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3

2009.02.17

81세, 10차례 리디자인 … 가장 귀여운 친구

  •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문화예술콘텐츠 대학원 교학주임 교수 htank@sejong.ac.kr

    입력2009-02-11 1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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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세, 10차례 리디자인 … 가장 귀여운 친구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동물 가운데 하나가 쥐다. 그런데 월트 디즈니는 왜 대부분의 사람이 싫어하는 쥐를 캐릭터로 만들었을까?

    사실 디즈니가 만든 최초의 캐릭터는 뚱뚱한 토끼 ‘오스왈드’였다. 그는 이 캐릭터로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제작해 큰 인기를 모았으나, 경험 부족과 관리 소홀로 배급을 맡은 영화사에 저작권을 빼앗기고 만다. 이 사건을 통해 디즈니는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배웠다. 하나는 좋은 캐릭터를 창조하면 애니메이션 제작, 연관 상품 판매 등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캐릭터의 저작권을 지키려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쥐’를 캐릭터의 모체로 삼아 ‘미키마우스’를 창조한 것은 아마 누구도 쉽게 만들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1928년 등장한 미키마우스는 그렇게 실패와 좌절의 경험을 딛고 탄생했다. 세계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의 성공 이후 미키마우스 애니메이션은 MM(Mickey Mouse) 시리즈로 불리며 1만 편 이상 제작됐고 월트 디즈니사의 대표 캐릭터로 떠올랐다. 그 사이 미키마우스의 외모는 진화를 거듭했다. 처음에는 눈이 작고 팔다리도 실처럼 가는 모양이었지만, 10여 차례 디자인 리모델링을 통해 지금처럼 귀엽고 친근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작은 원 2개와 큰 원 1개로 축약된 미키마우스 이미지 디자인은 귀금속 디자인과 명품 디자인에도 널리 사용될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키마우스는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곳곳에 잠재 이미지로 숨어 있기도 하다. ‘라이언 킹’에 등장하는 지평선 너머의 구름, ‘인어공주’의 산호초, ‘알라딘’의 양탄자 등은 모두 축약된 미키마우스 이미지를 하고 있다. 관객들은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수십 편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반복적으로 미키마우스 이미지를 접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이 캐릭터에 친숙해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월트 디즈니사 전체에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캐릭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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