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1

2009.01.27

불명예 퇴진 세 번째 전철 밟나

한상률 국세청장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01-19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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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명예 퇴진 세 번째 전철 밟나
    노무현 정부 시절, 국세청 ‘이주성 청장-전군표 차장-한상률 조사국장’ 라인은 정권이 사활을 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최선봉에 섰다. 국세청 내에서는 이들을 ‘환상의 삼각 트리오’라 불렀다고 한다. 이들 세 사람은 노무현 정부 때 차례대로 국세청장에 올랐다. 그 대미를 장식한 사람이 노 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 취임한 한상률(56·사진) 청장이다.

    요즘 그가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청장직에서 물러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자칫하면 전직 청장들처럼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을지도 모를 상황에 직면했다.

    한 청장이 걸어온 길은 여러 면에서 전군표 전 청장과 닮았다. 전 전 청장이 차장 때 이주성 당시 청장이 갖가지 의혹에 휘말려 물러나면서 청장에 오른 것처럼, 한 청장도 차장으로 있다가 전 전 청장이 비리 혐의로 불명예 퇴직하자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뿐 아니다. 2003년 전 전 청장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일 때 한 청장은 조사4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1년여 동안 함께 일했다. 그러다 1년 후인 2004년 7월 전 전 청장이 국세청 조사국장을 거쳐 2005년 3월 국세청 차장으로 승진하자, 한 청장은 곧바로 조사국장에 올랐다. 다시 전 전 청장이 2006년 7월 청장에 오르자마자 한 청장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사람 사이가 그만큼 가까웠다는 것.

    두 사람은 행시 1기수 선후배이기도 하다. 전 전 청장이 행시 20회, 한 청장이 21회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강원도 삼척 출신인 전 전 청장과 충남 서산 출신인 한 청장이 그동안 권력의 향배에 따라 청장을 도맡으며 국세청의 주류를 형성했던 영·호남 출신이 아니라는 점도 서로를 가깝게 한 요인이었을 것으로 본다. 때문에 최근 두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학동마을’ 그림 상납 의혹에 대해 국세청 내부에서는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국세청처럼 폐쇄적인 조직은 상급자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린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구설에 오르거나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는 등 허점을 드러내면 조직 내 잠재적인 적들이 앞다퉈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지금은 한 청장이 타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정치적인 사람이어서 자기를 위해 여러 사람을 이용한다’든가 ‘조직 관리는 철저한 반면 선후배로부터 신뢰는 부족하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 그래서인지 국세청 내에서는 한 청장 쪽에서 이번 파문의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 듯하다.

    더욱이 경북 경주에서 이상득 의원과 친분이 있는 포항지역 기업인, 한나라당 의원 등과 골프를 치고, 대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가 포함된 지역 유지들과 식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 청장은 코너에 몰렸다. 과연 그도 구속된 두 명의 전직 국세청장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인지, 향후 검찰의 수사 여부와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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