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4

2007.09.25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애증

  • 입력2007-10-01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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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애증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며, 우직하게)”

    만인의 존경을 받는 정치인, 종교지도자가 사라진 시대라지만 온라인에서 ‘영웅’의 지위는 비교적 확고하다. 최근 몇 년간 그 자리를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차지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잡스는 매킨토시나 픽사, 아이팟 등의 혁신 상품을 지렛대로 일부 얼리어답터, 특히 반(反)MS나 반IBM 진영 마니아들의 우상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전 세계 누리꾼에게 예수에 버금가는 영웅으로 떠오른 계기는 2005년 6월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축하연설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단박에 빼앗는 ‘포스’ 넘치는 연설을 선보였다. 출생의 비밀과 대학 중퇴라는 결단, 무엇보다 개인용 컴퓨터(PC)를 개발해낸 그가 애플에서 쫓겨나 광야에서 10여 년을 떠돌았고, 극적으로 애플에 복귀한 이후에는 췌장암에 걸려 죽음의 문턱에 갔다는 인생 여정…. 그의 범상치 않은 이력이야말로 누리꾼들이 찾아 헤매던 성인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블로거들은 잡스가 강조한 ‘stay foolish’ 정신을 되뇌었고, 온라인 공간에는 스탠퍼드 졸업식 축사가 마치 잠언록처럼 무한복제됐다. 이로써 그는 일개 기술자를 뛰어넘어 정보통신(IT)이라는 신흥종교의 교주 위치에 올라섰다.

    올 여름 불어닥친 ‘아이폰 광풍’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스티브 잡스의 신성한 이미지가 자리한다. CEO 마케팅의 모범사례라 할 수 있을까? 애플은 완벽한 품질에 조금 비싼 가격으로 고객에게 다가섰고, 잡스는 이를 세일즈하는 최고 마케터로 활약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 보이는 모습도 자주 반복되면 싫증나는 법인가 보다. 9월 초 제6세대 아이팟으로 관심을 모은 ‘아이팟 나노’와 ‘아이팟 터치’에 대한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다.

    ‘아이팟 나노’는 크기만 작아졌을 뿐이고, 아이폰의 터치스크린 기능을 채용했다는 ‘아이팟 터치’ 역시 진부한 반복이라는 혹평이 잇따랐다. 또한 애플은 아이폰 출시 2개월 만에 200달러나 깎아 팔기 시작했다. 기존 고객의 불만이 폭주하자 이들에게는 100달러짜리 보상티켓으로 입막음을 시도했다. 블로그에 ‘장삿속 애플’ ‘실망스러운 아이팟’ ‘애플을 사지 말아야 할 이유’라는 태그(tag)가 자주 등장한 이유다. 그가 제아무리 성인군자라 해도 본업은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할까.



    애플의 주가는 스티브 잡스의 취임 이후 10배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 가능케 한 그의 경영수완이나 인생철학에 존경할 만한 대목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를 존경한다고 해서 반드시 애플 제품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은 블로거들이 발견한 새로운 삶의 지혜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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