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5

..

김해 찾아오는 ‘미스 사이공’

3월11~25일까지 김해문화의전당서 공연 … 대형 뮤지컬 유치 청신호

  • 조옥래 프리랜서 gy200433@hanmail.net

    입력2007-02-28 17:2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해 찾아오는 ‘미스 사이공’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한 출연진.

    2월12일 오후 경남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 세트가 놓이지 않은 무대 중앙에서 ‘킴’(김보경 분)이 미군 병사 ‘크리스’(마이클 리 분)와의 사이에서 난 극중 아들(4)의 행복을 위해 목숨마저 버릴 수 있음을 애절한 멜로디로 노래한다. “하늘이 허락하는 한 네 행복 위해서라면 내 목숨 바칠 거야. 아무도 날 막지 못해. 나의 목숨 다 바칠 거야.”(노래 ‘I’d give my life for you’)

    부산-경남권 최초의 ‘미스 사이공’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는 방송·신문기자, 기업 홍보 관계자 등 70여 명이 남녀 주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폭발적인 가창력을 숨죽인 채 감상했다. 남우 주연 ‘크리스’와 더블캐스팅 ‘킴’(김아선 분)은 세계적인 뮤지컬 넘버 ‘Sun · Moon’과 ‘Last Night of the World’를 우리말로 열창했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데다 미혼으로 출산 경험이 없는 김보경과 김아선은 발표회 후 가진 인터뷰에서 “틈나는 대로 전쟁영화를 보고 애완동물이나 조카를 대입해 (모성애) 연기의 완성도를 높이려 애썼다”고 말했다.

    출연진을 선발하는 과정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난관이었다. 2005년 11월~2006년 2월 서울과 마닐라를 오가며 4차에 걸친 오디션 끝에 1100명의 후보자를 제치고 출연진이 캐스팅된 것. 재미동포 출신으로 오디션에서 선발된 마이클 리는 1995년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에선 ‘투이’ 역을 맡았으나 국내 공연에선 주인공인 ‘크리스’ 역을 차지했다. 우리말 대사는 모두 외웠지만, 아직 일상회화는 어눌한 수준. 이 밖에 ‘엔지니어’ 역에 중견 연기자 김성기, ‘투이’ 역에 하지원, ‘존’ 역에 이건명, ‘크리스’의 아내인 ‘엘렌’ 역에 김선영 등이 뽑혔다.

    45만 중소도시 문화갈증 해소



    김해 찾아오는 ‘미스 사이공’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베트남 여인과 미군 병사의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를 다룬 ‘미스 사이공’은 1989년 런던 초연 이후 23개국 240개 도시에서 11개 언어로 소개돼 전 세계 6000만명이 관람한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힌다.

    엄청난 제작비와 헬기 탈출 장면 등에 필요한 초대형 세트 때문에 국내에는 17년 동안 들어오지 못하다가 지난해 6월 성남아트센터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진 뒤 세종문화회관, 대구 오페라하우스를 거쳐 3월11~25일 김해 공연을 갖는다. 공연의 압권으로 꼽히는 헬기 탈출 장면은 3D 고화질 동영상으로 대체됐다. 그동안 횟수를 거듭하면서 출연진의 예술적 성취도와 원숙미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다. 이번 김해 공연은 ‘미스 사이공’의 2007년도 국내 폐막무대이기도 하다.

    김해 공연에만 12억여 원이 소요돼 처음엔 유치를 망설였다는 김승업 김해문화의전당 사장은 “초대형 세트가 가능한 무대장치와 재원 조달, 인구 45만 중소도시에서의 관객동원 등 세 가지 고민이 있었으나, 국내 제작사인 KCMI사(대표 정명근)가 비용 감축에 동의하고 지역 기업인 태광실업(회장 박연차)이 전격적으로 제작비 투자를 결정해 유치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또 “자녀 결혼식 때문에 이날 참석하지 못한 박 회장이 공연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 돕기에 쓰기로 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공연 한 달을 앞두고 예매율 37%를 보이는 ‘미스 사이공’ 김해 공연은 초대형 공연의 본격적인 지방 유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올 하반기 ‘지하철 1호선’ ‘노트르담 드 파리’ 같은 대형 뮤지컬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
    닫기