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4

2009.09.22

싱싱한 생명력, 행복한 기념품 시장에서 매력을 만나다

라오스 루앙프라방 산책②

  • 채지형 여행작가 www.traveldesigner.co.kr

    입력2009-09-16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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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싱한 생명력, 행복한 기념품 시장에서 매력을 만나다

    <B>1</B> 야시장 풍경.

    루앙프라방에서의 하루는 이른 아침에 시작된다. 동이 트기 전 사방에서 울어대는 닭들의 합창소리에 도저히 눈을 뜨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족한 잠 보충을 방해한 닭들을 원망하며 거리에 나가보면, 놀랍게도 어떤 학교에서는 이미 삼삼오오 모여 율동을 하고 있고, 시장 골목에서는 흥정이 한창이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니 겨우 아침 6시. 루앙프라방 사람들은 진정한 아침형 인간이었다.

    여행할 때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우리나라를 여행할 때든,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든 반드시 시장에 가보자는 것이다. 뭐, 거창하게 ‘원칙’이라고 할 것도 없다. 시장은 재미있으니까. 게다가 그 나라 사람들이 뭘 입고 먹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한눈에 해소할 수 있으니까. 우리와 다른 환경과 문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곳도 시장이고, 사람들과 쉽게 눈을 마주칠 수 있는 곳도 시장이다.

    그래서 어디를 여행하든 가장 호기심을 당기는 곳은 시장이고, 그러다 보니 지도에서 다른 곳보다 시장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루앙프라방은 부지런한 상인들과 신기한 채소,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이 넘쳐나는 시장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지였다. 우리의 남대문시장이나 태국의 짜뚜짝 시장과 비교할 만큼 큰 시장은 아니지만, 시장을 돌아다니는 내내 동그랗게 뜬 눈이 통 작아지지 않았다.

    아침 산책은 왓 마이 옆 시장에서

    먼저 아침 시장. 새벽에 탁밧 예식에 참여한 후, 숙소로 돌아가 아침잠을 보충할까 고민할 때였다. 긴 저울처럼 생긴 바구니에 뭔가를 담아 오른쪽 어깨에 멘 이들이 어디론가 스르륵 사라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마치 마술피리에 홀려 한 길로 따라가는 동화 속 아이들처럼 부지런히 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들을 따라가봤다. 그랬더니 좁은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장이 서 있는 게 아닌가. 루앙프라방에 아침 시장이 있다더니 바로 이곳이구나 싶었다.



    시장 어귀에 서면 언제나 그렇듯 심장박동 수가 두 배쯤 빨라진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시장에 들어섰다. 사람들은 길거리에 비닐을 깔고 오늘 팔 것들을 잘 보이도록 늘어놓고 있었다. 이제 갓 스물 돼 보이는 고운 아가씨는 부지런히 채소를 다듬고, 그 옆에선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꽃으로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닭들은 자기들도 장을 보러 온 것처럼 골목 한가운데를 활보했다.

    아침 시장의 초록은 내가 알던 초록이 아니었다. 어찌나 다양한 초록색 채소가 숨 쉬고 있던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산림이 울창한 라오스의 자연환경 덕분에 자연적으로 자란 식물과 채소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란다. 살아 있는 개구리와 쥐도 팔리고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물고기들과 수많은 종류의 버섯, 보기만 해도 침이 괴는 꿀, 반짝반짝 빛나는 각종 과일까지…. 한 옥타브쯤 올라간 마음은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않고 있었다.

    흥정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물고기 한 마리 더 넣어달라’는 손님과 ‘안 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주인의 옥신각신하는 모습. 하지만 역시나 손님을 이기는 주인은 없다. 막판에는 둘 다 호탕하게 웃으며 돈과 물고기 한 보따리를 주고받았다. 알고 보니 이 아침 시장은 루앙프라방 사람들의 부엌을 책임지는 시장이었다. 가끔 한 손에 카메라를 든 여행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현지 사람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싱싱한 생명력, 행복한 기념품 시장에서 매력을 만나다

    <B>2</B> 기념품으로 파는 불상들. <B>3</B> 시장에서 파는 풀빵. <B>4</B> 아침시장 풍경.

    시장을 돌아다녀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들도 눈에 띈다. 라오스 사람들에게 없으면 안 되는 소스 중 하나인 ‘째우 봉’과 튀긴 파래 맛이 나는 ‘카이피엔’이 그것이다. 째우 봉은 고추장과 비슷한 것으로, 밥에 비벼먹으면 맛있는 소스. 카이피엔은 메콩 강에서 직접 건진 김에 깨를 뿌려놓은 음식으로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부각’과 비슷하다. 우리와 다른 것과 비슷한 것, 이런 것들을 찾아보는 일도 시장을 재미있게 구경하는 방법 중 하나다.

    몽족 솜씨 볼 수 있는 야시장

    아침 시장이 현지인을 위한 시장이라면, 야시장은 여행자를 위한 시장이다. 밤이 되면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분주한 씨싸왕웡 거리의 교통이 통제되고 거리는 천막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천막 속에는 세계에서 몰려온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수많은 기념품이 즐비하다. 시장 가운데 나 있는 푸시산에 오르는 계단에서 보면, 빨간색 천막의 행렬이 마치 특별한 축제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루앙프라방 야시장의 매력은 색에 있다. 모든 기념품이 어쩜 그리 분명하고 예쁜 빛을 내는지. 어슴푸레한 백열등 빛이지만, 그들이 지닌 총천연색의 아름다움은 숨길 수가 없다. 중국산이 많이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현지인들이 직접 만들어 파는 기념품이 대부분이다. 이 지역에 많이 사는 몽족은 손재주가 좋기로 유명해, 직접 수를 놓아 만든 앞치마와 식탁보, 가방 등이 특히 인기가 높다.

    불교의 나라이다 보니 불상도 많고 부처님을 그린 그림도 많다. 라오스의 인기 맥주인 ‘라오비어’가 프린트된 티셔츠도 사랑받는 기념품 중 하나. 특이한 패턴의 몽족 스커트나 가방도 좋은 선물감이다. 루앙프라방 야시장은 참 ‘착하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도 행복하게 해준다. 가격이 저렴해 마음껏 쇼핑을 해봐도 좋다. 현지에서는 현지인이 만든 물건을 사는 것, 이런 작은 행동도 ‘착한 여행’을 하는 것이다.

    이 시장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여행객을 채근하는 상인이 없다는 것. 노련한 상인들의 소란스러운 호객행위를 찾아볼 수가 없다. 시장에서 흥정을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곳에서는 흥정을 잘못해서 속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붙들어놓아도 된다. 물건을 팔면서도 수줍어하는 그들의 잔잔한 마음이 전해지는 시장이다. 그런 시장을 오랜만에 만나서였는지 야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니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과일 주스로 비타민 보충 끝

    루앙프라방에는 아침 시장과 야시장 외에도 몇 군데의 시장이 더 있다. 낮에 시간이 있다면 우체국 앞의 몽족 시장이나 다라 시장을 둘러보고, 넉넉하게 여유가 있다면 외곽으로 나가 푸시 시장에 가보자. 푸시 시장은 아침 시장보다 훨씬 규모가 큰 상설시장으로, 라오스 현지인들의 식생활을 더욱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라오스 시장을 돌아다닐 때 잊으면 안 되는 한 가지. 뙤약볕을 걷다가 발걸음이 느려지겠다 싶으면 무조건 주스 가게로 직행할 것. 신선한 과일을 얼음과 함께 갈아서 주스를 만들어주는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곳에서 망고, 잭프루트 파파야, 파인애플, 스타프루트 등 다양한 열대과일을 신선하게 맛보자. 단돈 700원 정도면 비타민 보충 끝. 시원한 비타민에 시장에서 충전한 정신적 비타민이 더해져, 온몸이 뿌듯해지는 행복한 순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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