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7

2009.08.04

미스코리아는 턱선 강한 ‘좌뇌형’?

“뭐가 예쁘냐” 미녀 왕관 두고 해마다 논란 … 연예인은 눈·이마 돋보이는 앳된 얼굴 인기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9-07-29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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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홍보담당자는 지난해 미스코리아 대회 직후 인터넷 메신저에 접속했다가 같은 병원 간호사들에게서 ‘긴급’ 채팅 메시지를 받았다. 이들은 대회 수상자 중 한 명의 외모를 주제로 ‘적나라한’ 대화를 나눴다.

    “혹시 보셨어요? 저 팔자주름 어떻게 하죠?”

    “사회 본 박정아랑 얼마나 대비되는지. 얼굴도 훨씬 크고 나이 들어 보이고….”

    수상자들의 얼굴이 실린 언론 기사와 블로그에도 다분히 인신공격적인 코멘트가 줄을 이었다.

    7월8일 53회를 맞은 2009년 미스코리아 대회가 끝난 뒤에도 어김없이 미모 논란이 일었다. “우리나라 대표 미인이라고 하기에는 평범하다”는 의견부터 “이제 미모보다 학벌이나 이력을 더 중시하는 것 같은데, 차라리 논술이나 스피치 시험을 보고 뽑지 그러냐”는 의견까지 비판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나 올해 모두 미모 논란이 일었던 수상자들이 곧바로 ‘생얼(화장하지 않은 민낯)’을 개인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이 사진들이 대회 당일, 논란을 빚은 짙은 화장의 얼굴과는 사뭇 달라 미모 논란은 조금씩 사그라지는 양상을 띠었다.

    # 귀엽고 앳된 마스크 vs 성숙한 이미지

    일부 미스코리아 수상자들에 대해 공격이 이어지는 것은 ‘미스코리아는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 최고의 미인’이라는 생각 때문. 특히 유명 연예인들의 얼굴을 중심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미인의 기준과 미스코리아들의 미모가 다를 때 그 공격은 더욱 거세진다.

    2008, 2009년 미스코리아 서울지역 예선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뮈샤 주얼리 김정주 대표는 이에 대해 “대회 자체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며 “미스코리아 대회는 외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지덕체를 두루 갖춘 글로벌한 ‘문화사절단’을 선발하는 것으로, 객관적으로 외모가 부족하더라도 돋보이는 지성과 개성을 지닌 사람을 뽑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스코리아는 한국에서 외모가 가장 예쁜 사람이 아니라, 한국의 아름다움을 해외에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미스코리아들과 연예인에게 요구되는 ‘미적 기준’에 차이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김 대표는 “연예인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쌍꺼풀이 또렷한 동그랗고 큰 눈, 오뚝한 콧날, 매우 마른 몸매를 가진 데 비해 미스코리아들에게는 개성 있는 눈매, 볼륨감이 있어 건강미가 느껴지는 보디라인 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랜드성형외과 유상욱 원장은 “연예인형 얼굴을 선호하는 일반인들의 기준과 달리 미스코리아들은 전통적인 미적 요소를 갖춘 경우에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 같다”며 “시대 변화에 따라 얼굴형이 많이 서구화되긴 했지만 대다수의 미스코리아 대회 수상자들은 연예인들보다 얼굴의 가로폭이 넓고 광대뼈가 발달했으며 볼살이 있는 ‘복고적 얼굴’이 대세”라고 말했다.

    나비성형외과 문형진 원장 역시 “연예인들은 이마와 눈이 자리한 얼굴 상관부가 유난히 강조된 얼굴형을 지닌 반면 미스코리아들은 얼굴 윤곽이 명확하고 하관이 강한 형태가 많다”고 분석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연예인은 귀엽고 앳된 마스크를, 미스코리아는 성숙한 이미지를 띠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다.

    라마르클리닉 분당점 조창환 원장은 “미스코리아들의 얼굴은 특정 부위가 도드라지게 예쁘다기보다는 전체가 특정 비율로 균형을 이루는 경향을 띤다”고 말했다. 조 원장이 분석한 미스코리아들의 ‘황금 비율’은 먼저 얼굴의 경우 △가로 세로 비율 1:1.3 △눈의 가로 세로 길이 각각 3cm, 1cm △코의 길이=귀의 길이 △코와 인중의 각도 90~100도 △ 윗입술과 아랫입술의 두께 비율 4:5를 이루며, 몸의 경우 △어깨너비는 키의 24~25% △팔뚝 둘레는 키의 14~15% △가슴둘레는 키의 52~56% △허리둘레는 키의 38~40% 등.

    2009년 미스코리아 본선 참가자들의 평균 키와 몸무게는 171.5cm에 51.2kg. 가슴 허리 엉덩이 둘레는 34.2-23.8-35이며, 이러한 ‘비례’에 부합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표준화한 얼굴형과 체형이 선택되는 이유에 대해 조 원장은 “미인을 평가할 때 좌뇌는 교양, 지식 같은 사회적 가치에 높은 점수를 주고 우뇌는 자연스러움, 친숙함, 표정 등에 감응을 보낸다”며 “공식적인 대회임을 고려해 심사위원들이 ‘좌뇌적’인 심사기준을 들이대게 되고 그러다 보면 표준형을 뽑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예인들은 얼굴 또는 신체의 전체적인 균형미보다는 ‘풍만한 가슴’ ‘각선미’ ‘명품 코’ 등 특정 부위가 부각되는 사례가 많다.

    미스코리아는 턱선 강한 ‘좌뇌형’?

    최근 대중의 미모 잣대는 인기 연예인들에게 맞춰진다. 그러나 연예인과 미스코리아 후보들의 미모 기준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현성형외과 박현 원장은 “연예인들은 장점이 되는 신체의 특정 부위를 강조하는 메이크업, 의상 등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미스코리아는 똑같은 수영복,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등으로 ‘미스코리아적 이미지’에 스스로를 끼워맞추면서 단점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얼굴형에 비해 눈과 코가 매우 돋보이는 한가인이 올백 스타일의 ‘사자머리’를 한다면, 또는 늘씬한 체형과 단정한 이목구비가 특징인 전지현이 화려한 무대화장을 한다면 실제만큼 예뻐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

    SBS 슈퍼모델, 미스코리아 울산 진 출신으로 미스코리아 대회 MC 및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이서영 씨도 “대회 이후 다양한 매체에 등장하면서 본인에게 맞는 스타일 연출법을 터득하고 이를 통해 점점 세련미를 갖추게 된다”고 전했다.

    박현 원장은 미스코리아들의 미모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연예인은 사회적인 공감대 속에서 사회 구성원의 자연스러운 합의에 의해 도출된 미의 기준을 갖게 된 반면, 미스코리아는 전문 집단에 의한 평가가 이후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이기 때문에 견해차를 보일 수 있다”며 “연예인 외모에 대한 평가를 주도하는 대중의 연령대가 미스코리아 심사위원들의 평균 연령대보다 훨씬 낮은 만큼 세대 차이에서 오는 시각차도 생길 수 있다”고 해석했다.

    # 전문가 집단의 평가 … 객관적 기준 없나

    그러나 미모 논란을 주도하는 일부 누리꾼은 본질적으로 대회의 평가기준과 공정성에까지 의문을 제기한다. 1990년 미스코리아 진 수상자의 뇌물 파문으로 주최측 관계자가 구속된 사례와 일부 심사위원들의 공정성이 대회 이후까지 한동안 논란이 됐던 해들을 언급하며 미스코리아의 잣대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

    2000년대 초 미스코리아 본선 후보자였던 한 참가자 역시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합숙한 후보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히 ‘어느 선까지 연줄이 닿아야 수상할 수 있다’ ‘얼마를 써야 한다’는 등의 소문이 나돌아 놀랐다”고 털어놨다.

    대회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전제로 미스코리아 대회가 미모보다는 글로벌화, 여성의 사회진출 등 트렌드를 반영한 ‘지적인 여성상’을 지향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이 참가자는 “대한민국의 최고 미인을 객관적으로 검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오히려 사회 트렌드를 반영, 국제적인 감각과 지성미를 갖춘 ‘인재’를 ‘한국의 대표 여성’으로 선발하는 최근의 추세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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