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9

2008.04.01

[전남 목포-정영식 vs 박지원 vs 이상열] 공천 칼 맞은 2인 명예회복 배수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8-03-26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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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침시간 새벽 1시, 기상시간 새벽 3시.

    낮에 쪽잠으로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지만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일정은 살인적이다. 3월18일에도 그는 전남 목포의 찜질방을 돌면서 새벽을 맞았다. 조기축구 회원들과 항만노조원들은 그의 방문에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대중 대통령님과 민주평화세력이 지켜왔던 우리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켜내겠다.”

    박 전 실장이 밝힌 출마의 변(辯)은 처연했다. “6·15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특사로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을 위해 헌신했다”는 게 그의 토로다.

    박 전 실장으로 상징되는 동교동계는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칼’에 쑥대밭이 됐다. 박 전 실장과 김홍업 의원은 공천심사조차 받지 못했고, 정균환 최고위원도 쓴잔을 들이켰다. 박 전 실장과 김 의원은 비리 전력자 전원 배제 방침에 따라 낙마했으며, 이후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면서 지역을 훑었다.



    동교동계에 대한 호남 민심 어떨까

    옛 민주당의 신중식 채일병 이상열 의원도 공천을 받지 못했다. 목포 현역 이상열 의원은 “지역신문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정일 전 의원(해남·진도·완도), 김정범 변호사(담양·곡성·구례), 신중식 의원(고흥·보성), 강운태 전 의원(광주 남구)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후보와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의 결정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며 표밭갈이를 해온 박 전 실장이 무소속으로 목포 선거에 참여하면서 목포는 박 전 실장, 이 의원, 정영식 전 목포시장(민주당)의 3강 구도가 됐다.

    이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통일을 빌미로 국민의 정부 때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대기업에게서 뒷돈을 받는 등 탈·불법을 자행해 유죄를 선고받은 박 전 실장이 또다시 목포에서 지역 여론을 양분하는 줄 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다”며 박 전 실장을 깎아내린다.

    동교동계의 퇴출은 과연 호남의 민심을 반영한 것일까. 옛 동교동 정치인을 바라보는 호남민들의 시각은 복합적이다. 목포에서 만난 한 택시운전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박지원은 그래도 의리가 있지라. 김대중 선생을 끝까지 배신하지 않았잖소. 한 번은 우리가 밀어줘야 하지 않겠어라.”

    하지만 목포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견해는 달랐다.

    “그래도 민주당을 찍어야제. 동교동은 이제 그만해도 되지라. 근디 목포는 민주당 후보가 겁나 약허요. 결국은 박 전 실장, 이 의원 싸움 아니겄소.”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분출된 여야의 주류 교체 흐름은 이번 4·9 총선을 통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공천심사 과정에서 박 위원장에게 칼바람을 맞은 동교동계는 사실상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실장과 김홍업 의원의 경쟁력은 낮지 않다는 평가다. 지역 정가에선 ‘박재승 후보’ ‘김대중 후보’의 대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회자된다.

    DJ의 힘 어느 정도 작용할지도 관전 포인트

    김 의원은 무안·신안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윤석 전 전남도의회 의장과 선두 다툼을 벌여왔다. 신안로터리클럽 관계자는 “민주당 후보가 약한 것으로 드러나면 김 의원과 이 전 의장이 금배지를 놓고 경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박 전 실장과 김 의원이 당선돼 18대 국회에서 명맥을 잇더라도 동교동계는 의미 있는 정파로 기능하긴 어렵다. 두 사람이 출마하든 안 하든, 당선되든 안 되든 현실 정치세력으로서의 동교동계는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4·9 총선을 통해 3김(三金·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으로 상징되던 한 시대가 완전히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두 명이 금배지를 달더라도 정치세력으로서의 동교동계는 사라진 것으로 봐야 한다. 정치적으로 동교동계가 온전히 퇴장한다는 얘기다.”(윤경주 폴컴 대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월15~17일 목포에 다녀왔다. 2박3일간의 휴가였으나 박 전 실장과 김 의원이 그를 수행하면서 ‘사전 선거운동’ 시비에 휘말렸다. 지난해 재보선 때는 이희호 여사가 목포를 방문해 김 의원을 지원한 바 있다. 동교동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李vs朴 2파전에선 李 앞서



    ‘중앙선데이’가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에 의뢰해 3월3~5일 실시한 총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목포에선 이상열 의원이 24.1%로 박지원(19.2%)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홍업 의원은 19.0%로 이윤석(19.2%) 전남도의회 의장과 오차범위 안에서 수위를 다퉜다.

    한국갤럽이 1월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의원이 22.5%로 박 전 실장(17.2%)을 따돌렸다. 그러나 일각에선 목포 선거가 3파전으로 치러지면 박 전 실장이 이 의원과 격차를 줄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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