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2

2008.02.05

주류 편입 김구라 野性 뺏겼나 숨겼나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입력2008-01-30 17: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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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류 편입 김구라 野性 뺏겼나 숨겼나
    김구라는 거침없다. 시원시원하다 못해 불안할 정도다. 그를 알고 지낸 지 8년, 한결같다는 것이 미덕이라면 그의 ‘거침없음’은 분명 미덕이다.

    2001년 후반, 패러디 전문 인터넷사이트 ‘딴지일보’에서 운영하는 인터넷방송을 통해 그를 처음 봤다. 당시 그는 방송계에서는 ‘주변부 인간’이었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알아주는 독설가이자 입담꾼이었다. 그는 다양한 지역 라디오와 케이블 방송, 인터넷방송 등을 종횡무진하며 걸쭉한 입담을 과시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김구라에게 임상실험과 현장학습의 장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지상파 무대에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것을 보면 말이다.

    김구라가 일반 대중과 접속을 시작한 시점은 2004년 10월18일이다. 그는 KBS FM라디오 DJ로 발탁된 그날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비록 언더그라운드에서만 떠돌았지만 그가 갖고 있는 팝 음악에 대한 식견은 DJ를 맡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입담까지 갖췄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지상파 수위를 벗어나지 않는 화법을 구사하는 게 난제이자 형벌과도 같은 통과의례였지만 그는 아슬아슬하게 잘 헤쳐나갔다.

    “특유의 쏘는 맛 사라졌다” 시청자들 아쉬움 토로

    하지만 일부 팬들은 “지상파의 옷을 입은 김구라가 가장 큰 매력이던 야성을 거세당했다”며 아쉬워한다. 김구라 특유의 ‘맛’이 사라졌다는 불만인 것. 본인도 인정하는, 느끼한 것을 먹고 난 뒤 마시는 ‘시원한’ 콜라 같은 느낌이 증발해버렸다는 것이다.



    “열혈 팬들에게서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지상파로 옮기더니 변했다는 것이다. 송창의 사장(tvN)은 내게 ‘당신의 매력이 주류에 와서 거세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마음속으로 정한 슬로건이 ‘야성을 다시 품겠다’는 것이다.”

    그가 가진 개그맨이자 MC로서의 캐릭터는 시청자들을 아우르고 편안하게 해주는 이전의 정리형 진행자나 MC와는 분명 다르다. 여러 캐릭터 중에 가장 입바른 소리를 하면서 속시원한 ‘한 방’을 날려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예를 들면 김국진에게 이혼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도 김구라였기에 가능했다. 그가 소화하는 역할은 결국 누구나 생각하고 있지만 쉽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것’을 대놓고 물어보는 악역이었던 셈이다.

    “이제 조금 상황이 부드러워지고 편해졌다. 그러다 보니 사실 어느 순간엔가 내 안에서 타협하려는 마음이 일고 있음을 느낀다. ‘너무 독하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말이 멈칫해지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검열이다. 그럴 때면 나름 반성하게 된다. 내 색깔이 무엇인지 알기에 반성하는 것이다.”

    현재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지상파에서만 4개, 케이블까지 포함하면 10개에 이른다. MBC ‘라디오 스타’ ‘불가능은 없다’, SBS ‘라인업’, KBS 라디오 ‘초저녁쇼’, tvN ‘위자료 청구소송’ 등 하루도 쉴 날이 없을 정도다. ‘김구라가 나오는 프로그램과 안 나오는 프로그램’으로 양분될 정도. 게다가 요즘은 스튜디오 촬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국을 떠돌며 방송하고 있다. 당연히 몸은 언제나 파김치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대학생들 학교 가는 날보다 더 많이 방송한다”고 농을 친다. 당사자는 어떨까?

    “정말 피곤하다. 하루도 몸으로 때우지 않는 날이 없다. 그런데 예능을 하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쉬면 바로 그 호흡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요즘은 소비된다는 느낌도 받는다. 조만간 재충전할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이제는 그도 주류다. 그 역시 안다. 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방송을 하느냐다.

    “지난 연말 상 받고 뒤풀이 때 강호동 씨나 유재석 씨 등 잘나가는 연예인들과 한자리에 있으면서 조금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주류, 비주류를 떠나 전 시청자들에게 주류이고 싶다. 시청자들과 호흡을 이어갈 수 있는 게 내가 가장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넘나드는 김구라의 야성이 길들여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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