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0

2010.04.06

대한민국 열혈사랑, 대 이은 의기투합

애국지사 2세 호주교민 강형국 & 황명하

  • 시드니=윤필핍 통신원 phillipsyd@hanmail.net

    입력2010-03-31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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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열혈사랑, 대 이은 의기투합

    강형국 호주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왼쪽)과 황명하 재호주광복회 부회장.

    강익진(1921~2008)과 황갑수(1921~2009). 일제강점기 중국에서 광복군 신분으로 항일무장투쟁을 하던, 잊혀서는 안 될 애국지사의 이름이다. 이들의 2세가 태평양 건너 호주에서 대를 이어 ‘나라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호주 태권도 국가대표팀 강형국(58) 감독과 ‘재호주광복회’ 황명하(54) 부회장이 그 주인공.

    먼저 이들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면 일본 유학 중이던 강, 황 선생은 일제강점기 막바지인 1944년 일본군 학병으로 강제 징집된다. 이른바 ‘120(학병)동지회’. 여기엔 고(故) 김수환 추기경도 있었다. 동갑내기인 강, 황 선생은 호시탐탐 탈출 기회를 엿봤고 1944년 5월 18일 새벽 이 둘을 포함한 6명이 탈출에 성공, 중국군에 편입돼 한중연합 항일무장투쟁의 선봉에 섰다. 중국군은 이들을 ‘열혈청년’으로 칭송하며 전원 장교로 임관시키기도 했다.

    강 감독과 황 부회장은 1960년대에 그 유명한 서울 광화문 ‘덕수제과’에서 만나던 사이였다. 어느덧 아버지가 된 여섯 청년이 ‘6동지회’를 결성해 정기 모임을 가졌는데, 아이들도 데리고 나왔던 것. 당시 아이들은 열 살 남짓이었다. 그리고 서로 알 만할 즈음 만남이 끊어졌다. 지방으로 이사를 간 동지들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모임이 흐지부지된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45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것도 호주에서.

    강 감독은 특전사 장교가 되어 18년간 ‘국군의 날’ 태권도 시범팀을 지휘했다. ‘군 태권도 시범 교범’을 만들었고, ‘군 태권도 품세’를 총정리해 한국 태권도사에 업적을 남겼다.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그는 호주로 이민 와 호주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두 차례나 국제대회에서 10위 안에 드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황 부회장은 호주로 이민 와 현재 다국적 회사에 근무한다. 그는 호주에 애국지사 후손이 많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재호주광복회’를 창립했다. 또 한국의 차(茶)문화를 호주에 알리고자 ‘재호한인다도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호주에는 독립운동가인 해공 신익희(1984~1956) 선생의 맏손자 신기현 교수(뉴사우스웨일스 대학)와 윤동주 시인의 유일한 생존 혈육인 윤혜원 여사, 독립운동가 조명하(1905~1928) 의사의 손자 등 30여 명의 애국지사 후손이 거주한다.

    20년 가까이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호주 시드니에서 살아온 강 감독과 황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재호한인다도협회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다. 강 감독은 육군 중위 시절부터 아내 몰래 용돈을 모아 값비싼 차를 구해 마시던 차 애호가다. 그날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면서 한참 이야기를 했고, 45년 전 덕수제과에서 함께 롤케이크를 나눠먹던 사이였음을 알게 됐다. 선대까지 합하면 66년간의 길고 긴 인연이 다시 이어지게 된 것.

    그 후 이들은 아버지들만큼이나 진하게 의기투합하고 있다. 호주 주류사회에 태권도와 한국의 차를 알리는 ‘대한민국 알림이’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3월 1일 호주동포사회 모임에서 황 부회장은 ‘3·1운동 결과보고서’를, 강 감독은 ‘기미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지난해 11월 17일 제70회 순국선열의 날 행사에서는 헌다(獻茶)의 예를 갖추는 행사를 함께 추진하기도 했다. 이들은 “호주의 대한민국 후손들이 자긍심과 애국정신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두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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