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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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정체성 고민의 산물

닉 케이브의 ‘소리 나는 옷’

  •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입력2009-04-22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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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 정체성 고민의 산물

    닉 케이브, ‘소리 나는 옷’, Mixed Media, 240x65x50

    지난 3월 미국의 대표적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인 ‘아모리쇼(Armory Show)’에 다녀왔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시카고를 무대로 활동하는 닉 케이브(Nick Cave, 1959~)의 ‘소리 나는 옷(Soundsuits)’을 망설임 없이 꼽고 싶습니다. 작품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기에 이제야 소개하게 됐음을 고백합니다.

    처음 작품을 봤을 때 든 생각은 ‘작가가 아프리카 출신인 것 같다’였는데요, 장식이 잔뜩 붙은 옷이 아프리카의 민속의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죠. 옷에 달린 가면이 그런 확신을 더해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의 예상과 달리 작가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흑인이었습니다(근원을 따지자면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의 후손이겠지만요). 다음으로 든 의문은 왜 제목이 ‘소리 나는 옷’일까였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작가는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춤을 추는데, 그때 옷에 달린 장식들이 부딪치며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얻은 걸까요? 1991년 LA에서 일어난 ‘로드니 킹 구타사건’을 보며 작가는 흑인인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땅에 굴러다니는 나뭇가지를 보고 사회에서 버림받은 흑인들을 떠올렸죠. 그는 나뭇가지를 모아 8cm 정도로 자른 뒤 안쪽에 구멍을 뚫고 자신이 디자인한 옷 위에 하나하나 답니다. 완성한 옷이 너무 무거워 똑바로 서 있을 수 없었기에 이리저리 움직이며 춤을 추게 됐고, 이때 가지들이 부딪치면서 내는 소리에 매료됐다고 하네요.

    자신이 만든 옷 안에서만큼은 피부색이나 성별, 출신 등이 모두 가려진다는 사실에 주목한 작가는 이후 벼룩시장이나 중고숍에서 구한 재료, 예컨대 낡은 옷감이나 구슬, 새나 꽃 모양의 도자기 장식, 병마개, 녹슨 금속, 나뭇가지, 인모 등 ‘쓸모없는’ 재료를 이용해 눈부시게 아름다운 옷들을 탄생시키는데요,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대접받기 일쑤였던 흑인에 대한 그의 희망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원래 패션을 전공한 작가가 흑인 스타일의 춤으로 유명한 안무가 앨빈 에일리(Alvin Ailey)에게서 춤을 배웠다는 사실도 언급해야겠네요.

    홀어머니 밑에서 6형제가 가난하게 살았던 환경 때문에, 물려받은 낡은 옷으로 입고 싶은 옷을 만들며 자랐던 그는 놀라울 만큼 정교한 바느질 솜씨로 ‘옷’이자 ‘조각’인 작품을 만들어내고 ‘퍼포먼스’까지 펼치는데요, 특히 작가와 작품이 하나가 돼 만들어내는 퍼포먼스는 부두족(Voodoo) 주술사의 춤처럼, 인종차별이라는 악덕이 여전히 남아 있는 사회에 준엄한 경고를 내림과 동시에 흑인이 가진 전통이 오늘날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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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 정체성 고민의 산물

    <b>1</b> L.A. 토마리 개인전 <b>2</b> 동유럽 작가 3인전 <b>3</b> 드림하우스 전

    L.A. 토마리 개인전 - ‘la’ L.A. 토마리는 일본에서 신문광고, 포스터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로, 작업할 때 인공조명이나 디지털화된 스트로크(stroke) 대신 자연광을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시 제목 ‘la’는 하와이 전통어로 ‘태양’ 또는 ‘낮’을 뜻한다/ 4월26일까지/ 갤러리 팩토리/ 02-733-4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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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하우스 전 서서히 잊혀가는 ‘용산참사’를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그룹전. 김기수 고승욱 양성윤 조민호 안규철 강홍구 안현숙 김지은 최선아 최원준 등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4월29일~5월15일/ 대안공간 풀/ 02-396-4805

    호경윤 ‘아트인컬처’ 수석기자 www.sayh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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