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9

2008.01.15

주택담보대출자 올 상반기까지 “허걱”

은행권 돈 가뭄과 채권 발행 증가로 금리 상승 계속될 듯

  • 백종훈 이데일리 금융부 기자 iam100@edaily.co.kr

    입력2008-01-09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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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담보대출자 올 상반기까지 “허걱”
    주택담보대출로 3억2000만원을 쓴 H그룹 이승완(35) 과장은 요즘 대출이자만 생각하면 속이 답답해진다. 그는 2006년 말, 연 5.60% 금리로 K은행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단 1년 만에 연 6.78%로 1%포인트 이상 금리가 올랐다. 이에 따라 이 과장은 한 달에 약 28만원, 연간 330만원가량 이자를 더 내야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도상환수수료 부과기간(3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년 후엔 거치기간이 끝나 기존 월이자에 원금까지 분할 상환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자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까지 엿보인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 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최저 0.9%포인트에서 최고 1.4%포인트까지 금리가 상승했다. 최고금리의 경우 연 8% 초반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정대 하나은행 과장은 “평균 1%포인트 이상 오른 셈”이라고 말한다.

    최근 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47~8.07%, 신한은행은 연 6.81~8.21%, 외환은행은 연 6.92~8.20%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한시적으로 각종 우대금리 혜택을 모두 없애 최저 연 7% 후반대에서 연 8%대까지 금리가 오른 상태다(표 참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1년 새 1%포인트 이상 올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른 가장 큰 이유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95%가 변동금리 방식으로, 3개월물 CD 금리에 비용과 마진을 더해 결정된다. 따라서 CD 금리가 급등하면 자연히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게 된다. 최근 증권업협회가 발표한 3개월물 CD 금리는 연 5.80%를 넘어서 6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CD 금리가 급등한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 즉 은행권에서 펀드나 주식 쪽으로 돈이 움직이는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자금이 모자란 은행들이 CD를 앞다퉈 발행함으로써 채권을 발행하려는 곳은 많은 반면, 수요는 줄어 CD 금리가 연 5.8%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은행 실무자나 채권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기조가 계속되리라고 내다본다. 상승 배경은 무엇보다 은행권의 ‘돈 가뭄’과 그로 인한 채권 발행 급증이다. 현재 7개 시중 은행 CD 발행 잔액은 80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9%나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와 CD 규모도 100조원을 넘고 있어 금리 급등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까지는 채권금리 급등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CD 금리 등의 상승 기조가 꺾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재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급등 현상은 시중 은행들이 대출공급을 줄이고 수신기반을 되찾을 때까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해 가계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부문 총 이자부담은 연 2조6000억원 늘어난다.

    주택담보대출은 이자도 이자지만 결국 원금 상환이 관건이다. 원금의 경우 담보로 구입한 주택가격 추이가 주된 변수가 된다.

    올해 주택가격 전망은 어떨까? 부동산업계와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도 지난해 수준의 안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민은행 산하 국민은행연구소는 최근 ‘주택시장 리뷰’를 통해 “2008년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3~4%포인트 오를 것이며, 이는 2007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유겸 국민은행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3.5~4%포인트 올랐다”면서 “올해도 이 정도의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그 근거로 올해 주택시장의 수요·공급량이 각각 비슷한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연구소는 올해 완공될 주택공급 물량은 예년보다 연간 10만 호 감소한 46만 호가 될 것이며, 주택수요 역시 주된 구입연령인 30, 40대 인구가 올해 처음 감소하면서 상당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설산업연구원도 올해 전국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1.5%포인트 오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주택산업연구원은 비록 소폭이지만 올해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상승과 미분양 증가 등으로 올해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1.9%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덜 내려면 조건이 좋은 상품을 처음부터 잘 고르거나,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새 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같은 금리 상승기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미분양 증가 등으로 집값 소폭 떨어질 듯

    국내의 대표적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으로 금리는 연 6.75~7.00%다. 보금자리론의 인터넷 상품 ‘e-모기지론’의 경우 연 6.55~6.80%까지 금리를 깎아준다. 연소득 2000만원 이하 무주택자라면 연 5.75%~6.45% 금리의 ‘금리우대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면 좋다.

    신한은행과 삼성생명도 최고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놨지만, 신한은행의 경우 판매액 한도인 1조원이 소진돼 최근 판매가 중단됐다. 시중 은행 주택사업단 관계자는 “최근 같은 금리 급등기에는 연 7~8%대의 변동금리 대출보다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한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3~4년 안에 갈아탈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고 담보설정 관련 비용도 들기 때문에 금전적 유·불리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주택가격이 장기간 안정세를 띨 전망이고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에 장기 대출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고정금리 대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대출이자를 깎으려면 은행별로 정해진 우대금리 혜택을 빠짐없이 받는 게 좋다. 시중 은행은 대출 고객이 해당 은행 월급통장을 쓰거나,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거나, 공과금 자동이체 등을 신청하거나,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면 각각 0.1~0.3%포인트의 금리를 깎아주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자 올 상반기까지 “허걱”
    ▼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범위(2008년 1월 기준)

    (단위: %)
    국민은행 연 6.47~8.07
    신한은행 연 6.81~8.21
    우리은행 연 8.01~8.20
    하나은행 연 7.11~7.81
    외환은행 연 6.92~8.20
    농협 연 6.5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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