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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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용병회사’ 한국에 상륙!

목숨 건 위험지역에서 특정인과 사업 보호, 이라크 진출 한국기업 늘어 조만간 활용할 듯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입력2008-02-27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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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터 ‘용병회사’ 한국에 상륙!

    위험지역에서 요인을 경호하는 것은 군사기업의 주된 역할이다.

    세계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라크 사태를 접할 때마다 PMC(Private Military Company)라는 단어를 접하게 될 것이다. 요즘은 PSC(Private Security Company)로 적는 경우도 많은데, 둘은 모두 ‘군사기업’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이러한 군사기업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군사기업은 무기를 제외한 군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에스원’ 같은 경호·경비 회사는 안전한 지역에서 특정인을 경호하거나 특정 기관을 경비한다. 그러나 군사기업은 전투가 있는 위험지역에서 특정인을 보호하고 특정 기관과 사업을 지켜준다. 군인과 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군사기업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은 매우 나쁘다. 전쟁터를 무대로 돈을 벌기에 ‘죽음의 기업’ ‘용병 회사’ 등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미국에도 이러한 시각을 가진 국민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왜 미국에서는 군사기업이 번창하는 것일까. 그 대답은 ‘필요성’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지난해 12월1일부터 매일 300명의 한국인이 17만여 원을 내고 당일(當日) 개성 관광에 나서고 있다. 또 북한의 개성공단에는 1000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상주한다. 만에 하나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나 이들의 발이 묶였다고 가정해보자. 그냥 묶인 게 아니라 일부가 인질로 잡혔다고 상상해보자. 큰 사고가 일어나 한국인이 고립된 경우를 상정해도 좋다.

    ‘죽음의 기업’ 한국사회 부정적 인식



    전쟁터 ‘용병회사’ 한국에 상륙!
    남북간 협정에 따르면 이러한 때는 북한의 경찰조직인 인민보안성이 해결해줘야 한다. 그러나 내란에 가까운 혼란이 일어나 인민보안성이 인질범 제압은커녕 인질로 잡히지 않은 한국인들의 안전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한국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이 고립된 한국인을 전혀 구출하지 못하면 어쩔 것인가.

    가장 시급히 할 일은 인질로 잡히지 않은 한국인을 빨리 한국으로 빼내고, 고립된 한국인을 구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군을 투입해야 하는데, 북한 지역으로의 한국군 투입은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북한에게 한국군이 ‘북침’했다는 빌미를 줄 수 있고, 국제적으로는 한국이 북한을 ‘침략’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때 군사기업이 있어 이들을 파견해 한국인을 구해온다면, 한국은 북침과 침략이라는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만약 남북협정에 ‘천재지변이나 기타의 사건으로 북한이 한국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때 한국은 민간인(군사기업)을 투입해 한국인들을 소개(疏開)시킬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놓았다면, 한국정부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바로 군사기업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으로 간 샘물교회 선교사들이 탈레반에 납치돼 일부가 처형되는 사건을 겪었다. 그로 인해 특전사 중 특전사인 707부대를 파견해 이들을 구출하자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한국군은 탈레반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데다 파병을 위해서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이러한 때 한국정부가 검토했어야 할 해결책 가운데 하나가 아프간에 나가 있는 군사기업에 인질 구출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군사기업을 동원해 목적을 이루는 것은 국회의 사전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에 앞서 샘물교회 측으로서는 사전에 현지에 나와 있는 군사기업에 소정의 비용을 내고 보호를 받으면서 선교하는 것이 좀더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짐으로써 유럽의 냉전이 종식된 1990년 이후 미국에서는 감군(減軍)이 대세가 됐다. 그러나 9·11테러를 당하면서 미국은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줄어든 병력으로 두 개 전쟁을 치러야 하는 고통을 미국은 군사기업으로 해결해가고 있다.

    현재 이라크 주둔 미군은 10만여 명인데,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군사기업 직원은 2만5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군사기업 직원의 수가 2개 사단 규모에 필적하는 것이다. 군사기업 요원들은 대부분 최근에 제대한 사람인지라 군사작전 수행에 별문제가 없다.

    국가보다는 기업에서 더 많은 수요

    전쟁터 ‘용병회사’ 한국에 상륙!
    국회 동의 없이 파병할 수 있고, 병력이 적어 고민일 때 바로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은 국가 처지에서 본 군사기업의 필요성이다. 그러나 군사기업은 국가보다는 기업에서 더 필요로 한다. 이라크를 안정시키려면 미국은 반군(叛軍)을 제압하는 한편 재건사업을 추진해 이라크인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자들과 근로자들이 들어가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라크에서는 폭탄테러가 일어날지 모르는 ‘킬 존(Kill Zone)’이 언제 어디서 형성될지 예측할 수가 없다. 팔팔한 해병대원도 반군에 잡혀 목이 잘려나가는 판국이니, 재건사업을 위해 이라크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회사는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용’ 군사기업 생길 가능성도 매우 커

    그러나 미군은 적은 병력으로 반군 소탕 작전에 매진해야 하니 근로자 보호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이러한 허점을 채워주는 것이 군사기업이다. 군사기업은 미국과 이라크 정부로부터 M-60 수준까지의 무기를 휴대할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았다. 따라서 재건사업에 참여하려는 기업과 계약을 맺고 현지에 나온 기술자들을 보호해준다.

    조만간 군사기업은 한국에서도 주목받을 것 같다. 이유는 이라크로 들어가는 한국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월13일 한국석유공사와 삼성물산 등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은 쿠르드 자치구에 있는 초대형 유전 탐사권을 따냈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과 관련해 쿠르드 자치구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만남이 있었으니, 한국의 쿠르드 유전 개발은 돌이킬 수 없는 사업이 됐다.

    이에 따라 유전 탐사에 들어갈 ‘한국인 기술자들을 누가 보호할 것이냐’가 화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들의 경호에는 ‘페슈메르가’(‘죽음 앞에서’라는 뜻)로 불리는 쿠르드 민병대와 쿠르드 자치구에 주둔한 한국의 자이툰 부대가 나설 수 있다. 그러나 페슈메르가나 자이툰이 경호에 나서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라크와 터키, 이란은 쿠르드인들이 3국을 끌어들여 그들 지역을 개발하는 자치력을 발휘하는 것을 ‘눈엣가시’로 여긴다. 따라서 한국 기술자들이 페슈메르가나 자이툰의 보호를 받으면서 유전 탐사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의 건설에 나서면, 지금은 없는 ‘친(親)이라크’나 ‘친터키’ 또는 ‘친이란’계 반군이 생겨나 이들에게 테러를 감행할 수도 있다.

    그로 인해 희생자가 생기면, 자이툰은 이 반군 소탕작전을 펼치게 되고 그에 따라 한국은 이라크 터키 이란이 관여된 복잡한 쿠르드 문제에 말려들게 된다. 자이툰의 희생이 커지면 국내에서는 철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 자이툰의 개입과 희생을 줄이고 터키와 이라크, 이란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한국컨소시엄은 군사기업에 기술자 보호를 맡기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군사기업은 ‘세계 정부’인 국제연합(UN)도 활용하는 조직이다.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은 2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21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한 세계 최대의 혼란지역이다. 지난해 3월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수단 정부도 어쩌지 못하는 다르푸르 사태를 안정시키기 위해 수단 정부에 2만4000명의 평화유지군을 보내겠다고 제안했을 정도로 이 지역의 혼란은 극심하다.

    이러한 제안을 하기 전 여러 명의 UN 요원이 특사로 다르푸르 지역에 파견됐다. 그러나 수단군은 다르푸르 지역에서 이들을 경호할 수 없어, UN은 군사기업에 특사 경호를 맡겼다. 수단 정부는 군사기업 요원들이 무장하고 들어와 UN 특사를 경호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한국군에는 미군만큼 많은 특수전 여단과 특공연대, 해병 사단이 있다. 따라서 이라크 등으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늘어나면, 이 부대 전역자를 모아 군사기업을 만드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한국인 보호는 한국인에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기업이 탄생한다면 상당한 인기를 끌 수 있다.

    그러나 영어에 능통하지 못하면 이 기업은 이라크로 진출하기 힘들다. 이라크에서 작전하려면 수시로 미군과 접촉해 정보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을 제외하고는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 호주 캐나다와 영어 사용에 문제가 없는 스웨덴 등지에서 주로 군사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큰 규모의 감군이 일어나고, 북한 급변사태 등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해지면 특수부대 제대자들을 모은 ‘한국용’ 군사기업이 생겨날 수 있다. 국방연구원(KIDA)도 이미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도 해외에서 피랍된 한국인을 신속히 구출할 수 있는 부대 창설에 관한 연구에 착수했다고 하니, 한국도 조만간 영어에 능통한 특수부대원 출신으로 구성된 군사기업이 생겨날지 모른다.

    한국에서 문 연 스웨덴 다인섹 회사는

    지난해 무역센터에 亞·太지사 개설 “보험부터 안전까지 완벽한 책임”


    한국에도 드디어 군사기업이 등장했다. 2000년 롤란드라는 스웨덴인이 자국에 설립한 ‘다인섹(Dynsec)’이라는 군사기업이 지난해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 아시아-태평양 지사를 개소한 것이다. 다인섹은 이라크 재건 사업에 참여할 한국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미국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로 해외지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미국에는 ‘블랙 워터’ ‘트리플 캐노피’, 영국에는 ‘아모르’ 등 쟁쟁한 군사기업이 많은데 왜 이들은 가만히 있고 스웨덴 군사기업이 먼저 한국의 문을 두드린 것일까. 다인섹 아-태 지사장인 김태형 씨는 “미국 군사기업은 자체 소비자가 많다. 이라크에서 미국 군사기업은 미군 다음으로 반군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은 중립국이기에 그러한 부담이 적어, 한국 처지에서는 가장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장은 “우리는 위험을 퍼뜨리는 게 아니라 위험을 막는 기업”이라면서 “이라크로 가려는 한국인들은 한국 보험회사들이 다루지 않는 위험(분쟁)지역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우리는 이 보험 가입에서부터 현지에서의 안전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뛰는 군사기업 직원의 봉급이 얼마냐는 질문에 “미군 중사의 연봉은 5만 달러 정도이나 군사기업의 팀 리더는 10만 달러(세금 제외) 정도다. 그러나 연봉만 보고 지원하는 사람은 위급상황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 고객을 버릴 수도 있으므로 프로 근성이 있고, 영어에 능통한 특수전 경험자는 지원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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