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2009.04.28

시장님, 녹색 도시를 누비다

‘자출족’ 박완수 창원시장의 자전거 예찬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9-04-24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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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님, 녹색 도시를 누비다
    경남 창원시는 ‘자전거 특별시’로 통한다. 자전거 전용도로 비율 전국 1위, 국내 유일의 전 시민 자전거보험 가입, 국내 최초 공영자전거 시스템 구축 등 인프라부터 남다르다. 시에서 꾸준히 벌여온 ‘자전거 타기’ 운동 덕에 출퇴근 시간이면 자전거 행렬이 도로 한쪽을 가득 메운다. 그 속에는 2007년부터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온 박완수(54·사진) 시장도 끼어 있다.

    박 시장의 출근길은 집 근처 어린이도서관 앞에 마련된 자전거 터미널에서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15분쯤 자전거로 달려 시청에 도착하면, 빌린 자전거를 청사 내 터미널에 반납한 뒤 집무실로 향한다. ‘공영자전거로 출근하는 시장’의 모습은 ‘환경 수도’를 꿈꾸는 창원시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자전거로 출근하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2년째 해온 일이라 이제는 일상처럼 느껴집니다. 행사와 약속 때문에 퇴근은 자전거로 못하지만, 출근 때만큼은 눈비가 오지 않는 한 꼭 자전거를 타죠. 힘든 점보다 좋은 점이 훨씬 많습니다. 먼저 시민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신호등 앞에 서 있으면 옆 차선에 정차한 택시 기사들이 창문을 내리고 인사를 건네옵니다. 또 자연스럽게 운동이 돼 과식을 해도 배가 안 나옵니다. 처음에는 개인 자전거로 출근했지만, 최근 집 앞에 공영자전거 터미널이 생겨 ‘누비자’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영자전거 ‘누비자’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창원시내에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 어디로든’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도록 한 시스템입니다. 자전거는 장점이 무척 많지만, 한 번 타고 나가면 계속 끌고 다녀야 한다는 결정적인 단점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거리를 갈 때도 이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죠. 시내 곳곳에 자전거 터미널을 만들고 질 좋은 자전거를 비치하면 더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리라는 생각에 2008년 10월 ‘누비자’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누비자’는 ‘누비다’와 ‘자전거’의 합성어로,‘창원시 곳곳을 자전거로 자유로이 다닌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이렇게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있습니까.

    “창원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 데다 공단도시여서 대기 오염에 취약합니다. 원래 인구 30만명 규모로 조성된 계획도시지만, 50만명으로 늘면서 쾌적성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시장에 취임한 뒤 도심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대기오염 방지, 주차난 해소, 교통정체 완화 등의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추진했습니다. 사실 창원은 이미 ‘자전거 도시’가 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1974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돼 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자동차도로와 자전거전용도로가 함께 설치됐고, 시내 경사도가 3% 이내여서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한 환경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노력하면 자전거가 시내교통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유용한 교통수단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2007년 2월 자전거 출근을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았죠.

    시장님, 녹색 도시를 누비다
    “자전거 출근 아이디어는 그해 1월 일본 히메지시(市)를 방문했을 때 얻었습니다. 해외 선진 지방자치단체 탐방 중 그곳에 들렀는데, 공무원들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겁니다. 알고 보니 관용차를 타는 고위직을 제외하고, 전 직원의 자가용 출퇴근이 금지돼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우리도 공무원부터 모범을 보이면 일반 시민에게까지 자전거 이용 문화가 자연스레 확산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귀국 후 바로 시청 반경 3km 이내에 사는 직원들의 자가용 출퇴근을 금지했고, 저도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쇼한다’ ‘얼마나 하는지 두고 보자’며 날선 눈빛으로 보던 분들이 많았지만 계속 진정성을 보이니 지금은 그런 말이 쏙 들어갔습니다.”

    ‘시민들에게까지 자전거 이용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자전거를 좋아하는데도 체면이나 주위 시선 때문에 못 타던 분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시장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 나는 왜 못하느냐’는 생각을 갖게 된 거죠. 저는 출근할 때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 자전거를 탑니다. 자전거 타기가 일상화하려면 스포츠나 레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교통수단 기능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창원에는 탈의장이나 샤워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직장이 많은데, 자전거 복장을 한 사람만 자전거를 타는 문화가 형성되면 일반 시민은 자전거 출근을 시도조차 못할 것 아닙니까. 그런 제 생각이 통했는지 조금씩 출근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시민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초 유가가 폭등한 것도 자전거 인구를 늘린 계기가 된 듯합니다.”

    자전거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데는 창원시가 개발한 다양한 지원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게 하려면 3가지 측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는 인프라 확충, 둘째는 제도 개선, 셋째는 시민 참여 분위기 조성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추진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인프라 확충에만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도로 조성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싶게 만드는 겁니다.

    창원시는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50만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자전거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상당수 시민이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창원시민이면 누구나 자전거 사고를 당할 경우 최고 2900만원까지 보상금을 받고, 본인이 사고를 냈을 때도 형사합의금과 민사합의금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한 달에 보름 이상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근로자에게는 최대 3만원까지 자전거 출퇴근 수당을 지급합니다. 자전거문화센터를 설립해 시민에게 무상으로 자전거 실기교육과 법령교육 등을 제공하고, 5월에는 시청 앞에서 ‘2009 창원 바이크 월드’ 축제를 여는 등 시민 참여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도시’ 창원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추진할 계획이 있다면요.

    “누비자 시스템을 확대,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100m마다 무료 대여소를 설치해 시민들이 손쉽게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2012년까지 누비자 터미널 300개소, 누비자 자전거 5000대를 설치하면 창원시 전역이 자전거망으로 연결됩니다. 자전거 전용 신호등, 자전거 전용 표지판 등을 설치해 자동차 위주의 교통문화도 바꿔가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7%대에 머물고 있는 자전거 교통수송분담률을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자전거가 유럽,일본처럼 교통수단의 한 축을 담당하면 창원은 맑고 푸른 하늘을 가진 ‘녹색 도시’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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