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6

2009.07.28

호주의 풍요로움을 담은 제이콥스 크릭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07-20 2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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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의 풍요로움을 담은 제이콥스 크릭
    와인 기행이 아닌 관광 목적으로 방문한 호주 시드니에서 숙소가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잡힌 것은 와인평론가에게 우연일까 필연일까.

    올 초 친지들과 떠난 호주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미항으로 유명한 시드니였고, 인터컨티넨탈 호텔이 자리한 구역은 호주에서 포도나무를 맨 처음 심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때는 1788년이었으니 호주 와인의 역사도 신대륙으로서는 여간 긴 것이 아니다.

    그로부터 약 80년이 지났을 무렵인 1864년 영국의 와인 판매상인 쇼가 간행한 ‘와인, 그 나무, 그리고 그 셀러’에는 호주 와인의 수준이 아주 비관적으로 서술돼 있다. “내가 판단한 바로는 호주는 토양으로 보나, 기후로 보나 와인을 만들기에 그리 적합하지 않다. 성공스럽지 못한 시도들이 여러 해 거듭되는 가운데 나의 이런 견해는 더욱 굳어졌다.”

    그러나 1951년에 출시된 그랜지 에르미타주는 남다른 풍부함과 놀라운 숙성력으로 호주 와인에 대한 의구심들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이후 호주 와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첨단 과학과 양조 기술로 무장한 대규모 생산시설에서 태어난 호주 와인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아 나갔다. 특히 단일 브랜드로 수천만 병 이상을 순조롭게 생산하는 튼튼한 양조 기술은 호주만의 자랑이다. 기술은 생활을 바꾼다지 않는가. 규모의 경제로 이룩한 성공 브랜드는 와인 가격을 기대 이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고, 소비자들은 늘 같은 맛을 내는 와인을 언제 어디서든 쉽게 쇼핑할 수 있게 됐다.



    제이콥스 크릭은 1973년 빈티지로 데뷔한 수출 1위의 글로벌 와인이다. 회사는 언제나 변함없는 맛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고자 한다. 샴페인처럼 늘 같은 맛을 내는 것이 목적이다. 불투명하면서도 진한 보랏빛을 띠며, 쉬라즈 특유의 민트 향기와 더운 기후의 지역에서 느껴지는 유칼립투스 내음이 자욱하고, 바닐라 향취도 신선하다.

    15도의 도수에서 알 수 있듯 농익을 대로 농익은 쉬라즈가 풍성함을 한껏 드러낸다. 이런 와인은 특히 주말 식탁에서 돋보인다. 여러 식구가 둘러앉아 구워먹는 주먹 고기에 좋다. 외식을 한다면 중국 음식이다. 기름진 요리에 잘 어울린다. 풀 보디에 진한 질감이 음식의 맛을 살려준다. 수입 페르노리카 코리아, 소비자가격 3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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