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4

2017.02.08

커버스토리

반기문 공백, 대권은 어디로?

안희정_충청표 등에 업고 문재인 추격, 황교안_흩어진 보수 결집 구심점, 역할 안철수_스몰텐트로 문재인과 맞짱 기대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7-02-03 16: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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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통령선거(대선) 불출마 선언은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어 내심 그와 함께하고자 했던 새누리당 등 범여권에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선가도에서 2위를 달리는 반 전 총장을 크게 리드하던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지율 30%대인 문재인, 20%대 반기문, 10%대 안철수 등 3파전으로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는 것이 문 전 대표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대선구도였기 때문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추격하고 있지만,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 전 대표가 승리하면 자연스럽게 이들 지지층까지 흡수해 정권교체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유력 경쟁자로서 페이스메이커 구실을 해주길 바랐던 반 전 총장이 중도에 포기하면서 지금까지 대권방정식은 의미가 없어졌다. 앞으로 누가 반 전 총장의 자리를 차고 들어와 2위로 올라서느냐에 따라 1위 주자인 문 전 대표의 위상까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안 지사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는 문재인 대세론을 크게 위협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성장판 열리는 시점

    “‘문재인이 대세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확인해보니 내가 대세 맞다.”

    문 전 대표가 설 연휴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셀프대세론이다. 문 전 대표 지지자 사이에서는 ‘어대문’이 건배사로 유행 중이라고 한다.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는 11.2%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25.4% 지지율을 기록한 문 전 대표가 더블스코어로 여전히 앞서 있지만 안 지사의 가파른 상승세로 볼 때 문 전 대표가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지난 연말까지 3~4%대에 머물던 안 지사 지지율은 새해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MBC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설 연휴 직전인 1월 25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안 지사는 7.9%를 기록했고, 설 연휴 기간인 30일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은 9.1%였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2월 1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11.2%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안 지사 지지율이 급등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지 배경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위 세계일보 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안 지사는 보수성향 응답자의 20.2%로부터 지지를 획득했다. 문 전 대표가 16.7%, 이재명 시장이 7.0%를 획득한 것과 대비되는 점이다. 또 60대 이상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에 비해 확실한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안 지사는 이런 상황을 ‘성장판’이 열리는 시점이라고 자평한다. 안 지사는 이미 페이스메이커는 문 전 대표이고 자신이 1등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적도 있다. 말이 씨가 될까. 안 지사 지지율이 급등하자 문 전 대표도 내심 긴장하는 모양새다. 설 연휴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견제구를 날렸다.

    “앞으로 이분들(이재명, 안희정, 김부겸)은 기회가 많을 것이다. 내가 첫차가 돼 그분들이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그런 길을 잘 닦아주겠다.”

    이번에는 양보하라는 의미다. 그런데 왜 굳이 셀프대세론을 들고 나온 것일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안 지사의 도전에 위기감을 느끼는 탓이다.

    대세론에 어떤 결함이 있어서일까. 확장성의 한계다. 이 점에 대해 이 시장은 최근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하고 나섰다.

    “흔들림 없이 높은데 흔들림 없이 그 자리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최근 30%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크게 상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 연휴를 전후해 반 전 총장, 이재명 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지지율까지 답보 상태에 있거나 하락세로 돌아섰는데도, 그 지지율 하락 부분을 문 전 대표가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문 전 대표가 지지율 하락 부분을 끌어모았다면 최대 20%p가량 지지율이 상승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5%p 전후만 상승한 것이다.



    흔들림 없이 그 자리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 부분에는 반기문, 이재명, 안철수 세 사람의 지지율 하락 부분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의 확장성은 그의 우향우 행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한 견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한미동맹 상황에서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기 어렵기 때문에 근본 원인인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 전 대표가 군 복무 기간을 1년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이렇게 비판했다.

    “표를 전제하고 공약을 내는 것은 나라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다.”

    통일정책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햇볕정책이다, 상호주의다 얘기하며 대북정책과 관련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것도 그만둬야 한다.”

    문재인과 이재명, 심지어 안철수까지 진보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사이 안 지사는 꾸준히 우향우 행보를 걸어왔다.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안 지사의 확장성은 언제까지 또 어디까지 이어질까.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수 있을까.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그렇게 보는 것 같다. 1월 25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남 지사는 이렇게 언급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가장 강력한 경쟁 후보라고 생각한다.”

    그 근거로는 젊음, 그리고 행정 경험과 실적을 들었다. 설 연휴 직후 인터뷰에서 남 지사는 좀 더 공격적인 제안까지 하고 나섰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안희정 지사를 총리로 임명하겠다. 나도 안 지사가 대통령이 돼 총리를 제안하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경기도지사 시절 성사시킨 연정 경험을 토대로 안 지사에게 연정까지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안 지사가 남 지사의 연정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각자 다른 정당에서 경선을 치르지만,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사실상의 통합 경선을 치르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경우 진보세력은 진보세력대로, 보수세력은 보수세력대로 매우 실존적인 고민에 빠져들게 될지 모른다. 대통합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선택이다. 이념 대결과 지역 대결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이번 대선의 대의명분 가운데 하나다. 국민적 요구이기도 하다. 만약 바람이 이쪽으로 분다면, 안희정-남경필 연정 구도는 날개를 달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 결과 안 지사의 지지율이 문 전 대표에게 근접하는 수준까지 상승한다면 민주당 경선 결과까지 뒤집힐 개연성이 매우 높아진다. 진보세력에게 정권교체는 거의 갈망 수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나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 같은 방식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라고 본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집권 안전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판에 안전판을 덧대서라도 집권을 담보받고 싶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 지사는 매력적이다. 싸가지 있는 진보, 반성할 줄 아는 진보, 심지어 타협할 줄 아는 진보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 전 총장의 불출마가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에 탄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1월 둘째 주 조사에서 반 전 총장은 지역별로는 충청권(39%)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런 반 전 총장의 공백은 충청 대망론에 목말라 있는 충청 민심 상당수를 또 다른 충청 출신인 안 지사로 옮겨가게 할 수 있다. 이승원 시사칼럼니스트는 “반 전 총장이 지역별로 충청권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같은 충청 출신인 안 지사에게로 지지층 일부가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문 전 대표를 마뜩잖아 하던 범야권 지지층 일부와 충청 표심이 결합하면 안희정 대망론이 크게 대두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지율 2위 후보였던 반 전 총장의 공백을 범여권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범야권에서는 안 지사가 일단 메우고 있다.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 공언해온 안 전 대표도 반 전 총장 낙마로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안 전 대표는 8개월 전 20대 총선을 전후해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대선주자로 거론되면서 지지층이 겹치는 안 전 대표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민의당 한 핵심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불출마함으로써 그를 지지하던 세력은 안철수, 황교안, 안희정 세 사람에게 분산될 텐데 국민 대다수가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안철수 대 문재인 대결구도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등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대선을 민주당 대 국민의당의 일대일 구도로 만들려면 최소한 스몰텐트 구성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손, 정 두 대선주자의 영입에 성공하고 바른정당까지 아우르는 스몰텐트를 완성해 문재인 추격에 고삐를 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희정 역전의 무기 둘, 완전국민경선제 + 결선투표제안희정 충남도지사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지지율 역시 견고한 20%대 중반을 유지 중이며 때로는 30%를 넘어서는 조사 결과도 나온다. 특히 당내 세력 분포가 친문재인(친문) 세력 중심으로 짜여 있어 안 지사가 당내 경선을 통과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적잖다.

    그러나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문 전 대표를 가시권에 두게 되면 이변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국민과 당원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경선 참여를 원하면 1인 1표를 주기로 한 완전국민경선제도와 결선투표제 때문이다.

    민주당은 설 연휴 직전 이번 대통령선거(대선) 경선 룰을 확정, 발표했다. 뼈대는 당원과 국민을 가리지 않고 참여 희망자 누구에게나 1인 1표를 부여하는 완전국민경선제도와 첫 경선에서 50%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결선투표제를 실시키로 한 것이다.

    현재 민주당 당내 세력 분포를 보면 2015년 12월 안철수 의원 탈당 직후 입당한 모바일 당원 등이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고, 지난해 4월 총선 때 공천받은 의원과 지역위원장 등 친문 인사들이 문 전 대표를 호위하고 있다. 이 같은 당내 세력 분포를 바탕으로 친문 진영에서는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며 ‘어대문’이란 신조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야권 지지층 모두가 꼭 짚어 ‘문재인 대통령’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원한다기보다 ‘확실한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이다.

    따라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와 달리 표의 확장성을 입증해 보인다면 야권 지지층 상당수가 그를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결선투표제는 현재 당세에서 약세를 보이는 안 지사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막판 뒤집기를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2위를 기록하더라도 3위 후보와 손잡고 1위 후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 번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선 지지율 순위는 예행연습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진짜 대선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빠진 지금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집권 막을 범여권 히든카드는 김종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선거(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내심 대선 국면에서 반 전 총장과 제휴 또는 연대를 꾀하던 범여권 진영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범여권은 반 전 총장이 빠진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후보로 내세우려 할까.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주간동아’와 통화한 새누리당 A 중진의원은 ‘황교안’과 ‘김종인’ 두 사람을 꼽았다. 그는 “현실적으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후보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일각에서 김종인 의원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를 (후보로) 거론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으서 총선을 진두지휘해 새누리당에게 뼈아픈 총선 패배를 안긴 적장의 이름까지 새누리당 일각에서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될 만큼, 촛불정국과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새누리당이 처한 처지는 궁박하다. 그러나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고 하지 않던가. 아직 대통령 탄핵 결정 전이고, 막상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되면 이후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단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A 의원은 “김종인 의원이 만약 민주당 내에서 대선주자로 직접 뛰려고 한다면, 당내 강력한 지지기반을 가진 문재인 전 대표와 경쟁해야 하는데 승산이 없다”며 “김 의원이 대선 도전을 위해 탈당 등 새로운 선택을 한다면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이 김 의원을 태워 대선까지 함께 달려갈 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의원의 최근 행보는 ‘당 잔류’보다 ‘탈당’을 통한 새판 짜기에 무게가 실린 듯하다. 김 의원이 설 연휴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만나 탈당을 권유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2월 1일 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가진 만찬회동에서 민주당 탈당 문제를 논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의원은 2월 17~1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안보회의에 다녀온 뒤 자신의 거취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촛불이 전국을 뒤덮고 거센 여론의 압력으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던 시점까지만 놓고 보면 정권교체는 떼어 놓은 당상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촛불에 맞서 태극기시위대가 등장한 이후 ‘샤이 박근혜’ ‘샤이 새누리당’ 인사가 차츰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차기 지도자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권한대행 지지율이 상승한 것도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인 2월 1일 실시한 조사에서 반 전 총장 지지자 가운데 20.4%가 황 권한대행 지지로 옮겨갔고, 10.9%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지지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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