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8

2007.08.14

살맛 나는 타운하우스 ‘인기몰이’

단독주택 독립성 + 아파트 편리성 … 시장 초기 단계, 고급주택 위주로 공급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7-08-08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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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맛 나는 타운하우스 ‘인기몰이’

    SK건설이 경기 용인 동백지구에 분양 중인 단독주택형 타운하우스의 모형.

    임모(55·서울 도봉구 창동) 씨는 요즘 ‘삶의 전환’을 앞두고 무척 설렌다. 내년 봄이 되면 그의 가족은 답답한 고층아파트를 떠나 경기 신도시의 한 타운하우스로 이사한다. 마당이 딸린 2층짜리 단독주택. 임씨는 앞마당에 네 살짜리 늦둥이 딸을 위한 작은 수영장을 만들고, 뒷마당에는 부부의 취미생활을 위해 도자기 굽는 가마를 들여놓을 생각이다(임씨 부부는 둘 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그는 이처럼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사무실도 아예 집과 가까운 분당으로 옮길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서 847채 분양

    ‘단독주택의 독립성과 아파트의 편리성을 합쳐놓은 저밀도 공동주택’ 타운하우스가 인기다. 올 상반기 경기 용인 동백지구, 동탄 신도시, 파주 교하지구 등에서 타운하우스가 성황리에 분양된 데 이어 지난 6월 분양을 시작한 일산과 행신의 ‘중흥 S클래스’(154가구), 동백지구 ‘SK건설 아펠바움’(42가구)과 ‘동연재’(31가구) 등도 비교적 순조롭게 분양되고 있다. 앞으로 공급될 물량도 상당하다. 8월2일 현재 닥터아파트의 집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13곳에서 847채의 타운하우스가 분양될 예정이다.

    2~3년 전 파주와 양평 등에 건설된 ‘1기’ 타운하우스가 대도시와의 거리가 상당한 전원형이라면, 최근 용인이나 일산 등 경기 신도시 내 택지지구에서 분양되고 있는 ‘2기’ 타운하우스는 도시형이라 할 수 있다. 이들 도시형 타운하우스는 신도시 내 기반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데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점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용인 지역 타운하우스 구입을 고려 중인 정모(45) 씨는 “서울 강남에 있는 회사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고, 집 근처에 대형할인마트 같은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어 구미가 당긴다”고 말했다.

    신도시 내에 자리한 타운하우스는 투자보다는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분양되고 있다. SK건설 아펠바움의 분양대행을 맡고 있는 ㈜미드미D·G의 천동진 부장은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중소기업체 대표나 전문경영인 등이 주로 찾아오고 있다”면서 “아파트를 답답하게 여기고 차분한 주거환경을 원하는 사람들이 타운하우스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일산과 행신에서 타운하우스를 공급하고 있는 중흥건설 임형주 분양소장은 “최근 외국에서 곧 귀국할 아들 가족이 살 예정이라며 여성고객이 찾아왔다”면서 “외국생활 경험이 있는 고소득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주거형태 다양화 선두주자로 주목

    현재 60%가량 분양된 용인 동백지구 ‘동연재’의 경우 ‘50대를 전후한 주상복합아파트 거주자’가 주요 고객층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상복합아파트의 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덕분에 짭짤한 재테크 수익을 올린 장년층이 주상복합아파트를 팔아 노후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으로 타운하우스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동연재’의 시행사 드림사이트코리아 이광훈 대표는 “고객 대부분이 분당과 서울 강남에 시세 20억원 이상의 주상복합아파트를 한 채 이상 가진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신도시에 건설되고 있는 2기 타운하우스들은 고급주택에 속한다. 단독주택형인 아펠바움 210㎡(65평형)가 14억~15억원, 180㎡(55평형)가 12억~13억원이고, 단위세대형인 동연재는 230㎡(77평형)로 13억원 내외다. 평당 분양가가 1700만~2000만원인 셈. 그나마 연립주택형인 중흥 S클래스가 분양가상한제와 5년간 전매제한이 적용된 덕에 평당 분양가가 1200만~13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는 개인이 땅을 사서 단독주택을 짓는 것보다 비싼 수준이다. 용인 동백지구의 단독주택 택지를 사서 주택을 짓는다면 땅값과 건축비를 합해 7억~10억원(대지면적 200~350㎡ 기준)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단독주택 시공업체 ㈜티엠타운 김영현 대표의 설명. 수요자들이 타운하우스의 브랜드와 ‘단지화’라는 장점에 지급하는 비용이 꽤 큰 셈이다. 하지만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것이 타운하우스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이광훈 대표는 “동백지구 중대형 아파트의 시세가 평당 1600만~1700만원이지만, 80%에 불과한 전용률을 감안하면 평당 2000만원이 넘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민형 타운하우스는 불가능한가. 우리나라보다 앞서 타운하우스가 발달한 영국과 미국의 경우 다양한 가격대의 타운하우스가 있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종종 등장하는 해리의 이모 페투니아의 집이 바로 영국 서민층이 거주하는 합벽식 타운하우스다.

    이에 대해 타운하우스 사업자들은 고층아파트보다 가구 수가 훨씬 적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급주택으로 공급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편 닥터아파트 이영호 과장은 “20가구 이하 공동주택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업자들이 타운하우스를 20가구 이하로 구성해 더욱 고가에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주택도시연구원 서수정 계획설계연구실장은 “현재 국내 타운하우스 시장은 초기 단계로, 손쉬운 사업 진행을 위해 고급화 경향을 보이는 듯하다”면서 “시장이 좀더 확대되면 중저가 타운하우스 공급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맛 나는 타운하우스 ‘인기몰이’
    1970년대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현재 2명 중 1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을 정도로 아파트는 한국의 대표 주거형태로 자리잡았다. 주거 효율성 면에서 아파트가 기여한 부분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삭막한 도시경관은 물론, 대규모 아파트 건설로 수백 년에서 수십 년 된 샛길과 골목길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구릉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등등. 좁은 땅덩어리 탓에 타운하우스가 주거 형태의 주류가 될 순 없음에도 주거형태의 다양화를 이끄는 선두주자로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아파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잊고 지낸 도자기가 그리워졌습니다. 아내와 함께 대학에서 도자기공예를 전공했거든요. 이제는 타운하우스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며 여유롭게 살아갈 겁니다. 딸아이 친구들도 자주 집으로 불러 마당에서 뛰어놀게 할 거고요.”

    타운하우스 ‘예비’ 주민인 임씨는 행복에 잠긴 듯 이렇게 말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임씨 같은 꿈을 가질 수 있게 될까. 타운하우스 시장 확대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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