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4

2008.05.06

지금 강북은 한 덩어리 뉴타운

총선 후 고삐 풀려 이미 오를 만큼 올라… 신도시 트로이카 ‘강남의 반격’ 예정된 수순?

  • 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입력2008-04-28 1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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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강북은 한 덩어리 뉴타운

    뉴타운 개발이 지정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빌라촌.

    강북은 살기 좋은 곳이야.” “왜?”

    “싸니까!”

    이랬던 지난 7년간의 서울지역 부동산 공식이 뒤바뀌고 있다. ‘파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은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은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강북 소형평수 전성시대’다.

    지난해 11월21일 건설교통부의 서울 창동차량기지 이전 승인으로 창동역과 노원역을 중심으로 급발진한 소형아파트 값은 도봉 강북 중랑구까지 들어올리고 있다. 사실 한강 이북 지역은 대통령선거 전부터 파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확성기에 대고 틀어댄 ‘뉴타운 공약’으로 기대감이 부풀어진 상태다. 개발 중이거나 구역 지정된 뉴타운 및 촉진지구 35곳과 4차 뉴타운 후보로 거론되는 25곳 등 총 60여 지역이 들썩인다.

    강남의 주택소유자들은 ‘공약’대로 ‘순차적인 규제완화’를 빨리 시행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고, 강북 주택소유자들은 선거공약대로 구도심 재개발사업이 동네 곳곳마다 벌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강북 전체가 한 덩어리의 거대한 뉴타운인 셈이다. 한마디로 ‘동상이몽(同牀異夢)’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 2008년 봄, 서울의 하늘 밑이다.



    지금 강북은 한 덩어리 뉴타운

    서울 노원구의 한 중개업소.

    발화지점, 노원역과 창동역

    노원역은 지하철 7호선과 4호선이 교차하는 서울 동북부 지역 최대 상권이다. 화려하나 씀씀이는 약한 곳. 최근에야 조금 떨어진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스타벅스가 들어왔다. 소형평수 주공아파트 밀집지역인 노원역 주변 아파트들이 지난해 초부터 무려 70%나 올랐다. 56㎡(17평형) 1억8000만원짜리 아파트는 2억5000만원이 되고 79㎡(24평형) 2억3000만원짜리 아파트는 3억3000만원이 됐다.

    중개업소 P 사장은 밀어닥치는 손님에게 망설임 없이 ‘브리핑 매뉴얼’을 만들어놓았다. 일단 손님이 들어오면 이 ‘안테나 볼펜’을 뽑는다. 소파에 손님을 앉혀놓고 벽면의 지도를 가리키면서 브리핑을 시작한다.

    “자, 노원역 창동차량기지 이전합니다. 면허시험장도 같이 옮길 겁니다. 노원의 중심에 7만~8만평 땅이 생겨나는 겁니다. 창동기지에 120층 들어올 겁니다. 왜 안 믿어지십니까? 노원도 가능합니다. 당고개역 일대 상계뉴타운 지정됐죠? 수락산역 서울외곽순환도로 개통했습니다. 당현천 공사하는 것 보이시죠? 제2 청계천이 됩니다.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경전철이 들어옵니다. 왕십리까지 연결됩니다. 그곳에서 뚝섬 지나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선릉역 거쳐 분당, 죽전역까지 갈 수 있습니다. 노원 아파트 값은 이제 시작입니다. 17평형이 4억 갈 겁니다. 강남의 70%가 적정가격입니다….”

    창동역은 1호선과 4호선의 환승역이다. 민자역사 개발과 차량기지 이전으로 들썩이는 곳이다. 이마트와 하나로마트 등 유통시설이 밀집돼 있을 뿐 아니라, 창동역을 둘러싸고 13만명이 거주하는 매머드 아파트타운이다. 몇 번이나 시공사가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창동민자역사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을 시작해 본격적인 활기를 띠면서 주변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2010년 8월 완공 예정인 창동민자역사는 지하 2층~지상 11층, 연면적 8만6898㎡의 1500개 점포가 들어서는 메가 쇼핑타운이다. 이곳에는 영화관, 전문식당가, 대형 가전매장, 아웃렛이 들어서 동북부 상권의 이전을 가져오는 시발점이 될 듯하다.

    창동역은 노원역보다는 큰 평수의 아파트가 포진해 있다. 늘 그렇듯이 아파트 값은 대중이 공감할 만한 개발 이슈를 가지고 평지에서부터 출발한다. 그 시작은 교통여건이 우월한 지역일수록 유력하고 아파트 값이 오랫동안 오르지 않아 절망적인 곳일수록 급반등이 잘 먹힌다.

    노원과 창동은 목동 개포동 가양동과 더불어 서울의 몇 안 되는 택지지구 중 하나다. 수요가 늘 넘치는 평평한 택지지구에서 폭등세가 시작된 것은 충분히 있을 법한 사건이기도 하다. 또한 노원은 대치동 목동과 더불어 서울의 3대 교육특별지구다.

    지금 강북은 한 덩어리 뉴타운

    서울 노원구와 도봉구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강북 아파트값의 허와 실

    아파트 값의 상승세는 진행 중이지만 그 끝은 명확히 보인다. 바로 ‘6억원’이다. 당분간 정부는 솟아오르는 아파트 가격 때문에 종합부동산세와 대출 제한을 풀지 못할 것 같고, 강북 아파트도 6억원이 되면 종부세와 대출 제한의 벽에 부딪혀 상승은 멈추고 다음 정책의 처분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결국 전용면적 85㎡(34평형)인 강북 아파트가 6억5000만원 선에서 멈추게 된다면 분당의 아파트 가격이 된다. 무려 60%의 가격차이를 보이던 강남권 아파트 가격의 턱밑까지 따라붙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아파트로 보는 세상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순환매로 차례로 올라주니 기다리면 회복된다. 단, 서울과 수도권만 올라준다는 것이 특별하다면 특별하다. 그 다음 랠리는 어느 곳이 될까? 이번에 오른 강북 아파트 가격이 분당을 누르고 강남구의 70%인 10억원까지 오를 수 있을까? 물론 거기까지는 불가능해 보인다.

    소형평수가 갑자기 오름으로써 강남권의 비슷한 가격으로 갈아타기가 힘든 지역을 바꿔놓을 수 있다. 그 조짐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말부터 3.3㎡당 분양가가 1000만원 이하로는 수도권에서 새 아파트를 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철근 콘크리트 값이 상승했고, 그에 따라 의례적인 반등수준으로 강북 아파트 값도 오를 만큼 올랐다.

    강북이 오르면 시장은 또 빚을 지게 되는 꼴이다. 곧이어 강남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도시 트로이카’인 판교, 광교, 송파의 대규모 공공택지가 입주와 분양을 앞두고 있고 그곳의 도시계획은 솔직히 말해 강북을 압도할 만큼 매력적이다. 상한제에 의해 싼 가격에 분양이 시작되면 ‘쏠림 현상’은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바꿀 태세다.

    강남은 조성된 대지를 바둑판처럼 자르고 짓기만 하면 되는 2기 신도시가 대기 중이다. 심지어 교통망은 자기부상열차가 거론될 정도로 첨단을 달린다. 강북이 강남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결정과 협상과 완성에 걸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프로젝트에 얼마나 시간을 절약할 방안이 나오느냐 하는 것이 새로운 뉴타운이나 매력적인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고 실용적이다.

    지금 강북은 한 덩어리 뉴타운

    뉴타운으로 지정된 서울 상계지구.

    39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 시대

    ‘6억원 이상 규제’라는 공식이 남아 있는 한 강북 중소형 아파트 값은 6억원에 이를 때까지 ‘강북 뉴타운’ 개발공약의 영향을 받을 태세다. 저평가된 곳만을 돌아가면서 ‘북고남저(北高南低)’의 아파트 값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원과 도봉의 소형아파트에서 시작된 아파트 값 상승은 인접한 강북구와 중랑구 동대문구로 퍼지고, 위로는 의정부 양주 동두천까지 파급효과를 만들어낸다. 평수도 조금씩 중대형으로 옮겨간다. 6억원 이하 소형평수, 그리고 평당가 1000만원 이하의 지역에 ‘신(新) 버블 7’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남과 분당, 용인과 평촌의 중대형 아파트가 거래 부족으로 약보합세를 나타내는 데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지금처럼 ‘강북대세론’과 ‘뉴타운 원주민의 이주’가 계속되는 한 강북 집값은 나름대로 매력을 찾아내 꾸역꾸역 올라, 이제 곧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인 평당 1800만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난감한 것은 정부다. 더 내놓을 규제책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공약한 대로 규제를 풀라는 압박을 받는 처지다. 한편으로는 강남권 대비 저평가된 강북도 주거여건과 교통환경 개선의 영향을 받아 적정선까지만 오를 수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번 강북 소형아파트의 폭등은 종전 강남권 아파트 가격상승이나 버블 7과는 달리 부동산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문제는 종래의 아파트 파동과는 달리 특정 지역의 아파트 가격만 올라 위화감이 조성됐으나, 서민 주거지는 가격변동 없이 남겨놓았다는 것이 그나마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실용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마저 ‘폭등지역’에 포함 됐다는 것이다. 작은 주택이 밑에서부터 가격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것은 강남지역 아파트 값 상승보다 큰 사건으로 다가온다. 피해는 당장 수도권 무주택자에게 나타난다. 한 세입자가 자신의 처지를 모 부동산 사이트에 남겨놨다.

    “아버지는 힘없이 공구통을 들고 일을 나가시면서 낡은 등산화의 끈을 맸다. 4명의 가족이 전세로 10년째 살아온 중랑구 신내동 17평 아파트. 거실 1개, 침실 1개, 화장실 1개. 1억2500만원짜리 집은 수개월 만에 1억8500만원이 됐고 집주인은 만기가 되자 전세금을 1000만원 올려달라고 전화했다. 우리 아파트 가격은 2006년 초부터 매달 조금씩 올랐다. 6개월에 250만원씩….

    ‘대형사고’가 터진 것은 지난해 12월 대선 이후부터 몰아친 4개월간의 레이스다. 50% 상승, 아파트 가격 그래프가 수직선을 그리면서 순식간에 올라갔다.

    ‘어이구, 이제 평당 1000만원이 훌쩍 넘었다. 3년치 수입이 넉 달 만에 올라가다니…. 더 원통한 것은 이 동네는 특별히 좋아질 것도 없는데, 밀려서 오르나보다.’

    몇 년 전 강남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부터 조마조마했던 가슴은 이제 나타난 현실에 까맣게 타버렸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탄식을 아프게 받아들인 채 낯선 동네로 싼 전셋집을 찾아나섰다.”

    수요와 공급 균형 무너져

    이번 오름세의 원인은 소형평수에 대한 저평가 인식과 개발계획, 강남 주택임대사업자의 강북 진출, 원자재 값 폭등,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가 적은 3억원 이하 소형아파트에 대한 쏠림 현상 등 여러 가지가 작용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주택 가구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안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전국 가구 수의 약 40%는 전세나 월세를 살고 있고, 소형아파트 값의 폭등은 서민에게는 ‘엄청난 허망함’으로 돌아온다. 늘 피해자는 무주택자이고 집값 상승은 모아지는 돈보다 빨랐다.

    새 정부가 구상한 ‘임대아파트’도 ‘신혼부부 주택’도 아직 구경조차 못해봤다.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고 나면 치솟는 소형아파트 값이 서민들에게 인생 최대의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이래저래 강북에 대한 재평가는 다양한 고민을 서울시민에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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