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6

2009.07.28

1%의 다름, 99%의 즐거움

회사가 붙잡는 ‘핵심 인재 되기’ 프로젝트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9-07-20 20:5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1%의 다름, 99%의 즐거움
    직장인 처세서인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이 화제다. 출간된 지 6개월 만에 1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순수한 노력과 열정, 패기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대한민국 직장의 내밀한 속사정, 그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직장인 군상과 그들의 생존 노하우를 시원스레 공개한 이 책은 한국의 현실을 잘 분석한 ‘토종형’ 처세서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1%’ 신드롬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직장인 처세술을 담은 책이 항상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고, 온라인에는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 직장인의 처지를 자조하는 신조어와 처세 관련 체크리스트가 수두룩하다.

    불안한 직장인들은 자의반 타의반 ‘셀러던트’(salaryman + student)의 길로 접어들고, 개인의 커리어 관리를 도와주는 ‘커리어 코치’와 ‘헤드헌터’는 인기 직종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엔 직장인 스트레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장인 심리상담가도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마인드를 가져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키워라!’ ‘T자형 인재가 돼라’ ‘CEO처럼 생각하라’ ‘평판관리에 신경 써라’ 등 처세와 관련한 온갖 문장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How to survive!”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가 떠오를 지경이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경제위기가 닥쳐와도, 구조조정이 시작돼도, FA 선수로 황무지에 톡 떨어진다고 해도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은 늘 존재하게 마련이며 이들은 어디서든,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의 저자인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이사는 “회사가 붙잡는 인재는 우리와 99% 똑같고, 단지 1%가 다를 뿐”이라며 “회사라는 조직에 대한 관점만 바꾸면 누구나 핵심 인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1%의 다름은 과연 무엇일까?

    “‘1%’와 보통 월급쟁이들은 ‘회사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
    ‘1% 비밀’ 신드롬 일으킨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이사 인터뷰 “직장을 존중하라”


    “아는 것이 많고 사리에 밝으며, 어떤 상황에서나 문제점을 콕콕 집어내고 합리적이며, 냉철하게 판단하는 ‘평론가형’ 인물들은 회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없어서는 안 될 인재로 여겨질까요? 아닙니다. 정반대입니다. 회사는 평론가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1%의 다름, 99%의 즐거움
    평론가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일의 의욕을 꺾기 일쑤죠. 좀더 결정적으로, 그들은 절대 움직이지 않습니다. 즉 ‘코치’가 되려고 할 뿐 ‘선수’로 뛰지는 않는 거죠. 회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형’ 인재를 원합니다.”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의 저자인 신현만(사진) 커리어케어(www.careercare.co.kr) 대표이사는 그의 저서만큼이나 솔직하고 직설적이었다.

    신현만 대표는 “10년 가까이 기업에 인재를 추천해오면서 굉장히 똑똑하고 유능한데 조직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며 “이 책은 그들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직장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잘 해내면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도 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신 대표는 “회사라는 조직을 제대로 볼 수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험한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즉 회사가 붙잡는 핵심 인재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종자가 아니라 99%가 같고 단지 1%만 다른데, 그 다름이 바로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것.

    “회사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조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조직입니다. ‘공동의 목표’와 ‘함께 일한다’를 새겨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일을 잘해도 공동의 목표에 반하는 목표를 갖고 있거나 함께 일하기 껄끄러운 사람이라면 조직이 품고 가기 어렵겠죠. 예를 들어 ‘회식에 뭐 하러 가냐.

    그 시간에 영어나 자격증 공부를 하는 등 자기계발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틀린 말이 아니지만 ‘함께 일하는’ 구성원의 관점에서 보면 이 사람의 태도는 잘못된 거죠. 모임에 안 나오고 각종 행사에 빠지며 귀찮은 잡무는 어떻게든 피하고 ‘쿨하게’ 자신의 일을 하겠다는 인재, 회사는 절대 원하지 않습니다.”

    그의 책은 ‘직장의 비밀’ 가운데 직장인들이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그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들을 구체적인 예와 함께 보여준다. 이 책이 말하는 20가지 비밀(상자기사 참조)을 읽다 보면 그 상황에 맞는 주변 인물이 떠올라 웃음이 날지도, 자신의 모습이 겹쳐져 뜨끔할지도 모른다.

    이 책이 인기를 끈 이유는 대한민국 모든 직장에 적용되는 보편적 진리를 이야기하면서 현실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기 껄끄러운 ‘비밀’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는 데 있다. ‘CEO 가까이 가면 살고 멀어지면 죽는다’는 ‘비밀’ 역시 그중 하나다.

    외국기업도 ‘근태’와 ‘장기근속’ 체크 … 충성심 있어야

    “학교에서 교장과 교감이 왜 매일 함께 식사하는 줄 아세요? 교장선생님이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라고 합니다.

    1%의 다름, 99%의 즐거움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사장이라는 존재, 참 대하기 어렵죠. 어쩌다 사장과 함께 하는 회식이 있으면 다들 사장과 가장 먼 자리에 앉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저도 해봐서 알지만, 사장도 사람이거든요. 먼저 밥이라도 먹자고 하면 매우 고맙죠.(웃음)

    그러니 한 번이라도 얼굴을 더 본 사람을 살갑게 대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단순히 가깝다고 좋게 보는 건 아닙니다. 가까이 있으면 사장의 경영철학과 방침, 가치 등을 공유할 수 있죠. 사장의 처지에서도 자신의 가치관을 잘 아는 사람을 핵심 위치에 배치할 수밖에 없고요. 실제로 삼성의 전현직 CEO 100명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그들 가운데 3분의 1이 전략기획실 출신이더군요.”

    ‘회사는 아줌마를 싫어한다’는 ‘비밀’도 상당히 민감한 주제다. 신 대표 역시 이 내용을 다룰 때 가장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회사는 이익집단이다’ ‘여자는 약자가 아니다’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을 반드시 버린다’ 등 세 가지 문구만 가슴속에 새긴다면 ‘아줌마’도 회사가 붙잡는 핵심 인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사와 육아라는 굴레가 여성들을 얼마나 옥죄는지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회사는 수익을 추구하는 곳이죠. 여성이 이 부분을 내세워 책임 회피를 한다면, 회사로선 같은 값이면 남성을 쓸 수밖에 없어요. 여성은 배려해야 할, 챙기고 보호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남자 직원과 똑같이 일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동료일 뿐입니다. 또 회사에 ‘오래 근무하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인재’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죠.”

    혹자는 이 책의 20가지 비밀이 ‘21세기와 동떨어진 1960년대 개발시대의 논리’ 내지는 ‘개인의 능력에 상관없이 일방적인 충성도와 줄서기 등만을 강조하는 몇몇 국내 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 대표는 “1960년대든 2000년대든, 국내 기업이든 다국적 기업이든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 만큼 인재상의 본질도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기업에서도 승진심사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근태’와 ‘장기근속’이라고 합니다. 물론 외국계 기업은 개별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능력과 성과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직원의 충성도를 더 가치 있게 봅니다. 이직이 잦은 사람은 국내 기업 이상으로 싫어하죠. ‘회사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조직원이 함께 일하는 조직’이라는 진리는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또 외국 기업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신 대표는 “절대 회사를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우리 회사는 원칙이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인사관리를 해’라며 투덜대는 경우도 많지만, 조직 운영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모든 회사는 매우 치밀하게 짜인 조직입니다. 회사마다 고유의 운영 원리가 있고, 모든 인사관리는 그 원리 안에서 움직이죠. 이렇게 조직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가 된 후에는 아무리 CEO라 해도 이를 깨기 힘들어요. ‘내 직장은 존중해야 할 원리와 원칙이 있는 곳’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회사를 바라볼 때, 당신도 회사가 붙잡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붙잡는 인재들만 아는 Top Secret 20
    1%의 다름, 99%의 즐거움
    ● 팔을 걷어붙이고 조직의 해결사를 자처하라!
    ● 뽑을 땐 학벌이지만 키울 땐 충성도다!
    ● 익숙한 일만 하면 낙오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 일과 삶의 균형을 원한다면 연봉을 포기하라!
    ● 잦은 이직은 직장생활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 학력의 굴레를 벗어나려면 판을 바꿔라!
    ● CEO 가까이 가면 살고 멀어지면 죽는다!
    ● 임원 가능성이 희박하면 부장이 되기 전에 옮겨라!
    ● 네트워크는 안 되는 일도 되게 한다!
    ● 상사와 맞서려면 회사를 떠날 각오를 하라!
    ● 사내정치에 무감해선 조직의 중심에 설 수 없다!
    ● 상가(喪家)와 회식 장소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 혼자서 일하려거든 조직을 떠나라!
    ● 직장인의 수명은 영업 마인드에 달려 있다!
    ● 자기 몫을 포기해야 리더십이 생긴다!
    ● CEO처럼 일해야 CEO가 될 수 있다!
    ● 회사가 흔들리면 나에겐 기회가 온다!
    ● 직장에 따라 신분이 결정된다!
    ● 회사는 ‘아줌마’를 원하지 않는다!
    ● 최고의 경쟁력은 브랜드에서 나온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