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4

2007.07.17

미완성 표심 ‘지지율’ 그놈이 뭐기에…

대선주자들, 따라잡고 끌어올리기 안간힘 … 현재 2强1中 多弱, 전망은 진영마다 엇갈려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7-07-11 12: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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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완성 표심 ‘지지율’ 그놈이 뭐기에…

    2002년 민주당 경선 모습. 이 경선에 노무현 후보는 2~3%대 지지율로 출발해 승리를 거머쥐어

    대선 예비후보들의 지지율 싸움이 여름 정국을 달구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지율 경쟁을 주도하는 양대 산맥이다. 쫓기던 이 전 시장 측이 7월 들어 대공세로 돌아서면서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더 이상의 추락은 없다’는 목소리에는 반등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하다. 박 전 대표 측은 역전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20%대 중후반의 지지율을 30%대로 올리고 이를 발판 삼아 7월 중순, 늦어도 하순에는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캠프를 감싼다.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율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5~7.1%대 지지율을 보이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마(魔)의 10%대를 넘는 것에 목숨을 걸었다. 1~2%대에 머물고 있는 정동영 이해찬 김혁규 한명숙 등 범여권 주자들은 ‘유의미한’ 지지율 확보가 1차 관문이다. 지지율 2% 이하인 10여 명의 군소후보들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유권자들 앞에 섰다. 쫓고 쫓기는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경쟁이 여름 정국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이명박 떨어지고, 박근혜 안 오르고

    이 전 시장에게 6월은 악몽의 연속이었다. 자고 나면 지지율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40%대 후반을 오르내리던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검증론’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이 전 시장의 지지도는 3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검증론이 한창이던 6월21~22일 ‘중앙SUNDAY’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전 시장(35.2%)과 박 전 대표(30.1%)의 지지율 차는 겨우 5.1%였다. 이 틈을 뚫고 박 전 대표의 역전론이 고개를 들었다. 위기감이 감돈 이 전 시장 캠프에서는 ‘이 전 시장이 신경질이 많아져 회의시간에 고성이 오간다’는 얘기에서부터 ‘줄을 섰던 의원들이 돌아섰다’는 이탈설까지 흘러나왔다.

    원인규명에 나선 이 전 시장 측은 알게 모르게 잔매를 허용한 것이 추락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운하 공방과 위장전입, BBK 관련 의혹 등이 유권자들의 감정을 건드렸지만, 법적 문제만 따진 경직된 태도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이 전 시장 측의 한 인사는 ‘화(禍)만 키우는 대응 방식이었다’고 후회했다.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캠프 내에 위기론이 퍼진 것도 이 시점이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충성도와 결집력’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종종 ‘시멘트 지지율’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지지자들은 대세론을 타고 모인,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낮은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외부 충격에 약하다.

    캠프 내부의 문제점도 불거졌다. 이 전 시장의 한 측근은 “일부 의원들이 후보 앞에만 있으려 한다”고 말한다. ‘다 이긴 선거인 양 눈도장 찍기에 여념이 없다’는 비판이다.

    이 전 시장의 하락세는 6월 말을 기점으로 일단 멈춘 상태. 6월 말과 7월 초 실시된 몇몇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보면 두 후보 간 지지율 차는 10~13%포인트 범위를 맴돈다. 이 전 시장 측 대변인인 진수희 의원은 “검증정국 속에서 일시 유보층으로 돌아섰던 지지층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일시적 위기는 있었지만 결국 1라운드 검증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한나라당 후보검증 따라 큰 변화 예고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박 전 대표 캠프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예정대로 7월 중순이면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박 전 대표의 1위 탈환을 위한 동력을 두 가지로 예측한다. 첫째는 의혹에 휩싸인 이 전 시장으로는 정권 교체에 또 실패할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우려감이다. 그리고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박 전 대표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홍 위원장은 높은 점수를 준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수도권 표심을 눈여겨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주된 지지기반인 수도권의 30, 40대 화이트칼라층이 서서히 빠지고 있다는 것. 그는 또 한나라당 안방인 영남 유권자들의 ‘속내’도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남은 두 사람에게 한쪽이 얻으면 한쪽이 잃는 ‘제로섬’ 원칙이 적용되는 곳이다. 과거 이 후보의 급상승은 박 후보를 지지한 영남표가 이 후보에게 쏠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요즘은 반대 움직임을 보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런 ‘밑으로부터의’ 변화를 발판 삼아 7월 중순, 늦어도 하순이면 역전이 가능하다는 게 박 전 대표 캠프의 자체 진단이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일단 30%대 지지율 확보가 급선무라고 본다. 이 선만 넘으면 탄력이 붙어 이 전 시장을 넘기는 쉽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고민도 많다. 근본적인 문제는 박 전 대표의 지지도가 생각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증정국 이후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평균 12~13%포인트 떨어졌지만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고작 2~3%포인트 오른 것이 전부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현재 24~27%포인트에 묶여 정체된 상태다. 요지부동인 이 지지율을 놓고 이 전 시장 캠프는 ‘박근혜의 한계’라며 조롱한다. 홍 위원장은 ‘연애론’으로 이를 반박한다.

    “대선주자에 대한 지지는 연애와 같다. 사람은 첫사랑과 헤어진 뒤 바로 다른 사람을 만나지는 않는다.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곧바로 박 전 대표 지지로 돌아설 수는 없다. 태도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부에서는 홍 위원장과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박 전 대표의 보수 색깔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다. 이 전 시장을 떠난 유권자들은 대부분 진보, 중도 성향을 지닌다. 바로 이들이 박 전 대표에게 이질감을 느낀다는 것. 박 전 대표는 자신을 파는 것보다 남의 상품을 비난하는 데 급급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런 행보는 ‘내놓을 만한 콘텐츠나 상품이 없기 때문’이라는 부정적 평가로 이어진다.

    범여권 주자들 바닥권 지지율 벗어날까

    향후 양 진영에 대한 지지율 전망은 엇갈린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의 경선 환경을 예의주시한다. 이 전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검증 소재의 등장 여부와 폭발력 등에 따라 지지도는 수시로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 이들은 7월20일 있을 당 검증위의 발표 내용을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발표 내용에 따라서는 경선판이 깨질 수도 있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이-박’의 지지율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선두권을 형성한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김혁규 한명숙 등 범여권 후보들은 요즘 지지율 제고에 여념이 없다. 천정배 김원웅 유시민 이인제 의원과 추미애 전 의원 등 군소후보들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고민은 지지도가 낮다는 것이다. 조선일보·TNS의 7월1일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지지율은 합쳐서 67%가 넘는다. 반면 범여권의 이른바 ‘빅4(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의 지지율은 모두 합해도 11.4%에 그친다. 범여권 당 지지율도 한나라당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의 당면 목표는 10%대 진입이다. 특히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지 4개월째인 손 전 지사가 10%대 진입에 목을 맨다. 그의 지지율은 한때 9.6%(3월19일 국민일보 여론조사)를 기록한 적이 있다. 그러나 5월 접어들면서 다시 5%대(조선일보 5.5%, YTN 5.0%)로 떨어졌다. 6월 말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8.5%로 올라섰지만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그를 본격적으로 견제할 태세여서 상황은 더욱 꼬인다. 한 측근은 ‘무슨 수가 없겠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손 전 지사 측은 여론 지지율 10%를 먼저 얻는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으로 본다. 이 선만 넘으면 비상(飛上)이 가능하다는 것. 손 전 지사 캠프는 2차 민심기행이 ‘기적’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지율 2.4∼3.4%포인트를 오가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여론조사에서 3%대는 오차범위로 무의미한 수치다. 그는 한때 10%대 후반의 지지율을 보인 ‘잘나가던’ 후보였다. 그러나 참여정부 실정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갈수록 커지면서 위상이 무너졌다. 이후 그는 우리당을 탈당하며 참여정부와 거리를 뒀지만 토막난 지지율은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7월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 전 의장의 당면 과제는 10%대 지지율 확보다.

    이해찬(1.6∼2.5%), 한명숙(1.4∼2.5%) 전 총리도 큰 차이는 없다. 이들은 7월을 ‘지지율 제고의 달’로 정했다. 전국 순회에 돌입한 것은 9월로 예상되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대비해 국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 천정배 김원웅 유시민 이인제 의원과 추미애 전 의원 등 범여권 군소후보들의 싸움도 불을 뿜는다. 이들의 지지율은 0.5~1%에 머문다. 사실상 무의미한 수치지만 당사자들은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을 보라고 말한다. 2~3%의 미미한 지지율로 시작해 결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른바 ‘노무현 효과’를 이번에도 재현할 수 있다는 것. 이들 역시 범여권 오픈프라이머리에서의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전국 투어를 준비 중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1차 승부처는 7월 중·하순이다. 창과 방패로 무장한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대결, 10%대 지지율을 선점하기 위한 범여권 인사들의 무한경쟁이 여름 정국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미완성 표심 ‘지지율’ 그놈이 뭐기에…
    미완성 표심 ‘지지율’ 그놈이 뭐기에…

    동아일보·KRC 6월30일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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