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9

2007.06.12

직구와 변화구 배합의 매력

  • 강상식 학림학원 논술연구소장

    입력2007-06-07 17: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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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구와 변화구 배합의 매력
    뛰어난 투수는 한 가지 구질만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지 않는다. 강속구가 주무기인 투수도 적절한 시점에 변화구를 던진다. 변화구 다음에 직구를 던지면 타자는 그 직구가 더 빠르다고 느끼게 된다. 즉 적절한 시점에 던지는 변화구는 직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투수가 변화구를 이용해 직구를 돋보이게 한다면, 논술에서는 적절한 사례를 제시해 자신의 주장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서울대가 2008학년도 통합교과형 논술모의고사 채점 후기에서 학생 답안이 주장의 나열에만 그치며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서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논술답안을 작성할 때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한다면 좀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적절한 사례 서술하면 좀더 좋은 평가

    또 적절한 사례를 제시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논술 출제 경향에 대비할 수 있다. 최근 통합교과형 논술에서 구체적 사례를 제시해 자신의 주장을 서술하라는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기도 한다. 이렇듯 사례 제시를 요구하는 문항의 출제빈도가 높아지는 것은 논술 제시문을 통해 현재의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대안을 제시하는 적용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논술 제시문은 대부분 동서 고전에서 출제되지만 논제는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요구한다. 따라서 제시문의 논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현대사회 문제에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제시문을 읽으면서 제시문과 유사한 사례를 우리 사회에서 찾아보는 ‘현실 적용 독해능력’을 많이 길러야 한다.

    문화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것이며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끊임없이 변화해온 것이며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며 앞으로도 변화해갈 것이다. 즉 문화는 결코 자연(nature)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모든 문화는 자연인 것처럼 우리 앞에 다가온다. 마치 그것이 고정불변이며 당연하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변치 않을 것처럼 강요된다는 것이다. 문화의 그러한 속성을 자연화(naturalization)라고 한다. 마치 영원불변하는 자연의 원리인 것처럼 강요되는 문화를 거부하고 새로운 문화를 추구할 때(흔히 이단이라 불린다)는 항상 크고 작은 억압과 징벌, 고통이 가해진다.



    - 김창남, ‘문화란 무엇인가’

    이 제시문은 숙명여대 2007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 때 출제된 논술문제 일부분이다.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인데 마치 영원불변하는 것처럼 강요되는 속성을 지닌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한 문화의 속성을 자연화라고 하는데 기존의 문화를 거부하고 새로운 문화를 추구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억압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숙명여대에서는 이 제시문을 출제한 뒤 밑줄 친 문장의 내용과 부합하는 사례를 들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고 요구했다. 이 문제의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밑줄 친 문장에서 사례를 규정하는 제한 조건을 찾아내야 한다. 먼저 사례는 문화 부분에서 찾고 새로운 문화를 추구할 때 기존 사회공동체의 억압과 징벌, 고통이 가해지는 사례를 찾아내야 한다. 학생들이 작성한 답안에는 이 두 조건을 충족하는 사례가 별로 없다.

    한 학생은 단발령이 공표됐을 때 대다수 유생이 이에 반대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경우 단발령이라는 새로운 두발형태, 즉 두발문화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억압과 징벌, 고통이 가해졌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사례라고 할 수 없다. 몇 해 전 한 국회의원이 국회에 등단할 때 정장 차림을 하지 않고 청바지 차림을 한 데 대해 대다수 국회의원이 비난한 것은 적절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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