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4

..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담긴 숨은 1인치 ⑨

TK와 어르신 침묵에 담긴 표심은?

보수층 무응답 지난 대선의 2배…안철수와 보수 후보, 기권 사이에서 방황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ankangyy@hanmail.net

    입력2017-04-19 13:38:29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무응답이 관건이다. 선거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은 투표 참여로 봐야 할까, 불참으로 봐야 할까. 특정 후보 지지를 감추는 것일까,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전화면접조사원이 수화기 너머 무응답자의 속마음을 알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종종 도마에 오르는 이유는 무응답을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응답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정당 지지를 밝히지 않는 무당층이 있다. 무당층은 정치 불신이 강할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무당층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고령세대보다 젊은 세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무당층은 기존 정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정치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큰 집단이다. 다른 하나는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는 유보층이다. 유보층도 젊은 세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유보층은 무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정치적이다. 유보층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은 집단이다.



    보수층 무응답, 지난 대선보다 2배 많아

    선거가 임박할수록 무응답은 줄어들다.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 무응답은 10%대 초반까지 떨어진다. 대부분 지지 정당과 후보를 결정한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을 가진 정당은 모두 6곳이다. 2012년 대선과 비교하면 선택할 정당이 2배로 늘어나 무당층은 상당히 감소했다. 이에 비해 유보층(지지 후보 없음+모름)은 지난 대선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증가했다.



    지난 대선과 다른 점은 보수층의 무응답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대구·경북(TK)과 60세 이상에서 무응답 비중은 지난 대선의 2배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무응답이 젊은 세대, 진보진영에서 나온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2012년 대선 한 달 전인 11월 2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서 후보 지지를 밝히지 않은 무응답은 17.0%였다. 무응답은 40대가 20.0%, 광주·전라가 21.0%로 가장 높았다. 이에 비해 60세 이상 13.0%, 대구·경북 8.0%로 나타났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당시 후보등록 직전인 11월 23일 무소속 안철수 예비후보가 사퇴를 선언했다. 사퇴 이후 실시한 2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은 12.0%로 나타났다. 사퇴 전과 마찬가지로 무응답은 40대가 10.0%, 광주·전라가 16.0%로 가장 높았다. 이에 비해 60세 이상 9.0%, 대구·경북 11.0%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4월 12일 한국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은 10.3%였다. 40대의 무응답은 4.0%에 불과했다. 광주·전라에서도 4.5%에 그쳤다. 전 세대, 전 지역에서 최저를 나타냈다.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16.2%로 나타났다. 대구·경북도 17.8%였다. 전 세대, 전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4월 8일 MBC-한국경제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무응답은 16.6%였다. 무응답은 40대 13.0%, 광주·전라 14.4%로 최저였고 60세 이상 18.7%, 대구·경북 19.9%로 역시 최고였다.

    대구·경북, 60세 이상은 보수의 심장이다. 보수층의 무응답은 여러 의미가 담겼다. 이들은 적극적인 투표 의지가 약하다. 5월 9일 대선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선권에 근접한 보수진영 후보가 부각되지 않은 이유도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보수적통 경쟁을 벌이지만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비토 여론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대구·경북과 60세 이상은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다.



    무응답 보수층 앞에 놓인 세 갈래 길

    줄어들지 않는 무응답 보수층 앞에는 세 갈래 길이 놓여 있다. 첫째,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던 과거 유보층이 그랬듯 투표를 포기하는 것이다. 둘째,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막으려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셋째, 보수진영 후보 가운데 가장 앞서 있는 홍준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투표 기권은 쉽지 않다. 그동안 대구·경북과 60세 이상 투표율은 매우 높았다. 이들에게 투표는 정치 참여이자 민주주의의 실천이다. 이들은 ‘강경보수’라는 비난에도 대한민국 산업화와 발전을 이끌었다는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거의 모든 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한 무응답 보수층은 결국 투표장으로 향할 공산이 크다.

    대구·경북과 60세 이상은 과연 안 후보를 선택할까. 선거는 유력 후보 가운데 한 명을 고르는 것이다. 좋은 후보를 선택할 수 없다면 상대적으로 덜 싫은 후보를 고를 수밖에 없다. ‘울며 겨자 먹기’ 식의 투표 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문 후보는 탄핵정국에서 줄곧 박 전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 있었다. 대구·경북과 60세 이상은 문 후보의 당선이 달갑지 않을 테다. 최근 안 후보의 상승세는 무응답 보수층의 투표 의지를 다시 깨울 수 있다.

    4월 12일 재·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을 휩쓸었다.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선거구에서 여유 있게 당선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 결집과 한국당 도약의 전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홍준표 후보는 대구·경북과 60세 이상에서 안 후보, 문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도 홍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홍 후보는 유승민, 조원진 후보 등과의 보수 경쟁 탓에 중도층을 공략할 틈이 없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현재 박빙 대결을 펼치고 있다. 오차범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그만큼 줄어들지 않는 무응답 보수층의 선택이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과연 대구·경북과 60세 이상 무응답층은 어떤 선택을 할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