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0

2017.03.22

<새 연재> 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미세먼지 누가 중국 탓을 하는가?

평균 50~70% 국내 배출…20년 새 절반 줄인 서울 vs 석탄화력발전소 20기 건설 정부

  • 지식 큐레이터 imtyio@gmail.com

    입력2017-03-17 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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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2일 오전 경기 북부와 남부에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발령됐다. 미세먼지는 13일(월요일)까지 계속됐고, 서울과 경기도 주민은 한 주를 마스크 낀 채 시작해야 했다. 봄철마다 연례행사처럼 한반도를 덮치는 미세먼지의 공포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아직도 먼지 따위에 왜 그리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는 이들이 있다. 맞다. 먼지는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공기 좋은 강원도 산골에 살아도 날마다 최소 15억 개의 먼지 입자가 코와 입으로 들어온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매일매일 그보다 더 많은 먼지를 마시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먼지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먼지와 함께 진화해온 우리 몸은 먼지의 공격에 맞서는 정교한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다. 콧구멍으로 들어온 먼지는 대부분 코에서 갈 길을 잃는다. 코털과 코 안쪽의 끈적끈적한 점막에 붙잡히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 이 방어선을 뚫은 먼지도 목 앞쪽의 후두에서 끊임없이 흘러드는 침에 휩쓸려 (입으로 들어온 먼지와 함께) 식도를 통해 위로 실려 간다.



    먼지가 사람을 공격한다!

    그런데 지난 100년간 이런 균형 상태가 깨졌다. 수십만 년 동안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먼지가 우리 몸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자동차, 발전소, 공장 등에서 나오는 아주 작은 먼지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 몸은 그런 작은 먼지를 막을 만한 방어체계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이 작은 먼지가 바로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다.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 크기보다 작은 미세먼지는 보통의 먼지처럼 걸러지지 않고서 우리 몸속 깊숙이 들어와 폐에 박힌다. 미세먼지가 폐에 박히면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미세먼지는 폐질환은 물론이고 심장이나 뇌질환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의 염증 반응으로 나타난 혈전(핏덩이)이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2013년 10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미세먼지를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분류한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미세먼지와 같은 그룹(Group I)에 속한 발암물질은 석면, ‘죽음의 재’라 부르는 방사성물질 플루토늄, 자외선, 담배 연기 등이다. 흔히 이 그룹에 묶인 물질을 ‘1급 발암물질’이라고 부른다.

    미세먼지가 이렇게 위험하다면 당연히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에서 정부(환경부)와 정부가 내놓는 자료를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중국발 미세먼지 공습’)은 사실상 자포자기를 선언한다. 대한민국의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건너왔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2013년 환경부,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기상청 등 8개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료를 보면 ‘미세먼지 중 상당 부분(평균 30~50% 내외)이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된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이 자료는 이렇게 다시 읽어야 한다.

    “미세먼지의 반수 이상, 즉 평균 50~ 70%는 국내에서 배출된다.”

    서울시가 안양대, 수원대 등과 공동으로 진행해 2011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도 미세먼지(PM2.5) 가운데 국내에서 배출된 것이 51.2%이다. 그러니까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은 중국과 같은 국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배출하는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중국으로부터 건너오는 미세먼지는 편서풍이 부는 한 어쩔 수 없다. 당장 중국의 대기오염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것도 난망하다. 중국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오염물질을 줄이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반중(反中) 정서에 기대 중국 욕이나 하면서 숨 쉴 때마다 1급 발암물질이 우리 몸속 깊숙이 박히는 것을 두고 봐야만 할까. 아니면 지금 당장이라도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맞을까. 시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우리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은 기성세대라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미세먼지,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중국 탓을 하지 않고도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서울의 공기가 그 단적인 증거다.

    미세먼지(PM10) 측정을 시작한 1995년 ㎥당 연평균 78μg(마이크로그램)이던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2년 41μg까지 떨어졌다. 미세먼지 농도가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니까, 왠지 아름다운 시절로 생각되는 ‘응답하라 1994’ 때만 해도 서울의 공기는 공해로 유명한 멕시코시티 수준이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이렇게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든 기간(1995~2012)은 중국의 산업화 기간과 겹친다. 즉, 중국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동안 오히려 서울을 포함한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20년 새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든 데서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줄일 수 있다. 만약 지금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고, 미세먼지가 포함된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도심의 자동차 수를 적절히 관리한다면 20년 후에는 좀 더 깨끗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을 것이다.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정부는 지난해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2029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20기 더 짓겠다고 했다. 석탄화력발전소 20기의 발전량은 현재 석탄화력발전 용량의 70%에 해당한다. 5월 ‘장미 대선’을 통해 등장하는 새 정부는 달라야 한다.

    Tip ‘초미세먼지’는 한국에만 있다?미세먼지 가운데 지름 10μm(마이크로미터 ·  1μm는 100만 분의 1m) 이하는 PM10, 지름 2.5μm 이하는 PM2.5라고 부른다. 한국에선 PM10을 미세먼지, PM2.5를 초미세먼지로 나눠 부르는데 잘못된 용어다. 학술 용어나 국제 용어 모두 ‘미세먼지’다. 왜냐하면 보통 PM10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PM2.5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미세먼지는 공장, 발전소, 자동차에서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가장 많이 만들어진다. 공장 굴뚝 연기나 자동차 배기가스에 섞여 직접 대기 중으로 배출되기도 하고(1차 발생),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나오는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 수증기, 암모니아 등과 결합해 생기기도 한다(2차 발생). 미세먼지의 60% 이상은 2차 발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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