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5

2008.03.04

盧의 ‘탄돌이’들 태풍 앞의 촛불

탄핵 후폭풍 4년 만에 위기의 총선 … 대선 후유증 큰 데다 호남권도 공천경쟁 박터져

  • 이진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ys1201@donga.com

    입력2008-02-27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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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의 ‘탄돌이’들 태풍 앞의 촛불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출마자들이 4·15 총선에서 대거 당선됐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현 통합민주당의 전신)은 이른바 ‘탄돌이’라고 불리는 초선 의원 108명(비례대표 포함)을 당선시켰다. ‘탄돌이’란 그해 정치권을 강타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후폭풍으로 손쉽게 당선된 의원들을 가리킨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152석으로 원내 과반수를 차지했으며, 그중 탄돌이 의원은 71%(108명)에 달했다. 연이은 탈당으로 현재는 96명(비례대표 포함)이 남아 있다.

    수도권 의원들 타격 가장 클 듯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이번 18대 총선에서 그들의 운명은 ‘태풍 앞 촛불’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대선 참패 후유증이 워낙 큰 데다 비호남지역 의원들은 호남지역 의원들만큼 기반도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호남지역의 초선 탄돌이 의원들도 극심한 당내 경쟁으로 공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비호남권은 풍전등화] 통합민주당의 탄돌이 의원 가운데 수도권 의원(39곳)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지역은 17대 총선에서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표차가 크지 않았다.



    3% 미만의 표차로 당락이 엇갈린 지역만 해도 종로, 동대문 갑·을, 성북갑, 노원을, 은평을, 서대문 갑·을, 양천을, 강서을, 영등포 갑·을, 강동 갑·을 등 14곳에 이른다. 탄핵 역풍에도 1, 2위 후보 간 표차가 미미했던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정(失政)으로 정권을 교체한 한나라당 후보들의 선전(善戰)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통합민주당 내 수도권 의원들이 범여권 통합에 목을 맨 이유도 1000~2000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지역 특성상 ‘표 분산=필패’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2월 통합민주당 출범으로 일단 표 분산은 막은 상태. 그러나 곤두박질친 당 지지율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통합민주당 수도권 초선 의원들의 지역구에는 ‘배지’를 노린 한나라당 비례대표 및 정계 입문 희망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한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비례대표)은 통합민주당 최재천 의원의 서울 성동갑을 노리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해 대선 후 잦은 돌출 발언과 상반된 언행으로 당내에서도 인심을 잃은 상태다.

    정봉주 의원의 서울 노원갑에는 한나라당 함승희 전 의원, 우원식 의원의 서울 노원을에는 권영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역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당내 인사들의 도전도 이들에겐 큰 부담이다. 이화영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중랑갑에는 같은 당 이상수 노동부 장관, 서영교 전 청와대 춘추관장, 김택환 전 정동영 대선후보 정책특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장경수 의원의 경기 안산 상록갑에서는 전해철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경합을 벌인다. 문학진 의원의 지역구 경기 하남에서는 무려 10여 명의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호남권은 공천경쟁] 지난 대선의 참패에도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호남지역에서 80%의 득표율을 올렸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서울 24.5%, 인천 23.8%, 경기 23.6%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호남지역에서는 본선보다 공천을 노린 인사들이 난립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가 당내 기반이 취약한 초선 탄돌이 의원의 지역에서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호남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예고해 이들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운 상태다.

    호남 지역구 대대적 물갈이 공천 예고

    광주 동구에서는 양형일 의원과 박주선 전 대통령 법무비서관의 공천경쟁이 뜨겁다. 신설 선거구인 광주 광산은 김동철 의원이 바닥을 다지고 있는 가운데 김효석 원내대표, 이용섭 전 건설교통부 장관, 민형배 전 대통령비서관, 심재민 전 광주시 정무부시장 등 20여 명이 뛰어들었다.

    전남 순천에서는 서갑원 의원이 재선을 노리는 가운데 같은 당 장복심 의원(비례), 이평수 전 정동영 대선후보 수행실장이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남 고흥·보성은 신중식 의원의 지역구이지만, 신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으로 통합민주당 박상천 공동대표와 공천경쟁을 벌이게 됐다. 박 공천심사위원장이 호남 물갈이론을 펼치고 있지만 박 대표를 배제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전북 전주 완산을 지역도 물갈이 가능성이 높아 10여 명의 후보자가 당 공천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호남지역 초선 탄돌이 의원은 14명. 민주당과의 합당이 당 차원에서는 이득이지만 민주당 출신 인사들에 대한 배려도 고려해야 하므로 이들에겐 되레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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