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5

2009.12.15

“한국?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외국이죠”

  • 춘천=정호재 동아일보 인터넷뉴스팀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9-12-10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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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외국이죠”
    한국에서 ‘일류(日流)’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오다기리 조(34)다. 적어도 한국의 ‘2030세대’에게 그는 일본 영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메종 드 히미코’ ‘유레루’ ‘오다기리 조의 도쿄타워’가 큰 사랑을 받았다. 김기덕 감독의 ‘비몽’에서 이나영과 연기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동양미와 서구미가 조화를 이룬 마스크, 남자다우면서도 왠지 여려 보이는 몸, 그리고 그만의 무표정하고 시니컬한 태도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 그가 등장하는 영상 속 연기를 잠시만 들여다봐도 푹 빠져들게 되는 마법 같은 힘이 느껴진다.

    그가 11월26일부터 나흘간 호반의 도시 춘천에 머물렀다. 그는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2009 국제대학생평화영화제(ICPFF)의 본선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영화제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대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행사다. 배우이면서 영화감독 지망생이기도 한 오다기리 조도 단편영화를 연출한 적이 있다. 11월29일 영화제 폐막식이 열린 춘천에서 그를 만났다.

    작은 규모의 영화제에 참석하게 된 계기는?

    “규모는 중요치 않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다. 더욱이 단편영화제라 부담이 적었고 아마추어의 작품들이라 더 관심이 갔다.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아서 좋았다. 만든 분들의 진심이 느껴졌다.”



    심사위원을 해보긴 처음인가. 자신만의 평가기준이 있다면?

    “일본에서도 한 번 해봤다. 지금 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영화 취향이 분명한 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취향을 내세우기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했다. 연기-연출-스토리-아이디어-음악-편집 등 분야를 확실히 구분해 점수를 매겼다. 가장 중점을 둔 요소는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다. 독특함이라고 해야 할까.”

    감독 지망생 배우로 유명한데,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나.

    “하하. 3년 전 단편영화를 만들어 작게 개봉한 적이 있다. 아직도 준비 단계일 뿐이다. 내가 학생 때는 영화제작 여건이 나빴다. 그런데 이 영화제만 해도 대부분 디지털로 편리하게 찍은 작품들로 채워졌다. 젊을 때 맘껏 자주 만들어야 재능이 더 꽃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패셔니스타로도 인기가 높다. 늘 모자를 쓰고 다니는 이유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인가.

    “아, 그렇지 않다. 단지 수줍어서 그럴 뿐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듯한데.

    “물론이다. 굉장히 좋아한다.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외국’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한국에 오면 대개 뭘 하고 지내나.

    “맛있는 것을 먹는다. 그동안 서울과 부산만 다녔는데, 중소도시로는 춘천이 처음이다. 서울에서 춘천으로 오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농촌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도 오카야마 현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어릴 적 논둑에서 공 차고, 소도시 극장에서 영화 보면서 자랐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런 시골 풍경이 좋다.”

    한국에서의 높은 인기를 실감하나.

    “아! 사실 조금 당황스럽다. 이번에도 춘천 변두리 막국수 집에 갔는데, 그곳 종업원이 내 영화를 자주 봤다고 반겨주더라. 처음에 한국에서 내가 인기 있다는 소리를 듣고 믿기 힘들었다. 도대체 내가 왜? 그 이유는 지금도 미스터리다.(웃음)”

    지난해 김기덕 감독과 ‘비몽’을 만들었고, 올해는 배두나와 ‘공기 인형’을 찍었는데.

    “한국에 올 때면 김기덕 감독, 이나영 씨에게 전화나 e메일로 연락을 한다. 배두나 씨는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모성이 느껴지는 배우다. 그 영역과 존재감이 확실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제에 대해 평가한다면.

    “다양한 국가에서 출품한 영화들이 많아서 좋았지만, 일부 작품이 번역상의 문제로 의미 파악이 힘들었던 점이 가장 아쉽다. 그리고 ‘평화’라는 콘셉트에 대해 듣고 궁금했는데,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영화제에서 순위를 없애는 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웃음) 순위를 정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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