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9

2009.06.09

삶의 희로애락 담은 ‘거품의 미학’, 코르동 루즈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06-03 17:5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삶의 희로애락 담은 ‘거품의 미학’, 코르동 루즈
    바롤로를 생산하는 산지 중에서도 특히 미려하고 매혹적인 아로마가 돋보이는 라 모라. 얼마 전 그곳에 모여 함께 한 저녁식사는 테이블에 마련된 여러 와인이 전부 바닥을 보인 뒤에도 끝날 줄 몰랐다. 그중 한 사람이 샴페인으로 마무리하자고 했고, 이는 곧바로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이탈리아 와인 중 최고봉인 바롤로의 산지 가운데에서도 샴페인이 특유의 개성을 발휘한 것이다. 기품 있게 터지는 거품을 바라보면 즐거운 생각이 절로 난다.

    샴페인은 국적을 불문하고 실로 많은 사람이 특별한 순간에 또는 그 순간을 특별하게 기억하려 할 때 떠올리는 독특한 와인이다. 그러나 샴페인(프랑스어로는 샹파뉴) 지역의 와인은 지난 시절 거품이 없었다. 그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으로 생산됐는데 일조량이 부족한 나머지 포도가 충분히 익지 못해 별 볼일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바로 아래 부르고뉴 지역에서 양산되는 와인에 대해 늘 콤플렉스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도승들은 병에 마술처럼 거품을 생성시키는 비법으로 오늘날의 샴페인을 탄생시켰다. 헐벗은 질감과 도드라지는 높은 산도 때문에 거칠고 신 와인이었지만, 희로애락을 담은 거품 덕분에 샴페인은 이제 지역의 대표 산업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프랑스의 문화 전도사로도 한몫한다. 초국적 브랜드 샴페인은 과학적인 양조과정을 발판 삼아 기업화를 이뤘고, 이에 성공한 소수 브랜드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독일인 멈(Mumm)이 창립한 샴페인 회사 멈도 그중 하나다. 1875년 출시한 브랜드 ‘코르동 루즈’는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이며 매년 800만병이 세계 곳곳에서 개봉된다. ‘빨간 리본’을 뜻하는 코르동 루즈란 이름은 프랑스 훈장 레종 도뇌르의 최고 서열에 부여하는 붉은 띠에서 힌트를 얻었다. 코르동 루즈를 따는 광경을 많이 목격했을 텐데, F1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 우승자가 유쾌하게 터뜨리는 샴페인이 바로 코르동 루즈다. 수입 페르노리카 코리아. 가격 8만5000원.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