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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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브랜드 전략, 광고가 말한다

  • 파리=김현진 패션 칼럼니스트 kimhyunjin517@yahoo.co.kr

    입력2007-03-14 1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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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봄 브랜드 전략, 광고가 말한다

    ‘루이뷔통’, ‘구찌’, ‘란셀’ 광고 (왼쪽부터). 명품 브랜드의 광고엔 그 브랜드의 DNA가 담겨 있다.

    긴 겨울세일이 끝나고 봄옷들이 하나 둘 쇼윈도를 차지하고 있다. 패션잡지엔 벌써부터 2007년 봄 시즌을 겨냥한 광고가 실린다. 스타일 철학, 커뮤니케이션 방향은 물론 경영정책까지 엿볼 수 있는 럭셔리 브랜드의 광고(보수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하다)는 그 자체로 명품이다.

    럭셔리 마케팅을 전공한 이들이 감탄하는 광고의 제일 앞줄에 에르메스가 있다. 이 브랜드의 유전자(DNA)는 승마. 에르메스의 오늘은 승마용 가죽제품(말 등에 올리는 안장 따위)에서 비롯했다. 말과 승마라는 이 브랜드의 테마는 브랜드 로고에도, 스카프 문양에도, 쇼윈도 장식에도 사용된다.

    승마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에르메스의 매장 분위기가 반영된 이 브랜드의 광고에는 대부분 말이 등장한다. 전체가 안 되면 갈기털만이라도. 엘리트 스포츠로서의 승마, 그리고 승마를 즐기는 부르주아의 생활문화를 브랜드 컨셉트로 삼겠다는 변함없는 의지가 놀랍다.

    에르메스는 승마, 라코스테는 테니스 도입

    테니스 선수이던 르네 라코스테가 설립한 캐주얼 브랜드 라코스테 역시 이 브랜드가 테니스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끊임없이 주지하려는 듯하다. 이번 봄 시즌 광고의 한 페이지에는 창업자가 테니스를 치는 모습의 흑백사진이 새 컬렉션을 입은 모델 사진과 나란히 실렸다.



    이번 봄 루이뷔통 광고의 히로인은 할리우드 스타 스칼렛 요한슨이다. 금색 곱슬머리에 흰색 드레스, 붉은 입술과 노출된 브래지어가 빚어내는 순수미와 섹시미의 충돌은 자꾸만 이 광고를 들여다보게 하는 흡인력으로 작용한다. 광고에 전문 모델만 기용해온 루이뷔통이 할리우드 미녀를 기용한 것을 두고, 귀족들의 여행용 트렁크로 시작한 이 브랜드의 엘리트적 이미지가 지나치게 대중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의 대형 스타를 쓰면 루이뷔통 브랜드의 역사는 몰라도 이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줄줄 꿰는 젊은 고객과 신흥 시장의 소비자에게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 이 브랜드의 무게중심이 어느 쪽에 놓여 있는지 읽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구찌의 광고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여성 모델의 체모를 구찌 로고 ‘G’ 모양으로 제모하고 남성 모델끼리의 오럴섹스(구강성교)를 연상시키는 포즈를 광고에 등장시키는 등 성(性)을 노골적으로 내세운 톰 포드가 디자이너이던 시절의 구찌 광고를 기억한다면 최근의 구찌 광고는 정말 얌전하다. 2004년 가을 구찌를 떠난 톰 포드는 “패션은 섹스의 환상을 반영한다”고도 했다. 그의 자리를 채운 여성 디자이너 프리다 지아니니는 섹스의 객체가 되는 여성 대신,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여성들을 내세운다. 여기서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좀더 친근한 패션을 선보이겠다”는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의도를 확실히 읽을 수 있다.

    최근 파리의 거리와 잡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란셀의 광고는 이 브랜드가 ‘파리지엔’임을 강조한다. 해외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기 위해 브랜드의 태생이 파리임을 내세우는 게 마이너스가 될 리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브랜드가 최근 선보인 광고들은 모두 몽마르트르 언덕 등 파리의 관광명소에서 촬영됐다.

    럭셔리 광고는 일반 광고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모든 광고의 목적인 눈에 잘 띄기, 광고를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등을 만족시키면서도 ‘우리 브랜드(광고)는 아무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잘난 척하는 엘리트 의식은 물론, 브랜드의 뿌리까지 은근슬쩍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샤넬, 에르메스처럼 기막히게 이 두 가지를 잘 풀어내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시류에 따라 좌충우돌하는 브랜드도 적지 않다. 브랜드 매출과 광고 전략의 성공 여부는 거의 어김없이 정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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