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7

2008.05.27

프랑스 프로방스 한번 들르면 영원히 살고픈 佛 최고의 전원 풍경

  • 입력2008-05-21 1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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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프로방스 한번 들르면 영원히 살고픈 佛 최고의 전원 풍경

    라벤더가 흐드러지게 핀 들판 위 언덕으로 프로방스의 시골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남프랑스로 떠난 이는 많았다. 마네, 고흐, 고갱 등 도시생활에 지친 많은 예술가들은 프랑스 남쪽으로 철새처럼 이동했다. 프로방스는 예술가들의 가슴을 데워주며 그렇게 연인이 되었다.

    세잔, 피카소, 르누아르, 알퐁스 도데, 에밀 졸라, 알베르 카뮈….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Provence)를 사랑한 예술가는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최근에도 프로방스행(行)을 결심한 사람이 또 있다. ‘노튼 3부작’으로 불리는 세 권의 책 ‘파리에 간 고양이’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의 저자이자 세계적 출판사 랜덤하우스의 편집장인 피터 게더스가 바로 그다.

    희고 긴 수염이 얼굴에 가득한 이 부드러운 용모의 사내는 자신의 스코티시 폴드종(種) 고양이를 위해 뉴욕 생활을 청산하고 프로방스로 날아갔다. 프로방스에 당도한 많은 이가 그랬듯, 이곳에서 게더스는 느리고 게으르되 여유롭고 충만한 삶을 살았다. 한 해 동안 300일 넘게 볕이 드는 날씨와 수많은 예술가의 날선 감성을 따뜻하게 보듬은 시골의 서정, 어디를 가든 지천으로 펼쳐진 산과 바다, 오솔길과 포도나무는 뉴요커와 뉴욕 고양이의 일상을 한 박자 느리게 만들었다.

    나 역시 프로방스에 정착하고 싶었다. 오지여행 사진작가 이해선의 ‘울지 마 자밀라’의 자밀라가 말했듯, ‘원수 같은’ 돈문제만 아니라면 1년이고 10년이고 이곳에 눌러앉고 싶었다. 밭고랑을 따라 늘어선 포플러나무, 시원하게 열린 파란 하늘, 돌벽으로 지은 집들을 보고 과연 누가 이곳에서의 생활을 거부할 수 있을까.

    프랑스 프로방스 한번 들르면 영원히 살고픈 佛 최고의 전원 풍경

    프로방스에서는 2, 3일에 한 번씩 재래시장이 열려 이 지역에서 난 채소며 과일 등이 거래된다.

    프로방스에서는 시간이 차분하게 흐른다. 산책을 하며 라벤더를 보고, 볕을 쬐고, 동네 무화과나무를 보는 것이 프로방스를 가장 잘 느끼는 방법이다. 재래시장 마실은 그중에서도 꼭 한 번 해봐야 할 프로방스식 여행법이다. 프로방스에서는 2, 3일에 한 번씩 재래시장이 열린다. 그 가운데 가장 프로방스다운 풍경 중 하나가 아비뇽 인근에 있는 일 쉬르 라 소르그(L’Isle sur la Sorgue) 시장이다.



    시장에서는 프로방스의 ‘자연’이 모두 거래된다. 상추와 치커리, 제철과일은 물론 갖가지 향료로 절인 올리브, 라벤더와 오렌지 꽃으로 만든 사탕과 비누, 베네치아의 티라미스만큼 유명한 프로방스의 허브, 로즈메리와 월계수 잎이 그려진 각종 염색 천, 수공예로 만든 지갑과 백, 오래전부터 사용된 각종 집기 등 프로방스 스타일을 입은 물건들이 가득하다. 프로방스로 날아간 피터 게더스 역시 이렇듯 소박한 재래시장에서 고양이를 옆에 끼고 느릿느릿 한량걸음을 했으리라 생각하니 ‘시장 기행’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진다.

    인상적인 것은 그렇게 활발하던 시장 분위기가 정오만 되면 뚝 멈춘다는 점이다. 프로방스 사람들은 여유롭게 식사하는 시간을 지상 최고의 행복한 순간으로 여긴다. 식사 시간이 되면 모든 상인과 손님들은 각자 밥을 먹으러 간다.

    여행객이라고 점심을 거를 수는 없는 법. 시장 인근에 있는 최고의 레스토랑인 카페 플뢰르(Fleurs)를 찾아가자. 수많은 꽃과 항아리, 액자와 천, 나무로 둘러싸인 전망 좋은 카페다. 크림 위에 시럽을 얹어 구운 크렘 브륄레, 구운 돼지고기와 감자요리 등 소박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프로방스 요리가 가득하다.

    프로방스는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은 곳’으로 자주 꼽힌다. 수년 전에는 프로방스에 세컨드 하우스를 갖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축축한 마음을 덥히는 햇살, 맛난 음식, 라벤더 가득한 보랏빛 들판, 질 좋은 와인, 인심 좋은 사람들은 도시인을 프로방스로 불러들인다. 전원에 파묻혀보지 않으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충만한지 깨닫지 못하는 법. 만약 당신의 오늘이 온통 회색이라면 프로방스로 날아가볼 것을 권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프로방스 속 별장

    프로방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소 고르기다. 이곳 여행은 명소를 찾아 부지런히 ‘발도장’을 찍는 게 아니라, 지친 영혼을 잠시 부려놓고 느긋하게 심신을 충전하는 것이므로 무엇보다 ‘둥지’를 잘 골라야 한다.

    추천 숙소는 아비뇽 인근 코트뒤론 마을에 있는 ‘앙드레 · 쉬피 뒤라스 빌라(Andre · Supy Dulas Villa)’. 드넓은 포도농장의 품에 안긴 이 펜션은 한국인 아내와 프랑스인 남편이 운영하는 곳이다. 대나무방 장미방 능수화방 미모사방 등 프로방스 자연에서 이름을 따온 4개의 객실이 있는데, 모두 그 자체로 목가적이고 자연적인 프로방스 스타일을 뽐낸다. 아침식사로는 갓 구운 잡곡빵과 함께 밤꿀 아카시아꿀 라벤더꿀 등으로 만든 잼이 나오는데, 물론 인근 지역에서 나온 재료들로 만든 것이다. 제육볶음과 고추전, 상추쌈, 오징어튀김 등 한국음식이 저녁으로 제공된다. 에어프랑스에서 근무하다 남편과 함께 코트뒤론에 정착한 안주인 소정섭 씨는 말한다.

    프랑스 프로방스 한번 들르면 영원히 살고픈 佛 최고의 전원 풍경

    프로방스 스타일의 앙드레 펜션에서는 한국음식을 맛볼 수 있다(왼쪽).프로방스 민속의상을 입은 여인들.

    “프로방스의 로망이 어떤 것인지 처음엔 잘 몰랐는데 밤하늘을 보니 알겠더군요. 여름 밤이면 별이 얼마나 많이 뜨는지 몰라요. 또 밤바람에는 라벤더와 아카시아 꽃의 은은한 향이 담겨 있어요. 정말 황홀하죠.”

    프랑스 프로방스 한번 들르면 영원히 살고픈 佛 최고의 전원 풍경
    요리 공작소 ‘오베르주 드 라 퐁텐’

    프랑스 정부에서 선정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들’ 중 하나인 브나스크(Venasque). 이 마을에 자리한 오베르주 드 라 퐁텐(Auberge de la Fontaine)은 ‘프로방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게’라고 스스로를 부른다. 프로방스의 태양만큼이나 유명한 프로방스 요리를 배울 수 있다는 게 첫째 이유고, 더불어 숙박까지 가능하다는 게 둘째 이유다.

    아비뇽에서 벌어지는 세계적 연극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의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는 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겸 호텔은 프로방스 요리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1인당 80유로). 이곳 주인이자 셰프인 예순여섯 살의 M. 소엘케(M. Soelkhe) 씨는 요리 경력 30년을 자랑한다. 요리수업은 그의 주방에서 진행된다. 요리 중간중간 그가 전하는 프로방스식 요리법의 핵심을 정리하면 이렇다.

    프랑스 프로방스 한번 들르면 영원히 살고픈 佛 최고의 전원 풍경

    오베르주 드 라 퐁텐의 주인 소엘케 씨와 그의 주방.

    “버터와 육류 대신 올리브유와 해산물, 채소를 듬뿍 사용하는 것이 프로방스 요리의 특징이다. 따라서 재료 간의 궁합을 아는 것이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과제다. 예를 들어 마늘을 익힐 때 토마토를 함께 넣으면 마늘이 물컹거리지 않는다. 토마토의 신맛이 마늘을 물컹거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샐러드용 채소를 소금에 절일 때는 한 종류씩 따로 간을 해야 한다. 각각의 채소마다 염분을 흡수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강낭콩 줄기의 경우 한쪽 끝을 잘라 3~4시간 물에 담가두면 훨씬 싱싱해진다….”

    두 시간 넘게 요리를 배우며 식재료에 얽힌 프로방스의 옛날이야기, 북아프리카 태국 베네수엘라 등 세계 각지를 돌았던 소엘케 씨의 청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크다. 샤프란 리조토와 해물 파스타를 메인 요리로 한 요리강습 후의 식사 또한 더없이 훌륭하다.

    오베르주 드 라 퐁텐에서의 하룻밤도 즐거운 경험. 레스토랑 위층에 잠자리가 마련돼 있는데, 돌로 만든 견고한 외벽 안에는 프로방스의 소박한 멋을 훌쩍 뛰어넘는 ‘디자인 객실’이 자리해 있다.

    여행 정보

    How to Go 인천공항에서 파리의 샤를드골공항까지는 약 11시간이 소요되는데 에어프랑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프로방스까지는 테제베(TGV)를 이용, 파리 리옹역에서 아비뇽까지 간 다음(2시간40분 소요) 택시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르다.

    앙드레 펜션 픽업을 요청하면 편리하게 닿을 수 있다. 주인이 한국인이므로 전화로 상세한 위치를 안내받을 수도 있다. 주소 Andre & Supy Dulas Villa Thebaide 250 rue Albert Camus 30290 Laudun France 홈페이지 www.villathebaide.com 문의 (33) 4 6679 2382

    오베르주 드 라 퐁텐 구불구불한 비탈길에 자리해 찾기 쉽지 않으므로 대중교통보다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객실에 주방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Place de la Fontaine, 84210 Venasque 홈페이지 www.auberge-lafontaine.com 문의 (33) 4 9066 0296

    카페 플뢰르 일 쉬르 라 소르그 시장을 둘러본 뒤 식사하기에 좋은 곳이다. 주소 9 Rue Theodore Aubanel, 84800 L’Isie sur la Sorgue 문의 (33) 4 9020 6694

    기타 프로방스 여행에 관한 상세 정보는 프랑스관광청(kr.franceguide.com), 프로방스 알프스 코트다쥐르 관광청(www.discover-southoffrance.com) 등에서 얻을 수 있다. 문의 프랑스관광청 02-776-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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