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5

2009.12.15

남녀의 본심이 통역될까요?

‘70분간의 연애-He & She’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09-12-10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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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의 본심이 통역될까요?
    여성과 남성의 서로 다른 점은 상대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지만 부부생활 혹은 연애사업에서 장애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이성 간 의사소통 방법의 차이에 주목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다.

    같은 별에 사는 외계인만큼이나 다른 남녀의 차이는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70분간의 연애 - He · She’ 첫머리에는 이러한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연출된다. 여자는 “어머, 웬일이니!”를, 남자는 “아우~!” 하는 늑대 울음소리를 반복한다.

    이 작품에는 근 15년간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줄다리기만 하던 서른 살의 준식과 지수가 등장한다. 이들은 지난밤 벌어진 합궁 사건에 대해 책임소재를 가리려고 만났다. 둘은 자동차 접촉사고에 비유하며 점잖게 전날의 일을 이야기하다, 마침내 인형까지 동원하며 적나라하게 서로의 행동을 재현한다. 이들은 과거의 일까지 끌어들이며 말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15년간 쌓인 ‘오해’를 발견하게 된다.

    이 연극은 특히 남녀의 ‘말’에 주목하는데, 부제인 ‘He · She’의 ·는 ‘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연극적인 장치를 재치 있게 활용한다. 두 사람이 본심과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언어 통역기’라는 가상의 기계가 그것. 이 기계는 마치 강아지가 “멍멍!” 하면 “밥 주세요!”라고 번역하는 동물언어 통역기처럼 인간의 진심을 들려준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말을 하지 않는 카페 주인 석봉도 실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구실을 한다. 석봉은 마법사 혹은 천사와 같은 존재이며, 중성적인 느낌을 준다.

    이러한 패턴의 연극에서 중요한 것은 캐릭터다. ‘얼마나 디테일하고 타당성 있게 인물의 심리 변화를 이끌어가느냐’가 관건이다. 남성 캐릭터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묘사됐지만, 여성 캐릭터는 다소 대상화한 느낌을 준다. 줄곧 과도하게 히스테리를 부리고 느닷없이 혀 짧은 소리를 내는 등 남자가 바라보는 ‘이해 불가능한’ 여성의 모습에 조금 치우친 듯하다.



    서른 살 즈음 오랜 친구와 결혼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그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일반적이면서도 흔하지 않은 스토리라인을 설정해 남녀 간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말에 연인과 손잡고 볼만한 작품이다. 김찬형, 황선화, 석이준이 각각 준식, 지수, 석봉으로 출연한다. 오픈런, 상상화이트 소극장, 문의 02-744-7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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