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5

2008.05.13

소중한 문화재 지키기 행동하는 주부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05-08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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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문화재 지키기 행동하는 주부
    시민단체 ‘예올’의 정소영(48) 부회장은 지난 며칠간 서울 종로구청에 몇 번이나 전화를 했는지 모른다. 5월9일 종로구 사직동 사직공원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KBS 전국노래자랑의 녹화장소를 바꾸기 위해서다. 그를 비롯한 예올 회원들, 문화연대, 궁궐지킴이 등의 노력으로 종로구청은 전국노래자랑의 녹화장소를 경희궁 옆 공터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전통이 많이 사라진 요즘이라 해도 조상의 묘 앞에서, 제사를 지내는 사당 앞에서 잔치를 벌이진 않습니다. 종로구청이 늦게나마 사직공원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여는 것을 취소해 다행입니다.”

    1남1녀를 둔 평범한 주부였던 정 부회장은 7년 전부터 서울 사직단의 복원을 위해 애쓰는 시민단체 예올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의 이름은 소설가 윤후명 씨가 “예로부터 내려오는 아름다운 것들을 올곧게 지키자”는 의미로 지어줬다고. 2001년 11월 설립된 예올은 사직단 명칭 찾아주기, 사직제 의미 알리기, 원형복원 관련 연구 지원 등의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내 문화재를 알리는 교육 활동도 진행 중이다. 정 부회장은 “서울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 소중한 문화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내는 게 안타까웠다”며 “외국인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도록 우리 문화재를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사직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일은 삼국시대 이래로 중요한 국가적 행사였다. 임금이 직접 백성의 살림살이가 풍족해지도록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이 바로 사직단이었던 것. 태조 이성계는 조선이 건국된 직후부터 궁궐, 종묘와 함께 사직을 모실 땅을 찾았고,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이듬해인 1395년 지금의 사직동 터에 사직단을 지었다. 정 부회장은 “임진왜란으로 피란 갈 때 선조가 가장 먼저 챙긴 것이 사직과 종묘의 신주였을 정도로 사직단은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역사적 의미를 가진 곳에서 행사를 벌이려 했다가 취소된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정 부회장은 종로구청이 경희궁 옆 공터를 대체장소로 정한 사실이 그다지 반갑지 않은 눈치다. 그는 문화재에 대한 공공기관의 관심 부족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나마 경희궁과 거리가 떨어진 공터이기 때문에 종로구청의 결정을 수용했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는 문화재를 고려한 행사장소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예전부터 아무 문제 없이 문화재 근처에서 행사를 열었는데 왜 이제 와서 문제 삼느냐고도 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겁니다. 잘못된 것은 교육을 통해 고쳐야 하고요. 문화재에 대한 교육은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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