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5

2009.12.15

고등학교 골라서 가자!

서울시내 어느 곳이든 지원, ‘고교선택제’ 완전정복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9-12-09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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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골라서 가자!

    11월25일 모 고교의 학교설명회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질문하는 학생의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하다. 올해 처음 고교 선택의 기로에 선 중3 학생들은 “입시 관련 자료도 부족하고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진학할 고교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즐겁다”고 말한다.

    “9대 1!” 명문대 인기학과 경쟁률이 아니다. 외국어고, 과학고, 민족사관고 등 전통 명문고교의 경쟁률도 아니다. 올해 처음 신입생을 모집한 자율형 사립고인 한가람고등학교의 입학 경쟁률이다. 서울 양천구에 자리한 한가람고는 외국 고등학교처럼 학생들이 직접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다는 게 특징. 학생들은 ‘나만의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반(班) 개념을 없애 담임교사도 없다.

    서울 전체 2곳, 거주지 학군 2곳 선택

    자율형 사립고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학교다. 교과 이수단위의 50%만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으로 편성하면 나머지 교과과정은 자유롭게 짤 수 있다. 서울의 13개를 포함해 전국에 20개 고교가 있다.

    현재 중3 학생들이 치르는 2010학년도 고교입시는 ‘쓰나미’급 변화를 겪고 있다. 올해 들어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자율형 사립고를 포함해 과학영재학교, 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자립형 사립고, 마이스터고, 개방형 자율고, 기숙형 공립고, 일반계고, 전문계고 등 고교의 종류가 급증했다. 또 서울시교육청이 고교선택제를 도입함으로써 서울지역 학생들은 모두 자신이 진학할 고교를 선택해야 한다. 과거 소수 상위권 학생들만 과학고, 외국어고 등을 선택해 지원하던 것과 달리 이젠 중3 학생 대다수가 고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 이는 고교 교육이 ‘평등’ 중심에서 적성과 실력에 맞춰 학교를 선택하고 학습하는 ‘수월성’ 중심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전·후기로 나눠 진행되는 고교 입시 과정도 복잡해졌다. 가장 먼저 한국과학영재학교,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등 과학영재학교 입시가 치러졌고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사립고,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 등 본격적인 전기고교 입시가 이어진다. 자립형 사립고에는 민족사관고, 하나고, 상산고, 현대청운고 등이 있는데, 올해 첫 신입생을 모집한 하나고는 서울에 자리한다는 등의 이점에 힘입어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목고에는 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등이 있다. 그중 외국어고는 폐지 논란 등 악재가 겹쳐 올해 경쟁률이 다소 떨어졌다. 반면 자율형 사립고는 첫 시행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올해부터 ‘전기 모집 내 중복지원 금지’가 적용됐다는 것. 지난해까지는 전형 일정만 다르면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에 중복 지원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이들 학교 중 1개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다. 또 외국어고 입시에는 지역제한제도 도입됐다. 예를 들어, 서울지역 거주 학생은 경기지역 외국어고에 지원할 수 없다. 다만 과학영재학교는 특목고 등 전기고교와 동시 지원할 수 있다. 영재교육진흥법을 적용받는 과학영재학교는 일반고와 성격이 달라 중복 지원이 가능하다. 즉, 과학영재학교에 지원한 학생이 과학고에도 원서를 넣을 수 있다.

    전기고교 입시가 끝난 후엔 후기고교 모집이 시작된다. 지방 학생의 경우 평준화 지역에서는 추첨으로 배정받고,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지역별 선발고사를 치른 뒤 학교를 선택한다. 앞서 언급했듯, 서울은 올해 처음 일반계 고교를 대상으로 고교선택제를 시행한다. 고교선택제는 3단계에 걸쳐 전형이 이뤄지는데, 1단계에선 서울 전역에서 다니고 싶은 학교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지원할 수 있다. 즉, 강북에 사는 학생도 강남 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1단계에서 2개 학교를 선택하면 추첨으로 정원의 20%를 선발(중부학군은 60%)한다. 2단계에선 학생의 거주지 학군 내에서 2개 학교를 선택한다. 역시 추첨으로 40%를 선발한다. 3단계는 1, 2단계 추첨에서 떨어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거주지 학군과 인접 학군을 합친 통합학군에서 추첨을 통해 40%를 강제 배정한다.

    전형 일정이 전기와 후기에 두루 걸쳐 있는 자율형 학교도 주목할 만하다. 충남 한일고, 경북 풍산고, 경남 거창고, 경기도 양서고, 충남 대건고 등의 자율형 학교는 중복지원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전국 어디서나 지원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종합해보면 서울지역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학교는 이론적으로 최소 7개에 이른다. 과학영재학교 1개,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사립고, 특수목적고 등에서 1개, 고교선택제를 통해 4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여기에 자율형 학교(1+α)까지 도전할 수 있다.

    고등학교 골라서 가자!
    학생, 학부모들 낯설고 혼란

    12월3일 현재, 2010년 고교 입시는 중반을 지나고 있다. 전기고교들은 원서 접수를 마감했고 전형 단계에 들어섰다. 후기 모집인 고교선택제는 15일부터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일정표 참고). 하지만 고교 진학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입시용어는 아무리 봐도 낯설고, 입시과정은 복잡하며, 참고할 만한 학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주간동아’는 확 바뀐 고교입시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내용을 꼼꼼히 정리했다. 2010년 고교입시 대상자인 중3 학생뿐 아니라 내년 이후 입시를 준비하는 중2 이하의 학생 및 학부모에게도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먼저 고교선택제를 앞둔 중3 학생을 위해 서울지역 214개 일반계 고교를 완벽하게 분석했다. 이른바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포함한 2009학년도 대학진학률은 물론, 중간고사 주요 과목 평균점수 및 표준편차, 전출입 현황, 수업 교사 1인당 학생 수 등 학교를 선택하는 데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모았다. ‘2009 서울시 고교선택 지도’는 학군별, 구별, 학교별 차이를 그래프로 한눈에 보여준다.

    또 서울지역 13개 자율형 사립고 교장들은 ‘주간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학교만의 강점’ ‘대입 전략’ ‘우수교원 확보 방안’ ‘장학금 제도 운영안’ 등을 밝혀왔다. 중복지원 금지로 고민에 빠진 중상위권 학생들이 특히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다.

    고교 교사, 학원 강사,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교육 컨설턴트 등 고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내게 맞는 학교 선택 노하우’는 성적대별(최상위-상위-중상위-중위-중하위), 성격별, 적성별 학교 선택을 위한 ‘실전 팁’을 담았다. ‘특목고, 자립형·자율형 사립고 적응력 체크리스트’를 통해 학생이 이런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학교에선 지금 무슨 일이…

    중학생들은 “어디로 갈까?” … 세일즈 나선 고교 “우리가 명문”


    고등학교 골라서 가자!
    서울 강남구에 사는 중3 오모 군은 그동안 외국어고 전형을 준비했지만, 내신이 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자율형 사립고인 중동고에 원서를 냈다. 오군은 “좋은 환경을 갖춘 고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SKY대’에도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동고에 합격하면 좋겠지만, 안 될 경우에 대비해 후기 전형인 고교선택제에서 어떤 학교를 지원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중2 조유진 양은 내년에 치를 고교 입시가 벌써부터 막막하다. 고교선택제 1단계에서 강남의 인기 학교에 지원하고 싶지만, 통학거리가 너무 멀까봐 걱정이다. 게다가 1단계에서 다른 학군의 학교를 쓰면 1, 2단계 추첨에서 떨어져 3단계 강제 배정을 받을 때 불이익을 당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를 들은 뒤부터는 고민이 커졌다. 하지만 조양은 “1단계에서도 거주지 학군의 학교를 써내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일 것 같다”고 토로했다.

    완전히 달라진 2010학년도 고교 입시는 첫 당사자인 중3 학생뿐 아니라 중2 이하 학생과 학부모, 이젠 선택의 ‘대상’이 돼버린 고교 및 교사들에게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까지는 소수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몇몇 학교를 놓고 고민했지만, 이젠 대다수 학생이 다양한 학교를 놓고 고민하게 됐다.

    중3 자녀를 둔 강북지역의 차모(41) 씨는 “외국어고에 보내자니 학비가 부담이고, 고교선택제를 통해 강남의 학교로 보내자니 집에서 너무 먼 데다 아이가 주눅들까봐 걱정이다. 그런데 자율형 사립고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겐 장학금도 준다고 하니 솔직히 솔깃했다”며 “학교를 선택할 때 장학금 제도는 얼마나 잘 돼 있는지, 통학버스와 기숙사는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가 부족하거나 발품을 팔 여력이 없는 학부모는 학원이나 교육컨설팅 업체를 찾는다. ‘김은실 7mentor’의 김은실 소장은 “고교 입시 관련 문의가 평소보다 2배 정도 늘었을 뿐 아니라, 어려서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인지 초등학생의 컨설팅 문의도 3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11월27일 송파구의 방산중 방송반 앞은 학교를 홍보하려는 고교 교사들로 북적였다. 자율형 사립고뿐 아니라, 그동안 한 번도 ‘세일즈’를 해본 적 없는 일반계 고교와 실업계 고교 교사까지 순번을 기다리며 줄지어 있었다. ‘입학홍보팀장’ ‘진학홍보팀장’ 등의 직함을 단 교사들은 하나같이 입술이 부르터 있었다. 그들은 “특히 학교 홍보 동영상을 만드는 게 무척 어려웠다”고 말했다.

    “학생 섭외부터 내용구성까지 모두 교사들의 몫이었거든요. 한 번도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으니 여간 어렵지 않았지만, 만들고 나니 뿌듯했어요. 또 학교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말 한마디 따뜻하게 건네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알게 됐죠. 이젠 학교에 손님이 찾아오면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은 물론 차문을 열어주는 버릇까지 생겼는걸요.”(배재고 김영주 연구부장)

    ‘홍보의 달인’이 된 교사도 있다. 11월25일 성동구청에서 열린 한대부고 입시설명회장에서 단연 돋보인 사람은 최은혜 교무부장이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강남지역 학교 이상으로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내겠다”며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그를 보고 상당수 학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율형 사립고인 경희고의 류재우 진학홍보부장도 “자율형 사립고인 우리 학교는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5~15%에 드는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을 만나 홍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에 선물이 빠질 수 없다. 학교 입시설명회장에선 홍보 책자와 함께 학교 이름이 새겨진 볼펜, 수첩, 보조가방, USB 등을 나눠주기도 한다.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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