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1

2009.06.23

IT 이후 5T의 걸음마 그래도 희망은 크다

나노기술 등 5가지 차세대 新동력

  • 입력2009-06-17 12: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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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이후 5T의 걸음마 그래도 희망은 크다

    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 추적 레이돔에서 바라본 일출.

    IT 산업은 지난 20여 년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다. 앞으로도 당분간 우리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IT 독주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 IT 산업도 변곡점을 찍고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제 IT를 확대 재생산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려면 IT 다음 세대의 기술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IT를 포함해 이른바 ‘6T’로 불리는 ST(항공우주기술), NT(나노기술), BT(생명공학기술), ET(환경공학기술), CT(문화콘텐츠기술) 등이 다음 세대를 이어갈 기술로 꼽힌다.

    IT와 이들 ‘5T’가 융합할 때 그 시너지는 무궁무진하게 확장된다. 이 5가지 분야에서 우리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과연 5T가 IT 산업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 같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에게서 냉정한 평가와 전망을 들어봤다.

    항공우주기술(ST)
    IT 접목한 가상설계시스템 개발이 ST 강국 지름길


    우리나라 항공기술 발달은 1950년대 군항공기 정비에서 출발했다. 그 후 대한항공의 해외 항공기 창정비와 70년대 말에 시작한 500MD 헬기, 80년대 초의 F-5 등 조립생산을 하면서 항공기 설계와 개발의 터전을 다져왔다. 뒤이어 국방과학연구소가 초등훈련기 KT-1을 만들면서 국내 고유 항공 기종 개발의 물꼬를 텄고,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고등훈련기 T-50을 개발했다. 현재는 한국형 헬리콥터 KHP와 스마트 무인기, 중고도 무인기 등을 개발 중이다.



    경제성 논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우주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 초부터 활발하게 이뤄졌다. 다목적위성 1, 2, 3, 3A, 5호기(저궤도위성), 그리고 통신해양기상위성(정지궤도위성) 등이 이미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 건립과 KSLV-1 로켓 개발 등을 통한 우주기술 확보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성장동력으로서의 기반 확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항공 산업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선진국들처럼 경험이 많거나 기술이 축적된 것도 아니고, 국내 수요가 뒷받침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듬직한 자본이 있는 것도 아니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국제경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 큰 기대 속에 시작한 중형 항공기 개발 사업은 결국 접어야 했다. 경제성에 대한 국내 경제연구기관 및 관련 업체들의 끊임없는 의문 제기가 있었고, 기술협력을 약속한 중국으로부터도 배신을 당했다. 그동안 개발한 훈련기들의 해외수주도 쉽지 않았다. 지난 2월에는 협상이 진행 중이던 아랍에미리트와의 계약도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정치적인 이유가 컸다. 군용 항공기의 수출입 계약에는 국제정치가 개입되기 십상이다.

    항공우주 산업은 부가가치가 크다. 국제시장에서 경쟁력만 갖추면 차세대 성장동력이 되기에 충분한 기술 분야다. 변변한 부존자원도 없고 땅도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2004년 기준으로 세계 항공우주 산업의 시장규모는 3300억 달러. 엄청나게 큰 세계 자동차 산업이 1조 달러 규모이니 항공우주 산업이 자동차 산업 시장규모의 3분의 1가량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막대한 항공우주 산업 분야에서 세계 10대 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우리의 의지가 꺾여서는 안 된다.

    IT 이후 5T의 걸음마 그래도 희망은 크다
    최근 우리나라는 항공우주 산업의 전후방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IT, 전자, 통신, 정밀기계, 재료 등의 분야에서 급격한 기술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받는다. 그만큼 항공우주 분야의 기술 발전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

    신기술로 무장한 우리나라의 젊은 항공우주 기술자들도 훌륭한 자원이다. 사실 많은 경험을 보유한 노련한 항공우주 산업 기술자들은 선진국들의 가장 큰 자산인 동시에 걸림돌로도 작용하고 있다. 경험이 많은 전문가일수록 급속도로 발전하는 주변 신기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항공우주기술이 유럽에 밀리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 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미국의 항공우주 산업 기술 인력이 이제 노쇠해 조만간 3분의 1 정도가 정년을 맞아 은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국내 항공 인력은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경험을 쌓은 30, 40대가 주축이다. 이들은 향후 20년 이상 현장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여기에 항공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년 10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처럼 작은 규모의 나라에서 많지 않은 개발비 재원으로 설계 및 개발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해답은 바로 IT를 이용해 사이버 공간에서 항공우주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개발된 제품을 시험하는 것도 사이버 공간에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위성은 발사 궤도진입 상황만이 아니라 실제 궤도운용 환경에서 작동 상태를 물리적인 타당성을 가진 가상현실 기술(Physics based Virtual Reality)과 결합해 시뮬레이션을 하면 된다. 항공기는 설계 단계와 제반 물리적 현상이 가미된 디지털 목업(Physics based Digital Mock-up·실물 크기의 모형)에서부터 운용 중의 제반 비행 상황과 스톨 추락, 공중전 상황까지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 같은 가상설계개발 시스템이 구축되면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새롭고 창의적인 항공우주 비행체를 설계 개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항공우주 시스템 개발 경험을 축적해나간다면 우리의 기술 수준을 높이면서 새로운 기회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 sjkim@snu.ac.kr

    나노기술(NT)
    차세대 IT산업과 ET산업 떠받칠 기반기술


    ‘100만분의 1’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는 흔히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微視)세계’를 표현하는 말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세계를 표현할 때 마이크로보다는 ‘나노’라는 단어가 더 익숙해진 듯하다.

    나노는 마이크로의 1000분의 1, 즉 ‘10억분의 1’에 해당한다. 1나노미터는 수소원자 10개를 일렬로 세운 길이라 하니 얼마나 작은 크기인지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영역이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니 놀랍지 않은가. 바로 그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이 NT다.

    IT 이후 5T의 걸음마 그래도 희망은 크다
    좀 딱딱하지만 이를 정의하자면 ‘물질을 나노미터 크기에서 조작, 분석하고 이를 제어함으로써 새롭거나 개선된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소재, 소자,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과학기술’이다.

    NT는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은나노 세탁기처럼 제품명에 ‘나노’란 단어가 들어간 경우도 있지만, 자외선 차단제나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기, 타이어 등에도 나노 입자가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반도체에서 40, 50나노미터급의 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NT는 현 정부에서 역점을 두는 녹색혁명을 이끌어갈 핵심적 기반기술이기도 하다. 태양전지 분야에선 현재의 실리콘계 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NT를 적용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좀더 값싸고 활용도 높은 유기물 태양전지도 NT를 통해 개발하고 있다. 또 하이브리드자동차를 대신할 차세대 자동차인 연료전지자동차나 전기자동차에 없어서는 안 되는 연료전지와 2차전지의 핵심 재료 중 80% 이상이 NT로 만들어진다. 차세대 조명으로 떠오르는 LED에도 이미 NT가 적용돼 발광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정부는 미래성장 동력으로서 NT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감지하고 2001년부터 NT 종합발전 계획을 수립해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해왔다. 이런 지원의 결과로 NT 국가경쟁력이 크게 향상돼 2008년 우리나라의 나노 분야 SCI 논문발표 수는 세계 4위, 2007년도 미국 특허등록 수는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미국의 저명한 럭스 리서치(Lux Research)사의 NT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우리나라는 4위에 올랐다. 근자에는 단순한 양적 팽창뿐 아니라 질적 향상도 두드러져 우리 과학자들의 NT 연구결과가 저명한 잡지의 표지에 소개되는 일이 빈번하다.

    IT 이후 5T의 걸음마 그래도 희망은 크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개발한, 나노 입자를 이용한 색조 제조기술.

    그런데 최근 들어서 NT에 대한 인기나 정부의 연구지원이 주춤한 경향이 있어 걱정이다. NT는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기술이 아니라 IT, BT, ET 등을 발전시킬 근간이 되는 기술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NT 없이는 녹색혁명과 성장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리콘계 메모리 반도체의 소자를 작게 만드는 기술은 20나노미터 수준에서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나라가 IT 산업의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IT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새로운 개념의 소자 개발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초소형 반도체 소자나 단전자 트랜지스터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블루레이 디스크보다 100배 정도 정보 저장량이 큰 새로운 개념의 하드디스크와 홀로그램 디스크도 개발 중이다. 이러한 정보기기의 급격한 발달은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모든 가전기기가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돼 집 밖에서도 휴대전화를 통한 음성 명령으로 가전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고, 건강 상태가 늘 모니터링돼 이상이 발견되는 즉시 의사에게 자동으로 전달되는 등 예전에는 꿈이라고 생각하던 새로운 미래가 조만간 NT 덕분에 펼쳐지리라 믿는다.
    서상희 KIST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 단장 shsuh@kist.re.kr

    생명공학기술(BT)
    선진국보다 20년 늦었지만 논문·미국등록특허 등에서 양적, 질적 급성장


    IT 이후 5T의 걸음마 그래도 희망은 크다

    벤처기업 에코아이티21의 IT와 BT 기술을 결합시킨 하·폐수 처리.

    BT는 고령화, 물·식량 부족, 화석연료 고갈, 신종 전염병 발생, 지구온난화 등 당면한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최첨단 기술이다. 또한 BT는 융합기술의 중심이다. 의약, 화학, 전자, 에너지, 농업, 식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IT, NT 같은 첨단기술과의 융합으로 혁신을 이루도록 도와준다.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신(新)산업군 창출에도 기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6년 전 세계 IT 산업 성장률이 6%인 데 비해 BT 산업은 2000년 이후 2010년까지 연평균 1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융합화 및 산업화의 진전으로 응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연평균 15%로 그 성장 추세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또 OECD는 20년 혹은 30년 안에 바이오기술 및 응용제품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하면서 IT에 버금가는 큰 영향을 미치는 ‘바이오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예견한다. 주요국 또한 이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BT 분야 연구 기간은 비록 선진국보다 짧지만, 최근의 기술적·산업적 성과는 눈부시다.

    우리나라는 1983년 12월에 제정된 생명공학육성법을 근거로 93년 12월 ‘생명공학 육성 기본 계획(Biotech 2000)’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 따라 본격적인 투자는 2000년부터 시작됐다.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진 게 15년 정도에 그쳐 35년이 넘는 미국에 비하면 그 기간이 무척 짧다. 하지만 논문, 특허 및 기술이전을 포함한 산업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급격한 양적, 질적 성장을 하고 있다.

    과학논문인용색인 확장판(SCIE)급 학술지에 게재된 우리나라의 BT 분야 논문 수는 1994년 29위였으나 2008년 1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인 CNS(‘Cell’ ‘Nature’ ‘Science’)에 게재된 논문 수도 1994년 0편에서 2007년 19편으로 증가, 논문의 질 또한 성장하고 있다. 미국등록특허로 살펴본 우리나라의 BT 수준은 1994∼1997년 21위에서 2006∼2007년 13위로 상승했으며, 국내 바이오 산업 또한 연평균 성장률이 25% 이상으로 급격히 팽창해 그 파급력을 가늠케 한다.

    선진국에 비하면 20년 정도의 늦은 후발주자지만, BT 분야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많아 창의적 연구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세계적인 수준인 우리의 IT를 접목해 획기적인 융합기술을 개발한다면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박영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ypark@kribb.re.kr

    환경공학기술(ET)
    2010년 이후 국내시장 둔화 예상, 해외시장 적극 개척해야


    환경과 경제의 조화를 추구하는 환경산업은 대기오염, 하·폐수, 폐기물 등 각종 오염물질의 처리와 오염 예방 및 복원을 위한 시설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복합형 지식 산업이다. 21세기 세계 각국은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무역에 환경을 연계해 새로운 수입 장벽을 만드는 추세다. 한편으로 생산과 소비가 크게 확대되면서 환경산업에 대한 수요가 급증, 21세기의 성장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IT 이후 5T의 걸음마 그래도 희망은 크다

    대림산업이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선보인 에너지 절약형 미래주택(우). 재생 알루미늄 캔과 천연섬유 소재로 제작된 환경친화형 스포츠카. 2008년 7월 영국 국제모터쇼에 선보였다(좌).

    환경부의 환경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국내 환경산업 시장 규모는 약 23조8900억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10% 넘게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OECD 기준에 따른 국내 환경 관련 산업체는 모두 2만5000여 개, 종사자 수는 18만4333명으로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결코 작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세계적 환경조사기관인 국제환경산업(EBI)에서 200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환경산업 시장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3%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남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환경산업 시장은 연평균 7% 이상, 중국은 15~20%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은 수년 전부터 환경산업 기술을 21세기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유망 과학기술로 지목하고 집중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환경산업 기술은 선진국보다 8년 정도 뒤떨어져 있다. 선진국의 55% 수준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의 평가다.

    우리 환경산업 업체들은 그동안 국내 환경 기초시설 투자에 전념해왔다. 내수시장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진 것. 그러나 내수시장은 2010년 이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시장 개척 없이는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인 것이다.

    환경부는 2005년 9904억원이던 환경산업 수출규모를 올해 안에 2조원대로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 공공수역의 부영양화 방지를 위한 하·폐수 초고도 처리 및 초고도 처리수의 하천 유지용수 등의 재이용,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사막화와 해양 환경 파괴 및 오존층 파괴 방지 산업을 비롯해 친환경 소재, 유기 경작, 친환경 문화, 친환경 생산, 친환경 수송 등 기존 개념을 개선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산업의 발전은 바로 환경문제를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만큼 우리의 경제와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이제는 국민과 기업, 정부가 환경문제에 대해 공통된 이해와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일자리 창출과 국부 신장을 위해서도 환경산업은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이의를 다는 이는 없을 것이다.
    김갑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portkim@sdi.re.kr

    문화콘텐츠기술(CT)
    글로벌 경쟁력 갖춘 개방형 CT연구원 설립 급선무


    최근 IT의 급속한 발전과 컴퓨팅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방송, 통신, 컴퓨팅 사이의 경계선이 무너지면서 신개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유비쿼터스 컴퓨팅, 착용형 컴퓨팅, 컬처 컴퓨팅과 같은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이 그 예다.

    특히 과학기술과 디자인, 문화예술, 인문사회 등 다양한 학문 분야 간의 교류와 융합을 바탕으로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융·복합 기술, 즉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이 중에서도 파급 효과가 큰 CT 기반 콘텐츠 산업은 지속적인 녹색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IT 이후 5T의 걸음마 그래도 희망은 크다

    가상현실 시스템에서 복원된 문화유산. 앞으로 이러한 디지털 문화재가 3차원 영상뿐 아니라 오감을 만족시키는 형태로 발전할 전망이다.

    지난 8년간 우리나라의 콘텐츠 시장은 연평균 16%의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다. 잘 갖춰진 유무선 통신망, 우수한 콘텐츠 기술 인력,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시장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세계시장의 40.1%를 점유한 미국에 비하면 2.4%를 차지한 국내 콘텐츠 산업의 규모는 매우 영세하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의 빠른 성장을 고려한다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정부의 노력도 최근 뒤따르고 있다. 정부는 1월13일 선정 발표한 ‘3대 분야 17개 신성장동력’ 사업에 총 24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 대상에 CT 분야의 핵심기술인 ‘콘텐츠와 소프트웨어’가 포함됐다. 문화기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산업이 생산과 고용, 부가가치 유발 효과 등 경제성장 효과가 탁월한 분야로 평가된 것. 정부는 가상현실 기술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분야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근거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은 △게임 △차세대 영상·뉴미디어 △가상현실 콘텐츠 △창작·공연·전시 △융·복합 콘텐츠 △공공문화 서비스를 문화산업을 선도할 6개 분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할 18개 CT 분야를 ‘CT R·D 기본계획 종합로드맵’에 포함시켜 체계적인 연구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CT 기반의 문화산업이 신성장동력이 되려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CT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CT 분야의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지원 및 관리가 가능하고,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표’에 CT 분야를 포함시켜 통합 정비할 수도 있다.

    또 CT 분야의 우수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한 핵심인력의 국내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 축적된 역량과 기술을 문화산업과 적극적으로 연계해 새 시장을 선점하려면 법과 제도 개선, R·D 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충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 정부 R·D 예산의 1% 미만에 머무르는 CT 분야 R·D 예산은 최소 3% 이상으로 확대해 안정적인 연구개발 기반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선행 조건을 충족시키고 문화산업 5대 강국 실현의 기술적 토대를 구축하려면 CT연구원 설립이 필요하다. CT 연구는 기존의 IT 연구와 달리 과학기술과 디자인, 문화예술, 인문사회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개발 초기부터 프로젝트 중심의 다학제적 융합연구를 함께 진행해야 문화기술의 새로운 가치와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연구원은 해당 분야의 국제적인 석학이나 연구그룹 및 국내외 전문가가 공동 참여하는 국제화된 개방형 체재로 운영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CT R·D 허브로 육성해야 한다. 연구 방향은 문화산업의 가치사슬과 미래기술 트렌드에 부합해야 하며, 중·장기적 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원천기반기술, 창조적 아이디어 표현을 지원할 수 있는 응용기술, 그리고 문화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산업화기술 등을 핵심 연구영역에 포함시켜야 한다.
    우운택 광주과학기술원 CT연구소 소장 wwoo@gist.ac.kr

    문화기술(CT)의 정의

    넓은 의미의 CT는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융합기술에 대한 총칭으로,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체의 기술이라 정의할 수 있다. 좁은 의미로는 유·무형의 문화 및 예술 원형을 첨단IT와 결합해 정치·경제·사회·과학 등 각 분야에서 경제적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상품을 창작, 제작, 유통하기 위한 모든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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