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6

2007.03.13

6전7기 만에 ‘오스카상’ 입맞춤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7-03-12 14:2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6전7기 만에 ‘오스카상’ 입맞춤
    갱이나 보잘것없는 부랑아의 삶을 통해 미국 사회의 모순을 영화에 담아온 마틴 스코시즈(64) 감독이 영화 ‘디파티드(The Departed)’로 마침내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스코시즈 감독은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장 단상에 올라가 “생큐”를 열두 번이나 외치고 나서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그 봉투(수상자 명단이 든) 다시 확인해보시겠어요?”라는 농담을 던졌다.

    스코시즈 감독의 오스카 수상 소식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이유는 그가 1981년 ‘분노의 주먹’으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이후 6차례나 고배를 마셨기 때문. 물론 칸영화제 황금종려상(‘택시 드라이버’) 등 큰 상을 수차례 받았지만, 유독 오스카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수상작 ‘디파티드’는 홍콩 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각색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스코시즈는 163cm의 단신임에도 ‘숯검댕’을 붙여놓은 듯한 눈썹, 트레이드마크인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 성성한 백발, 속사포처럼 빠른 말투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1969년 하비 케이틀이 주연한 영화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로 감독에 데뷔한 이후 ‘좋은 친구들’(1990) ‘순수의 시대’(1993) ‘갱스 오브 뉴욕’(2003) 등 20여 편의 영화를 감독했다.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이 흐르는 가운데 슬로모션으로 외로운 복서가 섀도복싱을 하는 도입 장면이 압권인 ‘분노의 주먹’,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택시기사의 비극을 다룬 ‘택시 드라이버’(1976) 등은 마니아들이 두고두고 돌려보는 영화이기도 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