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7

2009.12.29

헉! 술 한 잔에 1700만원

한정판매 ‘리미티드 에디션’ 마케팅 … 한 병에 수천~수억원대 갈수록 귀하신 몸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9-12-23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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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술 한 잔에 1700만원

    ‘레미마틴’의 ‘루이 13세 레어 캐스크 43.8’(왼쪽)은 국내에 4병 수입됐다. 2000만원. 명품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가 만든 병에 18K 금과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3억원짜리 ‘윈저 다이아몬드 주빌리’.

    12월 말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에서는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깎아낸 크리스털 병에 18K 금과 0.5캐럿의 다이아몬드, 은으로 장식된 위스키 ‘윈저 다이아몬드 주빌리’가 전시된다. 워낙 비싼 ‘몸값’ 덕에 보험에까지 가입된 이 술의 판매가는 무려 3억원. 750ml 병에 든 술이니 한 잔에 1700만원꼴이다.

    엄청난 가격에도 고객 문의 빗발

    이 술은 위스키 브랜드 ‘윈저’가 6년 전부터 기획해 올해 처음 일반에게 공개한 한정판매품, 이른바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으로 전 세계적으로 12병 제작됐다. 국내에는 2병 들여와 한 병은 롯데호텔에, 또 한 병은 이 술을 판매하는 주류회사 디아지오코리아의 창고에 보관 중이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원래 국내 시장을 위해 개발된 ‘윈저’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디아지오 본사가 초고가 ‘리미티드 에디션’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며 “특히 미래가 밝은 중국 시장 마케팅에 이 제품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엄청난 몸값에도 고객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호텔 측 설명이다.

    한편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 ‘조니워커’ 역시 브랜드 역사를 기념하는 한정판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조니워커 블루라벨 1805’는 이 브랜드의 마스터 블렌더들이 1805년 태어난 브랜드 창시자 존 워커의 탄생을 기념해 만든 제품. 최소 45년에서 60년 이상 숙성된 희귀한 위스키 원액으로만 배합했으며 세계적으로 200병만 제작됐다. 2400만원에 판매되는 이 제품에는 워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이 술의 배합 비법 설명서가 담겨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얼마 전 첫선을 보인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맥캘란’의 리미티드 에디션 ‘라리크 3-최상의 컷 디캔터’에는 57년간 숙성된 원액이 담겼으며 전 세계에 400병만 한정 판매된다. 국내에는 10병 수입돼 19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맥캘란 측은 ‘1950년산 미국산 셰리 오크통과 1949, 1951, 1952년산 스페인산 셰리 오크통에서 저장 숙성됐으며, 스모키한 향에 건포도 등 마른 과일 맛이 어우러졌다’며 ‘역사만큼 깊은 맛’을 자랑했다.



    한편 프랑스 코냑 브랜드 ‘레미마틴’이 12월 출시한 ‘루이 13세 레어 캐스크 43.8’ 리미티드 에디션은 예술작품 같은 패키지 디자인부터 눈길을 끈다. 프랑스의 명품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의 검은색 크리스털로 20여 명의 장인이 2주일을 매달려 완성했다는 병은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반면, 이 병이 담긴 보관용 케이스는 뚜껑을 열면 푸른색 조명이 켜져 ‘사이버’ ‘모던’ 등의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맛을 표현하는 홍보 문구도 시적이다.

    ‘처음 한 모금 들이켜면 야생 버섯의 싱그러움과 촉촉한 나무 덩굴의 농후함, 그리고 100년 숙성시킨 원액이 담긴 오크통 특유의 강한 향이 전해지다 생강, 견과류 및 상큼한 민트향이 차례로 느껴진다….’

    이 제품 역시 세계적으로 786병만 출시되며 국내에는 4병 수입됐다. 현재 백화점 등을 통해 예약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 50년산은 이 브랜드의 설립자 윌리엄 그랜트가 자신과 함께 증류수를 일군 자녀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생산한 제품. ‘황금호박색의 환상적인 색상부터 미각을 자극하며 섬세한 장미꽃잎과 제비꽃향, 오크향 등이 어우러져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50병만 생산돼 그중 2병이 수입됐으며 이미 예약판매가 끝났다. 글렌피딕 측은 앞으로 9년간 세계적으로 매년 50병씩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헉! 술 한 잔에 1700만원

    1 올해 50병 한정 생산된 ‘글렌피딕 50년산’은 국내에 2병 들어와 이미 예약 판매가 끝났다. 3000만원. 2 한 해 330병 한정 생산되며 국내에는 5병 수입된 ‘조니워커 블루 더 존 워커’. 400만원 3 전 세계적으로 200병만 판매되는 ‘조니워커 블루라벨 1805’. 2400만원. 4 57년간 숙성된 원액이 담긴‘맥캘란 라리크 3-최상의 컷 디캔더. 1900만원.

    브랜드 이미지 홍보효과 노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이 술을 선뜻 구입하기는 쉽지 않을 터. 이렇게 좁은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기획하는 업체들의 의도도 궁금하다. 업체들은 이러한 제품들이 ‘프리미엄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활용된다고 말한다. 이들 초고가 제품뿐 아니라 해당 브랜드의 일반적인 제품까지 덩달아 몸값이 높아 보이는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레미마틴의 이은하 브랜드매니저는 “워낙 소량 판매하다 보니 이를 통해 큰 이익을 보기는 어렵다”며 “그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또 이에 따른 홍보 효과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이런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술들은 출시된다는 소식이 공식적으로 전해지기도 전에 예약이 이뤄지는 바람에 일찌감치 ‘품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주류 수입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약 10명의 컬렉터가 투자 가치를 보고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는 대기업 사장, 그리고 일본에서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국내 시장을 찾는 재일교포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의 구체적인 신원 정보는 ‘초특급 비밀’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리미티드 에디션의 소장 가치와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크다고 입을 모았다. 글렌피딕을 판매하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의 박준호 대표는 “위스키는 와인처럼 보관 상태에 따라 쉽게 변질되지 않으므로 오랫동안 소장해도 위험 부담이 적다는 게 또 다른 장점으로 꼽힌다”며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투자 가치로 따지면 10~30%대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맥캘란의 김태호 브랜드매니저도 “2~3년 전 첫선을 보인 한정판 제품이 경매 시장에서 출시가의 2배 가격에 나와 낙찰되는 경우도 있으며 매년 20~30%씩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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