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2

2009.04.21

초짜 마약밀수범 ‘개코’에 두 손 들었다

‘주간동아’ 기자가 체험한 육·해·공 통상수호의 현장 “물샐틈없네”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9-04-17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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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짜 마약밀수범  ‘개코’에 두 손 들었다

    기자(오른쪽)의 트렁크에서 대마초 냄새를 맡고 자리에 주저앉은 마약탐지견 ‘태백’. 탐지요원이 보상용으로 주는 ‘더미’를 쳐다보고 있다.

    “선배, 괜찮겠죠?”

    “쉿! 긴장하면 표시나.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 선생도 이런 심정이었을 거야.”

    4월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A입국장. 상하이 푸둥공항을 출발한 중국동방항공 MU8358기 승객 30여 명이 수화물 컨베이어에서 짐을 찾고 있었다. 기자는 후배 기자와 중국 관광객 행세를 하며 수화물을 기다렸다(실제 기자는 홍콩 배우 주윤발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멀리서 눈에 익숙한 여행용 가방이 다가오자 ‘급긴장’. 기자의 트렁크 2개에는 대마초 9.6g, ‘짝퉁’ 까르띠에, 샤넬 핸드백과 벨트, 웅담 등이 들어 있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게 이런 것일까. 트렁크를 들어 내리는데 멀쩡하던 다리가 살짝 흔들렸다.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평소 대충대충 쓰던 입국신고서도 몇 번이나 확인했다. 관광객들이 입국 심사대로 모여들자 슬쩍 그들 뒤로 붙었다.

    “여기만 통과하면 돼.”



    영화 ‘추격자’에서 유유히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영민(하정우 분)을 떠올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때 후배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쿡 찌르더니 턱으로 3시 방향을 가리킨다.

    “저기…, 갭니다.”

    언제 왔는지, 마약탐지견 한 마리가 컨베이어 근처에서 수화물에 코를 댄 채 연신 벌렁거리고 있었다. 기자의 심장도 따라 두근거렸다. 마약견이 수화물 하나를 검사하는 시간은 10초를 넘지 않았고, 곧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20m 앞에서 본 래브라도 레트리버종(種) 마약견은 개가 아니었다. ‘밀수범’인 기자에게 마약견은 흡사 사자처럼 보였다. 황금빛 갈기를 흩날리며 머리만 한 앞발을 내딛는, 보무도 당당한 한 마리의 수사자. 순간 자리를 뜨려 했지만 심사대 세관원들의 시선도 의식해야 했다(세관원들이 동태가 이상한 승객을 예의주시한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몸 깊숙한 곳’에 물건을 넣거나 긴장하면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마약은) 차라리 비닐에 싸서 ‘그곳’에 숨길 걸 그랬어요.”

    후배의 말에 입에 손을 대고 한마디 했다.

    “가방 안에 깊이 숨겼으니 괜찮겠지. 담배 한 개비 부러뜨려봐. 냄새로 (마약견을) 교란하자고.”

    탐지견, 마약 냄새 맡자 그 자리 ‘착석’

    초짜 마약밀수범  ‘개코’에 두 손 들었다

    인천공항세관 X-레이 판독실. 비행기에 실린 짐을 승객이 받기 전 X-레이 투시기로 확인한다. 의심쩍은 짐은 전자태그를 붙여 표시하며, 입국 심사대에서 조사원이 재검사한다.

    마약견은 어느새 기자의 다리에 코를 붙이고 있었다. ‘개코’는 다리를 타고 올라 신체 앞뒤 중앙지역을 훑더니 여행용 가방으로 옮겨갔다. 마약견을 이끌고 온 마약탐지 요원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썩소’를 날리며 트렁크 손잡이를 잡아끌었다. 그 순간 연신 촐싹대며 돌아다니던 마약견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잠시만요. 이쪽 승객은 검색대로 이동해주세요.”

    마약탐지 요원은 기자의 ‘탈출’을 막아서더니 흰 수건을 돌돌 만 ‘더미’(dummy·장난감)를 바닥에 던졌다. 더미를 냅다 문 마약견은 꼬리를 흔들었고, 기자는 머리를 가로저었다(마약견을 훈련시킬 때 특정 장난감에 애착을 갖게 만든 뒤, 마약이나 폭발물 등을 찾아냈을 때 그 장난감을 ‘보상’으로 준다).

    “팅부동. 워스중궈런(聽不. 我是中國人·못 알아듣겠습니다. 저는 중국인이에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열심히 외워둔 중국어도 ‘버벅’의 연속. 마약탐지 요원은 ‘당신 마음 잘 안다’는 듯한 미소를 짓더니 정중히 심사대 옆 검색대의 육여상 조사원에게 기자 일행을 안내했다.

    “여권과 세관신고서 보여주시고요.”

    육 조사원은 트렁크 안 곳곳을 두 손으로 바닥까지 꾹꾹 눌러보더니 물품을 하나씩 꺼내 검색대 위에 옮겨놓았다.

    “이건 뭔가요?”

    “….”

    대마를 담은 차(茶) 포장지를 뜯는 순간, 기자의 ‘대마초 밀수’는 불발로 끝났다.

    ‘짝퉁’을 숨겨온 후배 기자는 유유히 빠져나가는 듯했지만 ‘역시나’. 검색대 X-레이 검사에서 발이 묶였고, 기자가 서 있는 바로 옆 검색대에서 가방을 열어야 했다. 상황 종료.

    우리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인천공항세관 강관구 공보담당이 그제야 다가와 직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기자 일행은 사전에 인천공항세관에 ‘밀수 작전’ 협조를 요청한 터였다. 직원들은 허탈해하면서도 자부심을 드러냈다.

    “마약류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올 들어서만 대마 밀수를 6건이나 적발했죠. 아무리 소량이라도 ‘개코’는 못 당해요.”

    인천공항세관 이규형 마약탐지 계장의 말처럼 지난해 대마 등 마약류 적발 건수는 161건(42kg), 금액으로는 768억원에 이른다. 그중 인천국제공항에서만 112건, 577억원가량이 적발됐다.

    ‘마약 청정국’ 한국 경유하는 ‘중계 밀수’ 성행

    “승객들이 짐을 찾기 전 공항 네 곳에 마련된 X-레이 판독실에서 1차 판독을 합니다. 여기서 의심스러운 물품이 발견되면 전자태그를 붙이죠. 그리고 승객이 짐을 찾아서 나오면 검색대에서 한 번 더 검사를 하게 되는데, 이때 전자태그가 붙어 있는 가방은 직원이 직접 확인합니다.”

    기자 일행은 이 과정은 생략했다. 공항 전체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관구 공보담당에 따르면, 인천공항세관에서는 860여 명의 관세공무원이 X-레이 검사, 탐지견, 내·외부 정보 등을 종합해 감시하는데, 최근에 마약 청정국인 한국을 경유한 ‘중계 마약밀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브라질 중국 터키 등에서 마약을 들여와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향한다는 것. 마약류 중에는 메스암페타민(일명 필로폰)이 65%를 차지한다(형사정책연구원은 메스암페타민 1kg이 밀반입되면 약 388억원의 사회적 손실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그건 그렇고, 육 조사원은 왜 트렁크 바닥 부분에 집착했을까. 눌러도 보고 두드려도 보고. 그것도 두 손으로 말이다.

    “마약 밀수범들은 주로 트렁크 바닥에 만들어둔 공간에 마약류를 숨겨 들여오거든요. 담뱃갑과 휴대전화 배터리도 주요 밀수 공간이고요.”

    초짜 마약밀수범  ‘개코’에 두 손 들었다

    1 검색대에서 마약이 든 가방을 조사하는 육여상 조사원. 공항 이용객들은 멀리서 ‘기자 밀수범’들의 검색 과정을 지켜봤다. <br> 2 차 통에 숨겨 들여온 마약. 3 X-레이 투시기에 포착된 짝퉁 명품 벨트, 가방, 웅담이 든 가방.

    냄새 없는 ‘짝퉁’ 명품을 넣은 가방은 ‘개코’는 피했지만 20년 경력의 검사원 눈은 피할 수 없었다.

    박효선 검사원은 “X-레이 검색대 모니터에 동그랗게 말린 벨트, 옷가지, 가방이 짙은 색으로 나타나더라고요. 일반인이 보면 무슨 물품인지 모르지만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직원들은 3초면 판독이 끝니죠. 5개들이 병 모양만 봐도 ‘웅담을 담았구나’라고 ‘필’이 와요”라고 말했다.

    [바닷길 | 화학 운반선 연료탱크가 의심되는데…]

    4월2일 오전 인천항 연안부두 통선장을 출발한 인천본부세관 감시관실 소속 감시정 ‘인천 304호’(50t급)가 두 줄기의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를 갈랐다. 인천본부세관 감시관실 손영택 정장을 비롯한 소속 대원 6명은 말없이 가스총과 이동용 사다리를 점검한다.

    5분쯤 흘렀을까. 가스오일과 벤젠 등 화학제품을 적재한 S사의 케미컬선(화학제품 운반선)이 눈에 들어오자 해상기동팀의 ‘기동’이 시작됐다. 감시정이 배 옆 부분에 다다르자 대원들은 전광석화처럼 사다리에 몸을 실었다. 헛디디면 바로 시퍼런 바다. 신기하게도 그들의 발은 사다리에 착착 달라붙었다. 마치 자석이 쇠에 붙는 것처럼.

    가장 먼저 ‘침투’한 곳은 선장실. 강 반장이 ‘항해(경유지 포함) 메모(Voyage Memo)’와 ‘선원 명단(Crew List)’, 선용품신고서 등 기초 서류를 점검했다.

    강 반장 : “따로 신고할 물품 있나요?”

    선장 : “노트북 정도 있습니다.”

    대원 : “총기는 없죠? 창고 확인 좀 하겠습니다.”

    선장 : “그런 것 없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몇몇 대원은 선박 창고로 향했다. 밀수품, 총기, 마약류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창고를 확인하러 가는 동안에도 대원들의 눈은 선원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선원 중에는 미얀마 국적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감’이 와요.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외국인 선원이 있으면 분명 숨겨야 할 뭔가가 있는 거죠.”

    강 반장이 귀띔한다. 대원들은 비좁은 기관실과 바닥, 연료 탱크 등을 샅샅이 살폈다.

    “좁은 기관실 안에 고철을 쌓아둔 곳이나 기름 묻은 더러운 바닥 밑에 금괴 같은 밀수품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연료 탱크를 이중창으로 만들어놓은 곳도 의심스럽죠. 뜯어보면 인삼, 산삼 냄새가 살며시 올라오기도 해요. 뱀 밀수를 많이 한 배는 뱀 냄새가 배어 있어 적발되는 경우도 있죠.”

    30분간의 수색이 끝나자 ‘상황 끝’. 대원들은 서로 격려하며 다시 감시정에 올랐다. 감시정의 밀수 단속은 항만세관의 원초적 임무. 그러나 최근 들어 선원 밀수나 선박과 선박을 이용한 ‘분선 밀수’가 급격히 줄면서 단속 업무보다는 입·출항을 돕거나 우범성 선박을 감시하는 활동의 비중이 커졌다고 한다.

    초짜 마약밀수범  ‘개코’에 두 손 들었다

    세관 감시정은 하루 수차례 특정 무역선의 입출항 수속과 검색을 실시한다.

    2004년 30억원에 들여온 50t급 304호 감시정은 물을 뿜어 추진력을 얻는 워터제트 방식. 배 아래쪽에 스크루가 없어 최대 35노트의 빠른 속도로 어망을 타고 넘어갈 수도 있다. 인천본부세관은 3척의 감시정을 보유하고 있다.

    [땅길 | 부두 지키는 49개 눈 개미도 얼씬 못해!]

    “△△구역 선박 부근, □□□□번호 차량 카메라 확대해서 잡아보세요.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배로 들락날락….”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와도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인천본부세관 종합상황실의 49대 폐쇄회로(CCTV)는 인천 내항, 국제항, 남항의 49개 접안 시설을 24시간 감시한다. 뭔가 미심쩍었던지, 한 직원이 부두를 잡고 있던 화면을 확대해 중앙 모니터로 이동시켰다. 종합상황실의 모니터에는 마치 방송국 조정실처럼 항만 곳곳의 상황이 비쳤고, 자동차 번호판까지 식별할 수 있었다.

    “종합상황실에서는 선원들이 외부 인원이나 차량과 연계해 숨겨 들어온 밀수품을 반출하는 등의 이상행동을 하는지 감시합니다. 24시간 모든 항만을 예의주시하죠. 밀수 정황이 포착되면 곧바로 세관 기동반에 통보하고, 현장에서 밀수범을 검거합니다.”

    ‘지나가면 다 찍힌다’… 10억원짜리 X-레이 車

    인천본부세관 문미호 공보담당의 설명이다. 2007년 5월에는 컨테이너 차량이 출구로 가지 않고 정박해 있던 화객선(화물과 여객을 함께 수송하는 배) 안으로 순식간에 진입하는 모습을 발견한 뒤 그 자리에서 명품시계 밀수업자를 검거했다고 한다. CCTV는 건물이나 장애물에 가려진 사각지대도 정밀하게 포착한다. 2007년에는 2부두 27번석 부근의 사각지대에서 누군가 몰래 종이상자 위에 놓아둔 독일제 권총 1정과 실탄 100발을 발견해 압수했다.

    이런 전례가 있기에 종합상황실 직원들은 항만 안으로 들어온 외부 차량이 업무를 보고 다시 출입문을 통과할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것이다.

    “○○번 정박 선박, ‘커튼 치기’ 유의 바람, 컨테이너 문 쪽의 ‘실루엣’만 보고 밀수 유무 판단하지 말고 내부까지 필히 확인 요망….”

    ‘커튼 치기’란 커튼을 쳐서 가리는 것처럼, 컨테이너 문 앞쪽에는 정상적인 물품을 배치하고 뒤쪽에는 밀수품을 숨겨놓는 가장 대표적인 밀수 수법을 가리키는 은어. 유심히 동태를 살피는 인천본부세관 화물검사과 직원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이 수입업체는 이미 한 차례 밀수 적발 전력이 있었다. 엄격한 통관을 거쳤지만 밀수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최근 밀수는 이처럼 컨테이너를 이용한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사람이 직접 물건을 갖고 개별 통관을 시도하면 여지없이 검색대에서 적발되기 때문이죠.”

    컨테이너는 장시간 대기를 막기 위해 물품 봉인을 뜯지 않은 상황에서 서류검사 위주로 검색하는 등 절차가 간소하기 때문에 밀수업자의 유혹이 특히 많다고 한다. 하지만 세관은 이런 노림수를 역이용하고 있다. 인천본부세관의 경우, 컨테이너 이동 X-레이 검색 차량을 배치해 수시로 가동하고 있다. 무작위로 하선된 컨테이너의 내부를 관찰하는 것. 세관이 10억원을 들여 구입한 X-레이 검색 차량은 기자가 방문한 날도 항만을 돌며 검색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X-레이 검사 결과 독특한 모습의 형체가 보이거나 물건 안에 또 다른 물건이 들어 있는 경우, 즉시 해당 컨테이너를 집중 수색한다. 최근 조수기(해수를 담수로 바꾸는 기기) 수입업자가 물탱크 안에 비닐 팩으로 압축한 고추 28억원어치를 숨겨 들여오다 적발된 것도 기둥 모양의 비닐팩이 X-레이 검색 차량에 고스란히 찍혔기 때문이다.

    밀수품을 효과적으로 추적하기 위해서는 갖가지 밀수 방법과 밀수조직 및 업체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입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밀수에 한 번 성공한 업체는 거의 100% 상습 밀수조직이 됩니다. 이런 업체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법인까지 세탁하죠. 따라서 회사명을 자주 바꾸거나 본점 주소를 수시로 변경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문 공보담당은 “세관은 나름대로 축적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밀수업자를 추적하는데,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밀수업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적은 늘 내부에 있다고 하잖아요. 밀수조직 내에도 다툼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제보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세관은 밀수 제보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한다. 제보 내용의 수준과 신빙성을 기준으로 컨테이너당 500만~600만원을 받아간 제보자도 있다. 마약은 1억원까지 포상금이 책정돼 있다.

    초짜 마약밀수범  ‘개코’에 두 손 들었다

    1 감시관실 손영택 정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감시정 내에서 검색을 실시하는 선박의 위치를 지도로 확인하고 있다.<br> 2 무역선 입·출항 수속과 선박 점검을 위해 세관 감시정이 출동했다. <br>3 인천본부세관 감시관실 강진광 반장이 강한 바람을 뚫고 배에 오르고 있다.<bR>4 감시관실 직원들은 선장에게서 각종 신고서와 선원명단을 받은 뒤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bR>5 선원들의 밀수품 은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선박 내부 곳곳을 살핀다.

    인천공항 밀수 百態

    앵무새 수입 금지되자 알 들여와


    초짜 마약밀수범  ‘개코’에 두 손 들었다

    인천공항세관이 적발한 ‘밀수’ 앵무새 알.

    한 해 약 1300만명이 입국하는 인천국제공항. 입국자가 많은 만큼 세관원조차 깜짝 놀랄 만한 밀수사건도 가지가지다.

    2006년 2월에는 200여 개의 중국산 짝퉁시계를 복대에 찬 채 밀수하려던 50대 일당 3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중국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불가리 39개, 롤렉스 33개 등 명품 짝퉁시계와 시곗줄을 복대에 차고 들어오다 적발됐다.

    지난해 5월 카타르 도하발(發) 카타르항공 QR820기 기탁수하물에서는 대마초 14kg(시가 1억4000만원)이 발견됐다. 대마 냄새를 차단하기 위해 종이, 은박지, 비닐 등으로 겹겹이 싼 뒤 들여오려고 했지만 X-레이 감시를 피하지 못했다.

    6월에는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국가인 태국에서 앵무새 알을 밀반입하려던 강모(30) 씨가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강씨는 앵무새 수입이 금지되자 태국에서 앵무새 알 97개(300만원 상당)를 구입해 자신의 집에서 부화시킨 뒤 인터넷 동호인들에게 판매하려 했다. 앞서 1월에도 앵무새 56마리와 조류 알 162개를 밀반입하려던 조모(34) 씨가 적발되는 등 최근 젊은 층에서 앵무새 밀반입이 부쩍 늘었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인천본부세관 압수 물품 창고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초짜 마약밀수범  ‘개코’에 두 손 들었다
    위조·밀수품, 세관 기준을 초과해 인천본부세관에 압수된 물품은 그야말로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공항보다 검색 절차가 간소하다는 점, 그리고 ‘짝퉁 천국’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때문이다. 보따리 상인과 업자들의 밀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한 요인이다.

    750㎡ 규모의 인천본부세관 1, 2창고에는 통관 과정에서 적발된 각종 짝퉁, 밀수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압수 물품은 모두 종이상자에 담겨 보관되는데, 상자 정면에는 물건을 들여온 당사자 혹은 피의자 이름, 사건 처리 현황 등이 적혀 있다. 법원 처분을 받은 물품 박스에는 ‘폐기 예정’이라고 표시돼 있다. 창고 일일 현황판에 기록된 총 압수 건수는 163건, 물품 금액은 1387억원.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전국 세관의 압수 물품 집계 실적의 55% 정도가 이곳에서 처리된 것이라고 한다.

    젊은 층과 산악인이 선호하는 N사의 위조 점퍼는 노점상 잡화 취급을 받을 만큼 곳곳에 쌓여 있다. 대부분 몇백 점씩 중국에서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된 물건들이라고 한다. 큼지막한 상자를 뜯어내니 짝퉁 시계가 우르르 쏟아졌다. 롤렉스, 까르띠에, 불가리 등 초고가 명품시계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잡한 세공술을 확인할 수 있다. 문 공보담당은 “통관에서 적발된 밀수 시계의 경우 누구나 가짜임을 판별할 수 있는 ‘B급 짝퉁’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최근 대표적인 밀수거래 품목으로 부상한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는 대량 적발돼 폐기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다. 진품처럼 1정씩 포장된 제품과 수십 정씩 비닐에 담겨 포장된 제품 등이 수두룩하다.

    최근 인천본부세관은 중국산 비아그라 40만 정을 들여오려던 일당을 적발했다. 진품 가격 기준으로 50억원 상당. 밀수조직은 조명기구를 수입하는 것처럼 위장해 물건을 들여오려다 통관에서 적발됐다. 이들은 중국산 비아그라를 국내에서 진품으로 위장해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포장용기, 설명서, 종이상자까지 대량 반입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관련된 물건들도 압수물 창고에서 만날 수 있었다. 드라마 주인공 ‘F4’와 금잔디의 사진을 활용한 열쇠고리, 스티커 등 갖가지 액세서리 용품들이었다. 동방신기 등 유명 연예인의 캐릭터 위조품도 쌓여 있었다. 문 공보담당은 “국내 연예인 사진을 도용한 가짜 중국산 캐릭터 상품이 얼마나 많은지, 실제 저작권자나 상표권자는 제작을 포기했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보따리상들이 초과 반입한 중국산 검은콩, 녹두, 깨, 메밀 등 농산물도 압수물 창고의 ‘터줏대감’이다. 중국산 장뇌삼은 압수 즉시 창고 냉장고에 보관된다. 창고 한쪽에 있는 무릎담요와 원단도 눈에 띄었다. 담요는 8250장, 원단은 430야드(약 390m)가 압수됐다. 버버리, 구찌 등과 비슷한 문양이 새겨진 위조품이다. 중국산 짝퉁 문화상품권도 압수돼 있었지만 피의자가 지명 수배된 상태라 폐기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 공보담당은 “압수품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한 달에 1~2차례 폐기물 업체에 의뢰해 폐기한다. 1t당 폐기 비용이 10만원 정도라 연간 수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상품가치가 있는 물건은 경매에 내놓고, 일부 의류는 브랜드업체와 상의해 브랜드 상표를 뗀 뒤 양로원 등에 기증한다. 총기 관련 압수 물품은 국가정보원, 항만청 등과 합동심사위원회를 열어 처리 방법을 결정한다.

    관세청 ‘개코’ 훈련소의 마약탐지견들

    배고픔, 테스트, 낙제, 보충수업 …‘취업’보다 어려운 혹독한 훈련


    초짜 마약밀수범  ‘개코’에 두 손 들었다
    세관 등에서 활동 중인 관세청 소속 마약탐지견은 39마리. 모두 관세청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훈련센터 출신이다. 탐지견 대부분은 활동적이고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캐나다산(産) 래브라도 레트리버종(種). 39마리 중 38마리가 이 종이다. 나머지 1마리는 스프링거 스파닐종.

    ‘개코’가 되기 위해 탐지견들은 어릴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생후 3개월 미만인 유견(乳犬) 때부터 1년 미만의 자견(子犬) 때까지 48주 동안 △환경 적응과 대인친화 훈련 △지능개발 및 소유욕, 집중력 개발 △탐지능력 개발 훈련을 거친다.

    1년이 지나 성견이 되면 본격적인 탐지교육 코스를 밟는다. 16주간의 훈련 중 14주는 마약류 인지 훈련, 숙달 훈련을 반복한다. 이때 탐지견들은 대마, 헤시시, 코카인, 필로폰, 헤로인, 아편, 엑스터시(MDMA) 등 7종의 마약을 인지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나머지 2주는 현장 훈련과 최종 테스트 기간. 관세청 국경관리연수원 박동민 반장이 말하는 탐지견 훈련 과정은 흡사 바늘구멍 같은 대기업 ‘취업전쟁’을 연상시킨다.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한 탐지견 후보 가운데 33~38%가 테스트에 합격해 마약탐지견으로서 정식 활동을 하게 됩니다. 보통 두 살 때 탐지견이 돼 5~6년간 활동하며, 이때는 ‘본능’까지 이겨내야 합니다. 그래서 매일 저녁 한 끼(사료)만 줍니다. 포만감이 있으면 일을 못하기 때문이죠. 약간 배고픔을 느낄 정도의 양을 저녁에만 주는 겁니다. 탐지견이 됐어도 1년에 한 번씩 치르는 수행평가에서 낙제하면 3주간 ‘보충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탐지견들은 8세가 되면 ‘은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탐지견훈련센터는 매년 수급 계획에 따라 탐지견 교배를 통해 새 생명을 얻는다. 1년에 7~8두가 태어나며, 지난해에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병천 교수의 주도로 탐지 능력이 우수한 수컷 복제견 7마리를 얻는 데 성공했다. 마약탐지 요원들에게 탐지견은 동료나 다름없다.“탐지견이 은퇴할 때까지 약 7년간 함께 일한다고 생각해보세요. ‘투캅스’가 따로 없죠. 탐지견이 아프면 요원들도 따라 아파요. 은퇴하면 보통 직원들에게 분양돼 집에서 지내게 됩니다.”

    생후 1년간 탐지견 한 마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200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탐지견의 이름은 요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마약을 찾아내는 ‘큰일’을 하고도 더미 하나 입에 물고 마냥 행복해하는 마약탐지견들. 그들의 코가 더욱 빛난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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