 바다 위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며 음속에 가까운 마하 0.9의 속도로 날아간다. 목표를 찾으면 미사일은 고성능 폭약이 장착된 탄두로 전투함을 타격한다.

    대함미사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은 프랑스제 ‘엑조세’다. 포클랜드전쟁이 벌어졌던 1982년, 아르헨티나의 쉬페르 에탕다르 전투기는 엑조세를 달고 날아가 영국 해군을 공격했다. 미사일은 영국의 최신형 프리깃함 셰필드 호를 강타해 한 방에 격침했다.

    1987년 걸프 만에서 초계임무를 수행하던 미 해군 호위함을 이라크의 미라지 전투기가 엑조세 미사일로 공격했다. 미사일에 맞은 호위함 USS 스타크에서 37명이 사망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프랑스 에어로스파샬의 엑조세 미사일은 무기시장의 히트 상품이 됐다. 쉬페르 에탕다르와 미라지는 프랑스 다소(Dassault) 항공이 개발한 전투기다.

    중국이 개발한 최신형 무기 C-802

    중국 군수업체 중국정밀기계는 신형 무기를 개발해 세계시장에 내놓았다. 엑조세를 카피해 더 강력한 미사일을 만든 것이다. 최신형 대함 크루즈 미사일 C-802였다. 엑조세는 최대사거리가 70km지만 C-802는 120km였고 탄두에 화학무기도 탑재가 가능했다. 이란의 C-802 미사일 구매담당관이 중국정밀기계의 테헤란 지점장을 찾아가 본사에 전화하라고 했다.



    “미사일 선적이 늦어 이쪽에서 화가 많이 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지점장이 중국 담당자에게 전화로 사정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란의 구매담당관이 버럭 소리 질렀다. “최고책임자를 바꾸라고 해!” 본사 담당자의 곁에 있던 최고책임자가 대꾸했다. “지금 없다고 그래.”

    지점장은 구매담당관에게 그대로 전했다. 이때 미국 국가안보국(NSA·National Security Agency)은 양쪽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도청하고 있었다. 화가 난 구매담당관은 앉아 있던 의자를 걷어차고는 나가버렸다.

    이란은 중국으로부터 성능 좋고 저렴한 C-802를 여러 차례에 걸쳐 수십 기를 사들였다. 추가 도입을 위해 이미 대금을 지불했음에도 중국이 차일피일 미루자, 이란의 구매담당 관리는 테헤란 지점장에게 “사기를 치느냐”고 수차례 항의했다. 얼마 후 중국정밀기계는 수출을 연기한다고 이란에 통보했다. 중국이 이란에 보낸 팩스를 NSA가 중간에서 낚아챘다. NSA의 전자그물에 걸린 내용은 첩보보고서에 이렇게 기록됐다.

    ‘기술적인 문제로 당분간 수출이 연기될 예정이다.’

    사실 기술적인 문제는 있을 게 없었다. 중국의 미사일 판매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미국 때문이었다. 1997년 10월, 워싱턴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이란 판매금지’를 합의했던 것이다. 이 약속이 지켜지는지 중국과 이란의 외교 교신을 포함한 모든 통신을 도청하며 감시한 것은 NSA였다.

    이듬해 1998년 2월, 중국이 이란에 더 이상 미사일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란의 구매담당관은 앉아서 뒤통수를 맞은 셈이었다. 이란은 15일 안에 미사일을 팔지 않으면 중국과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NSA는 국무성에 첩보보고서를 보냈다.

    ‘이란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며, 중국은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보인다.’

    5개국 첩보기관의 비밀동맹 UKUSA

    미국 국가안보국 NSA는 세계 최대의 정보수집기관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7월 19일부터 3일에 걸쳐 ‘Top Secret America’라는 타이틀로 기획 연재기사를 보도했다. 탐사보도팀이 2년간 미국의 정보기관을 추적한 기사에는, 미국의 비밀처리 능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다음은 NSA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사례.

    1995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일본의 무역대표들이 일본 고급 승용차의 관세 협상을 벌일 때였다. NSA 도청팀은 협상 일주일 전 제네바에 왔다. 그들은 일본인들의 모든 대화와 통신을 도청해 그 내용을 미국 대표팀에 넘겨줬다. 일본팀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미국인들은 상대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다 알고 있었다.

    NSA는 국가 간 중요한 무역협상이 있을 때면 공격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빼내 미국팀에 제공해왔다. NSA는 모든 기업 간의 교신을 도청한다. 보잉과 프랑스의 에어버스가 시장을 놓고 격돌했을 때, NSA는 에어버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보잉에 넘겨주었다. 자국의 이익이 걸린 문제라 정보기관들은 산업스파이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이 캐나다와 1991년 ‘CANDU 원자로 건설’을 협상할 때였다. 캐나다 신호정보 첩보기관인 통신보안국(CSE)은 한국 대사관과 외무부 사이의 모든 통신을 도청했다. 이 사실은 캐나다 ‘파이낸셜 포스트’가 1998년 2월, CSE의 작전 담당요원이던 제인 쇼튼의 폭로를 보도하면서 드러났다.

    한국의 외교 교신을 가로챈 CSE는 ‘UKUSA 동맹’ 회원국이며, 미국의 전자도청업체 NSA가 맹주 역할을 하고 있다. UKUSA는 미국과 영국의 첩보기관이 1946년에 체결한 ‘영미통신 첩보협약(United Kingdom-USA Security Agreement)’이다.

    전 지구적 전자도청동맹의 결성

    영국의 신호정보 첩보기관은 국가통신본부(GCHQ)이며, 원형구조물이라 ‘도넛’으로 통한다. 캐나다의 CSE는 한국과 일본의 외교통신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 호주의 기관은 멜버른에 자리한 방위통신대(DSD)로, 프랑스가 남태평양에서 핵실험을 하려 들 때마다 사전에 정보를 수집해 미국에 제공해왔다. 뉴질랜드의 기관은 국가통신보안국(GCSB)이다. GCSB는 태평양 지역의 일본대사관을 오가는 신호정보와 음성을 포함한 모든 외교 교신을 도청하며, 팩스를 통한 사진자료도 가로채고 있다.

    UKUSA의 미국과 영국 기관은 영어권 국가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기관과 1970년대 후반 비밀한 동맹을 결성했다. NSA는 동맹국 기관들이 전 세계를 상대로 수행하는 ‘신호정보 작전’을 하나로 통합하는 극비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소프트웨어는 5개국을 하나의 가상 국가로 통합하게 만들었다. 5개국 기관은 통합됐고 거대한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NSA가 자리 잡았다. 이렇게 구축된 비밀동맹의 소프트웨어 암호명이 ‘에셜론(Echelon)’이다.

    도청동맹이 결성되자 5개국 첩보기관은 도청망의 제약이 없어졌으며, 표적자료는 필요한 청음기지에 보내고, 정보는 공유하게 됐다. 도청망 에셜론의 전자거미줄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도청동맹의 거대한 안테나 시설인 청음기지와 도청 네트워크는 적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는다.

    냉전시대에는 정찰위성이 사진을 촬영하면 전문가들이 이미지를 분석했다. 흑해의 니콜라예프 해군기지에서 소련이 최초로 건조 중이던 핵추진 항공모함을 800km의 고공에서도 선명하게 잡아낸 건 정찰위성 KH-11이었다. 당시 미국은 이미지를 분석해 무기체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전자정보를 통해 모든 문제의 답이 나온다. 전 세계에 널린 도청동맹의 전자 진공청소기가 빨아들인 신호정보가 모든 해답을 제시한다. 전자정보의 가치는 스파이도 대신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이다. 미국은 국가 안보의 90% 이상을 신호정보에 의존하고 있으며 모든 정보는 NSA가 제공한다.

    영국도 신호정보의 대부분을 NSA에 의존해왔다. 포클랜드전쟁 때 NSA는 영국을 도왔다. NSA는 스파이위성으로 아르헨티나 군의 통신을 도청하고 암호를 해독해 영국 GCHQ에 제공했다. 영국군은 전장정보의 95% 이상을 NSA에 의지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영국 정부는 이런 사실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독자적인 스파이위성 개발계획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에셜론 전자거미줄 숨소리까지 무차별 포식

    (왼쪽) 암호 해독은 NSA의 슈퍼컴퓨터가 담당한다. 사진은 미국 기상예보 슈퍼컴퓨터. (오른쪽) 에셜론의 일부인 영국 멘위스 힐 소재 미국 감청기지.



    에셜론 전자거미줄 숨소리까지 무차별 포식
    NSA 감시 도청보고서

    NSA의 주 고객은 국방부, 국무부, 중앙정보국(CIA) 등 연방기관이다. 기관은 목표의 리스트와 자료를 NSA에 넘겨 감시를 의뢰한다. NSA는 감시 목표의 이름과 특정 단어, 전화번호 등 자료를 분류해 탐색코드를 붙인다. 목표 자료는 에셜론 소프트웨어를 통해 동맹국 도청기지로 보낸다. 도청기지 메인 컴퓨터는 안테나에 걸려드는 수백만 개의 신호정보 속에서 목표물의 이름과 단어를 검색하고 관련된 전화통화와 팩스, e메일을 감시한다. 국제전화와 휴대전화 등 모든 통신 속에서 목표로 설정된 단어와 대화를 뽑아낸다. 이 과정은 인터넷의 바다에서 검색엔진이 순간적으로 자료를 검색하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저장된 모든 정보는 대부분 NSA로 넘어간다.

    NSA의 슈퍼컴퓨터는 암호 해독의 주력 엔진이다. 1시간에 1000만 개의 정보를 전자필터로 0.1%만 걸러내고, 남은 1만 개를 다시 1000여 개로 거른 뒤 한 페이지 분량으로 압축한다.

    NSA의 보고서가 완성되면 정부기관으로 보내진다. 보고서는 중요도에 따라 암호명이 새겨진 도장이 찍힌다. 목표 국가의 내부통신체계와 암호체계를 도청한 민감한 보고서에는 ‘Gamma’라고 찍힌다. 이 중 최고책임자가 받아야 할 극비보고서는 더블 감마인 ‘GG’가 찍힌다. 더블 감마는 CIA 국장이나 국무장관 또는 국방장관에게 인편으로 전달된다. 보고서에는 도청 출처도 세 글자 코드로 표시된다. 일본의 외교통신을 도청한 경우는 JAD, 프랑스는 FRD로 표시한다. 앞의 두 글자는 국가명이며 이어진 D는 외교(diplomatic)를 뜻한다.

    워싱턴의 각국 대사관 직원이 미 정부기관 관계자와 접촉했을 때도 NSA는 보고서를 만든다. 언제 어디서 접촉했는지, 전화를 했으면 내용까지 기록으로 남는다. 도청된 내용이 외국어이면 해당 언어에 능통한 언어요원이 번역해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도 보고서에 기록한다.

    비밀에 싸인 거대한 암호도시

    NSA 본부는 메릴랜드의 포트미드에 있다. 이곳은 최고의 암호를 해독하는 곳이라 ‘암호도시’로 불린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학자가 있는 기관이다. 수학자 외에도 언어요원, 암호 해독가, 컴퓨터 전문가, 육해공 각군의 통신정보 장교들이 모여 비밀의 도시를 이루고 있다.

    NSA가 하는 일은 국가안보와 관련된다. 거대한 첩보기관 NSA의 보안규정은 대단히 엄격하다. 이곳으로 들어가려면 3개의 보안시설을 통과해야 한다. NSA가 발급한 신분증으로 판독기계를 지나야 하고, 다음은 눈동자를 확인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자료와 일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체중 식별장치를 지나며 혼자인지 확인돼야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다. 총기로 위협당해 앞세워질 가능성 때문이다.

    업무로 전화할 때는 보안용 키 카드를 전화기에 넣은 뒤 통화하고, 빼내면 사적인 통화용으로 전환된다. 대부분의 컴퓨터는 보안을 위해 외부와는 단절돼 있다. 일반 컴퓨터는 인터넷과 연결돼 있으나 해킹을 막기 위해 자료 저장은 할 수 없다. 이 ‘암호도시’의 근무자들은 까다로운 보안 규정을 두고 NSA는 ‘Never Say Anything’을 뜻한다고 농담한다.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신호정보의 도청과 해독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통신회로는 암호화되고, 휴대전화와 위성교신은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고, 인터넷은 광섬유 통신체계로 전환됐다. 이런 복잡한 체계의 도청과 해독 기술은 비법을 통해서만 전수된다.

    NSA의 국립암호학교에서는 통신위성에서부터 휴대전화까지 모든 통신의 도청방법을 가르친다. NSA에는 2년제 대학원 과정이 있다. 첩보에 관한 10과목의 전공필수와 전파신호의 4개 선택과목과 논문이 있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도청석사’로 통하는 전략첩보학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에셜론 전자거미줄 숨소리까지 무차별 포식

    1 미국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NSA) 책임자 케이스 알렉산더 장군. 2 냉전시대에는 정찰위성, 정찰기가 사진을 촬영하면 전문가들이 이미지를 분석했으나 지금은 전자정보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사진은 20km 상공에서 무인정찰 중인 글로벌호크.

    당신도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에셜론의 도청망은 모든 통신의 도청이 가능하다. 에셜론을 이끄는 NSA는 전 세계에 널린 청음기지와 국가정찰국(NRO)의 모든 스파이위성을 관장하고 있다. 일본 혼슈 미사와AB의 청음기지에는 미 공군과 육군의 첩보부대가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음성통신이나 팩스는 물론 각 기업 간의 TV 화상회의도 들여다보며 정보를 수집한다.

    에셜론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전후다. 캐나다 정보통신국(CSE)에서 퇴직한 마이크 프로스트는 2000년 2월 미국 CBS-TV의 ‘식스티 미니츠(60 minutes)’에서 에셜론의 가공할 실태를 폭로했다. 유럽의회는 ‘에셜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9개월간 조사를 벌였다. 보고서에는 ‘5개국이 에셜론을 운영해 유럽기업의 정보가 미국으로 넘어간 사실이 확인됐다’고 2001년 5월 폭로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뉴질랜드 기관 GCSB가 극비 전자통신망인 일본 외교 전문을 도청했고, NSA로 넘어간 정보는 암호명 ‘JAD’로 분류됐다고 2001년 6월 보도했다.

    도청동맹이 군사, 외교, 경제의 목표 정보만 수집하는 것은 아니다. 단어검색체계에 암살, 폭탄, 미사일 등 안보와 관련된 특정 단어가 뜨면 자동으로 저장돼 에셜론의 슈퍼컴퓨터로 들어간다. 이 때문에 전화로 오간 대화가 상황의 앞뒤는 잘린 채 일방적으로 분석되고 오도돼 정보기관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NSA는 외국인에 대한 정보는 삭제하지 않고 영구 저장한다. 그래서 오도된 정보가 올라가면 해당 국가의 입국이 거부될 수 있고, 세관에서 이유 없이 검색을 당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체포당할 여지도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NSA가 전화와 e메일을 검색해 하루 17억 건을 처리하고 있으며, 최종 자료는 70개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에셜론의 전신인 UKUSA의 일부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국제적 도청 네트워크는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무차별적인 정보수집으로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에셜론이 쳐놓은 전자거미줄은 지금까지 아무런 견제를 받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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