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4

2007.05.08

“니들이 감히… ” 한참 빗나간 父情

김 회장 보복 심리 분석 … ‘눈에는 눈’ 행동 6~7살 의식 수준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7-05-02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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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들이 감히… ” 한참  빗나간 父情
    “본인이 나서서 주먹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조폭적 사고다.”(한림대 심리학과 조은경 교수)

    “성인인 아들이 폭행당한 사실을 아버지에게 그대로 알리는 모습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정신의학 전문의 김창기)

    “아들에 대한 과잉보호가 심각하다. 아들에게 폭력을 가르치는 아버지는 도덕적 지탄의 대상이다.”(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폭력행위는 부정(父情)의 발로인가, ‘조폭적’ 행패인가. 유례없는 재벌총수의 폭력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정신의학 및 심리학 전문가들의 소견을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황제의식



    전문가들은 김 회장이 북창동 술집 종업원들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황제적 사고’가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한 국민이지만, 김 회장 눈에 재벌가 자제와 술집 종업원이 ‘동격’일 수는 없었던 것. 하긴 과거 한보그룹 청문회 때 정태수 회장도 자기가 선임한 전문경영인들을 ‘머슴’이라고 칭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재벌총수 눈에 전문경영인이 머슴인데 하물며 술집 종업원은…. 연세대 황상민 교수(심리학)는 “이처럼 우리는 여전히 가진 것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봉건사회에서 살고 있다”며 “사건 덮기에 급급했던 경찰도 김 회장을 황제로 받든 셈”이라고 꼬집었다.

    동형처벌

    김 회장의 행위는 명백한 동형처벌(同型處罰)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처하는 동형처벌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의식수준을 드러낸 것이다. 건국대 하지현 교수(정신과)는 동형처벌에 대해 “6~7세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도덕발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준에 있는 아이들은 상대방 행동의 이유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에게 닥친 피해만 생각한다고 한다.

    한화는 내 것

    하지현 교수는 “사적 응징에 회사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사실에서 김 회장이 회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공사 구별을 하지 않은 채 기업을 개인 소유물처럼 생각했다는 것. 황상민 교수는 “이런 의식은 김 회장에게 국한되지 않는다”며 “회사 차량을 재벌 사모님이 마음대로 사용하고, 회사에 근무하지 않는 재벌 자녀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등의 행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역할 누수 신드롬

    영화평론가이자 임상심리학자인 심영섭 씨는 “한국 사회의 50대 남성 리더들이 역할 누수 신드롬을 앓고 있다”며 “김 회장의 이번 행동도 그러한 현상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감정적인 발언과 막말을 쏟아내는 대통령과 몸싸움을 불사하는 국회의원들, 그리고 직접 나서 폭력을 휘두르는 재벌총수 등은 모두 자기 역할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매우 감정적이며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다. 심씨는 “급속하게 현대화, 세계화돼 가는 추세에서 한국의 50대 남성 리더들의 심리적 원형은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감정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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