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2

2007.09.11

저급 이미지 옛말, 개성 담긴 다양한 맛

  • 아트옥션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7-09-05 14:1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저급 이미지 옛말, 개성 담긴 다양한 맛

    소아베를 만드는 청포도 가르가네가(왼쪽)와 소아베 로고.

    로미오와 줄리엣도 사랑을 속삭일 때는 와인을 마시지 않았을까. 그것이 화이트였다면 아마도 소아베(Soave)였을 것이다. 소아베는 그들의 고향 이탈리아 베로나 근처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또한 원형극장으로 유명한 베로나 아레나(Verona Arena)에서 오페라를 감상한 뒤 갈증을 달래기에도 제격이다.

    소아베는 마을에서 널리 재배되는 청포도 가르가네가(Garganega)로 만든다. 이 지역은 원형극장이 건축될 무렵인 기원후 1세기경부터 지금까지 와인을 양조해오고 있다. 소아베의 면적은 약 7000ha. 화이트와인 전용 원산지의 규모로 볼 때, 소아베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가장 넓은 곳이다. 경쟁자인 프랑스 샤블리보다도 15% 정도 더 넓다. 이런 이유로 소아베는 질보다 양이라는 평판을 들어왔다. 이는 레드와인 최대 생산지인 키얀티와 비슷한 평판인데, 즉 저급한 와인의 대명사로 알려진 것이다.

    양조장 중에는 와인 병에서 아예 소아베 이름을 떼어버린 곳도 있다. 소아베보다는 다른 이름으로 파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948년부터 와인을 양조한 소아베 최고 양조장 안셀미(Anselmi)는 소아베의 좋지 않은 이미지로 인해 손해를 본다고, 2000년 소아베 조합에서 탈퇴해 베네토 지방 와인으로 등급을 낮추고 독자노선을 가고 있다.

    드라이 화이트와인 해산물 요리와 환상궁합

    와인 사회는 철저한 엘리트주의가 기조를 이룬다. 누구나 최고 생산자가 되기를 꿈꾼다. 품질을 최고로 여기며 자신만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소아베의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 많은 생산자들이 새로운 재배와 양조 방식에 몰두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여러 포도밭의 포도를 혼합해 만드는 전통 방식을 버리고 특정 포도밭의 포도만 가지고 양조하는 이도 있다. 이는 그 밭의 개성이 담긴 와인, 즉 단일 포도밭 와인을 유행시켰다. 다른 밭의 포도와는 엄격히 분리해 양조하기 때문에 밭의 특성이 그대로 묻어나게 된다.



    한편 양조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해 맛의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우다. 즉 전통적인 대용량 오크통에 와인을 숙성하는 대신 소용량의 프랑스산 오크 배럴(225ℓ)을 들여다 프렌치 스타일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오크통에서 바닐라 향, 초콜릿 향을 듬뿍 와인에 담을 수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스타일의 소아베를 만날 수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통에서 숙성한 칼칼하고 상큼한 스타일, 바닐라 향취가 묻어나는 진하고 두툼한 스타일, 그리고 이들의 중간 스타일 등이 그것이다.

    16세기부터 양조해온 지니(Gini)는 저온 발효를 통해 맑은 맛의 소아베를 만든다. 기온이 낮은 셀러에서 발효하므로 포도의 산화 방지를 위해 무수아황산을 첨가할 필요가 없다. 소아베는 보편적인 드라이 화이트와인이다. 옛적 바다였던 곳이 융기해 포도밭으로 경작되는 지역에서 나기 때문에, 곁들이는 음식 역시 해산물 요리가 제격이다. 관자나 새우구이, 봉골레 파스타, 송어찜 등에 잘 어울린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