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7

2009.05.26

뭐, 화장품 바를수록 늙어?

‘화장품 남용이 피부 노화 촉진’ 불편한 진실 파문 … 꼼꼼히 묻고 따지고 사용해야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9-05-20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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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화장품 바를수록 늙어?
    “제가 지금 쓰고 있는 화장품 가운데 피해야 할 성분이 없는 제품이 없더군요. 주위 평가나 브랜드만 믿고 고가의 제품들을 사들인 스스로가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화장품 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에 속았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제품을 써야 할까요.”

    최근 ‘많이 바를수록 노화를 부르는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거름)’을 펴낸 중앙대 의학식품대학원 석사과정(향장미용 전공) 구희연(33), 이은주(30) 씨의 블로그(http://blog.

    naver.com/realbeauty10)와 인터넷 서점 사이트의 독자 서평란에는 화장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질문이 폭주하고 있다.

    ‘성공적인’ 화장품 마케팅 전략으로 1인당 화장품 사용 개수 기준 세계 1위의 ‘영예’를 누리고 있는 한국. 우리나라 특유의 화장품 문화, 그리고 화장품 성분과 관련된 ‘안전 불감증’을 낱낱이 파헤친 이 책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소비자들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평가한다.



    국내 유명 화장품 회사에서 5년간 교육담당자로 일했고 서울 명동에서 직접 에스테틱 숍을 운영하기도 한 이씨, 그리고 아토피가 심해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찾다가 대체의학과 천연화장품을 연구하게 됐다는 구씨는 “누구보다도 화장품을 사랑했고 다양한 화장품을 접했던 사람들로서 연구를 통해 몰랐던 진실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말하는 ‘불편한 진실’은 뭘까. 이들이 가장 먼저 공통적으로 꼽은 것은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4단계 스킨케어’다.

    화이트닝 파운데이션 가장 황당

    “화장품 회사들이 판매량을 높이려고 스킨 부스터 토너 로션 에센스 세럼 크림 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스킨-에센스-로션-크림을 순서대로 모두 사용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점성 등에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똑같아요. 외국에서는 대부분 스킨, 크림만 간단하게 사용하죠.”

    이들은 스킨케어 제품의 경우 메이크업 잔여물을 닦아내기 위한 스킨을 퍼프에 묻혀 사용한 후, 에센스 로션 크림 가운데 피부에 잘 맞는 제품 한 가지만 사용할 것을 권한다. 여기에 자외선 차단제만 따로 사용하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개발된 화장품 가운데 가장 ‘황당한’ 제품으로 이씨는 화이트닝 기능이 추가된 파운데이션을 꼽았다.

    뭐, 화장품 바를수록 늙어?

    ‘안전한 화장품 사용하기’를 강조하는 이은주(왼쪽) 씨와 구희연 씨.

    “스킨케어를 위한 화이트닝은 피부에 최대한 흡수되는 것이 중요하고, 메이크업 제품인 파운데이션은 반대로 피부에 절대 침투돼서는 안 되죠. 아직은 기술적 한계로 이 제품들이 피부에 선택적으로 흡수될 수 없기 때문에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또 하나의 함정은 ‘미백 기능성 인증’ ‘주름 개선 기능성 인증’ 등의 문구가 적힌, 이른바 기능성 화장품이다. 수분 크림 등 ‘비(非)기능성 제품’에 비해 부가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몸값도 비싸다.

    “의약품이 아닌 이상 효능에는 한계가 있어요. 기능성 인증절차 역시 별 게 아니고요. 정해진 기능성 고시 원료를 함량 기준에 맞춰 사용하기만 하면 받을 수 있거든요. 고시 원료의 함량 기준도 0.04%에서 많아야 3%에 불과해요.”

    구씨는 유기농화장품, 천연화장품도 완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는 천연화장품에 대한 기준이 따로 없어 ‘자연주의’ ‘식물성’ ‘유기농’ 등의 이름을 업체 입맛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러 제품 성분 중 딱 한 가지만 유기농 인증 성분이었는데도 ‘유기농화장품’이라고 선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등장인물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영화 ‘언니가 간다’에서 서른 살의 주인공(고소영 분)은 열여덟 살의 자신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스물다섯 살이 되면 아이크림을 꼭 발라”라고.

    이처럼 피부 관리의 필수 코스로 여겨지고, 가격 대비 양이 적어 뭔가 특별한 효능이 있을 듯한 아이크림 역시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필자들의 주장이다.

    “일반 크림과 비교해 특별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문 데다, 눈가 피부는 워낙 얇기 때문에 다른 부위보다 오히려 적은 양의 화장품을 발라야 해요. 눈 주위에 집중적으로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가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이들이 ‘강추’한 ‘화장품 고르기 법’은 엄마의 화장품을 연구하는 것.

    “사실 피부 상태를 결정짓는 요소의 70% 정도가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거든요. 나와 가장 비슷한 피부를 지닌 엄마가 오랫동안 어떤 제품을 썼고, 그 느낌이나 효과가 어땠는지를 알아보면 화장품을 고르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어요.”

    실제 원료비 6% 이하가 대부분

    이들은 공통적으로 ‘제2의 석면화장품’이 될 수 있는 위험 성분으로 파라벤(파라옥시안식향산에스텔)을 지목했다. 파라벤은 값이 싼 화학 방부제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고급 화장품브랜드들에서도 주요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외 학계에서는 암세포 형성, 유전자 변이, 남성 정자 수 감소 등 파라벤류 독성에 대한 각종 연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화장품 업체들은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물질’이라고 주장하죠. 조만간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돼요.”

    다행히 지난해 10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화장품의 모든 제조 성분을 포장용기 등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전성분표시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들은 “판매원이 깐깐하다고 눈치를 주더라도 화장품 구입 전 반드시 성분을 살펴보고 파라벤, 청색 1호 2호 등의 색소, 향료가 포함된 제품은 피하라”고 조언했다.”(표 참조)

    이들은 화장품 회사들의 변화도 촉구했다.

    “책 속에 화장품 원료비는 소비자가의 6%, 연구개발비는 1.8%, 기타 마케팅 및 광고비는24%에 달한다고 썼더니 화장품 업체에서 일하는 지인들이 ‘원료비를 실제보다 높게 써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실제로는 원료비가 6% 이하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죠.”

    책이 화제가 된 이후 이들은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앞으로도 화장품을 포기할 수 없는데…”라는 반응도 많이 접했다고 한다.

    “저희 역시 화장품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쓸 예정이에요. 하지만 소비자들이 화장품 성분에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면 화장품 회사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겠죠. 더 안전한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들이 똑똑해져야 해요.”

    가장 피해야 할 화장품 성분 20가지

    디부틸히드록시톨루엔(DHT) | 미네랄 오일 | 부틸하이드록시아니솔(BHA) | 소디움라우릴황산염, 소디울라우레스황산염 | 소르빈산 | 아보벤젠 = 파르솔 1789, 부틸메록시디벤조일메탄

    옥시벤존 = 벤조페논-3

    이미다졸리디닐유레아, 디아졸리디닐유레아, 디엠디엠히단토인 | 이소프로필메틸페놀 = 이소프로필크레졸, o-시멘-5올
    이소프로필알코올 = 프로필알코올, 프로페놀, 이소프로페놀, 리빙알코올

    인공 향료 | 티몰 | 트리에탄올아민(TEA) | 트리이소프로파놀아민 | 트리클로산 | 파라벤 = 파라옥시안식향산에스테르
    페녹시에탄올 | 폴리에틸렌글리콜(PEG) | 합성착색료 = 황색 4호, 적색 219호, 황색 204호, 적색 202호 등

    호르몬류 = 에스트로겐, 난포호르몬, 에스트라지올, 에티닐에스트라지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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